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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말 게으른 걸까? 게으름이라는 착각
  • 이혜지 수습기자
  • 승인 2022.09.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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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스스로가 게으르다고 생각하는가. 열 시간을 일했음에도 한 시간 더 일하지 못한 본인을게으르다 생각하는 당신에게 이 책은 당신이 게으름이라는 착각에 빠진 것이라 말한다.

이 모든 건 게으름이라는 거짓이 꾸며낸 것이다. 필자는 게으름이라는 거짓이 발생한 주요한 요인 중 하나로 직업 소명설을 든다. 중세 시대 직업적 성공이 신의 구원 증표라 믿었던 청교도인들의 신앙은 직업적 성공을 이루지 못한 이들을 게으르다며 비판했다. 이는 개인의 생산성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정신으로 이어졌고 게으름이라는 거짓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굳어졌다.

한병철 작가의 ‘피로사회’라는 책도 유사한 맥락으로 전개된다. 두 책은 모두 현대인이 노력 부족이 아닌 노력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사회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게으름이라는 거짓을 우리에게 주입한 것이 노력 과잉 시대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개인의 가치를 오로지 생산성으로만 판단하며 더 많은 성공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우리를 게으른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실패를 개인의 노력이 부족했다 치부하는 사고는 개인의 부담을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고통까지 유발한다.

우리는 게으름으로부터 도망치려 하지만 사실 게으름은 사회가 만들어낸 착각이기에 탈출할 수 없다. 작가는 사람들이 SNS나 유튜브 알고리즘의 파도에 정신을 맡기는 사이버 로핑을 하는 이유가 스트레스와 탈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게으름이라 느껴지는 모든 행위가 사실 재충전의 시간이며 오히려 일련의 시간 낭비 후 작업 능률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조금의 휴식도 없이 풀린 다리를 겨우 이끌며 오른 정상은 진정 우리가 원했던 장소일까.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를 본인이 원하는 것이라 착각하고 맹렬히 질주하다 보면 결국 우리는 ‘번아웃’을 경험할 것이다. 완전히 무너진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선 적절히 취했어야 할 게으름의 시간보다 몇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과 능력에 자신을 맞추고 자신의 가치를 생산성으로 평가하는 자본주의적 사고는 우리의 몸과 마음 모두 병들게 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게으른 자신과 가까워져야 한다. 또한 게으름의 시간은 본인이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를 위해 질주를 거듭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시동을 끄고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 게으름은 노력할 에너지를 충전해줄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주체적인 삶을 향해 나아가는 창구가 돼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좀 더 게을러져야 한다.

이혜지 수습기자  ajouhye@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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