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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물만 파라고? 이제는 팔방미인 N잡러의 시대
  • 이혜지 수습기자
  • 승인 2022.09.1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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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잡러로 살아남기’나 ‘N잡러로 성공하는 법’ 등 여러 매체에서 N잡 컨텐츠가 쏟아지는 중이다. 과거 여러 개의 직업을 병행하는 것은 주부나 프리랜서 등 시간적 여유가 분명한 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직업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며 주된 직업을 가진 이들까지 여유 시간에 N잡을 도전하고 있다. 알바몬과 재능거래 플랫폼 긱몬이 직장인 1천3백24명을 대상으로 ‘N잡러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22.3%의 직장인이 ‘부업을 하고 있다’ 고 답했다. ‘부업을 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직장인은 68.9%로 잠재적 N잡러가 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N잡러가 업무 태만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강력하게 규제하려는 입장과 다양화되는 사회에서 N잡은 긍정적 현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등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

N잡러란 미지수를 뜻하는 N에 직업이라는 의미의 잡(job) 그리고 사람을 뜻하는 러(er)가 합쳐진 신조어다. 과거 직업은 노동의 의미로서 생계 수단에 불과했다. 대장장이의 자식은 대장장이의 자식으로 살아야만 했고 직업의 선택권은 없었다. 자아나 취향에 대한 고민은 사치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대로 접어들며 사람들은 자아실현의 욕구를 직업 선택에 반영하는 것으로 변화했다. 직업 또한 다양해지며 하나의 직업만으론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생각에 N잡에 도전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N잡이 등장하게 된 배경

N잡러라는 단어가 급부상한 것은 최근이지만 과거부터 N잡러는 존재했다. 생계유지를 위해 여러 직업 활동을 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수입이 목적이 아닌 자신의 능력 발휘 등 자기만족을 위해 N잡러로 활동한 이들도 있다. 영국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은 외과 의사인 동시에 탐정이었으며 자신의 문학적 능력으로 “셜록홈스”라는 명작을 썼다.

최근 N잡이 성행하게 된 사회적 배경은 자기 정체성 확립과 경험 누적 등 자기 계발을 통한 자아실현이 직업 선택의 중요한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이를 자아실현 형 N잡러라 칭할 수 있다. 김도영(경영) 교수는 ‘매슬로의 욕구위계이론’을 들어 이를 설명했다. “요즘 세대는 경제적 발전을 통한 하위 욕구의 충족으로 자아실현 욕구가 높아졌다”며 “이러한 현상이 직업 선택에서도 극명히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자아실현의 목적이 아니라 고용 불안감 등 생계를 목적으로도 N잡러가 존재한다. 노명우(사회) 교수는 평생직장 개념의 소멸 또한 이유로 들었다. “더 이상 평생직장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요즘 회사가 자신을 책임져주지 못할 것을 알기에 자신의 평생을 스스로 책임지고자 새로운 방안을 찾아 나가려 한다”며 “N잡 또한 이에 따라 파생된 현상의 하나라 본다”고 설명했다.

직업 다양성과 업무 디지털화 또한 N잡이 발전하는 데 기여했다. 유튜버나 블로거 또는 온라인 연재 작가 등 초기 투자 자본은 적고 수익 창출이 가능한 직업이 생겨났다. 또한 디지털화를 통해 재택근무가 활발해지면서 여유시간을 이용해 N잡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크몽이나 탈잉 등 N잡 플랫폼이 마련되면서 N잡러들의 활동 영역은 더욱 넓어지는 중이다.

불안 가득한 생계형 n잡러

단어 자체는 최근에 등장했지만 과거에도 N잡러가 존재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만연했던 예전엔 부업이 당연했다. 오히려 하나의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행운이라 치부될 만큼 생계형 N잡러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김 교수는 “과거 부모님 세대에서는 생계를 위해 퇴근 후 대리기사 일을 하거나 가정에서 여러 종류의 부업을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도 생계형 N잡러는 활동중이다. 노 교수는 “고용 안정성 쇠퇴로 인해 비정규직같이 임금과 안정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이들은 불가피하게 N잡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업적 가치관 변화로 인해 발생한 자아실현 형 N잡러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N잡러는 생계형보단 자아실현 형이 대부분이다. 이지민 씨는 좋아하고 잘하는 일인 영어에 관한 의뢰를 받아 일하는 프리랜서다. 이 씨는 N잡의 장점으로 내가 잘하는 능력으로 다양한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점을 꼽았다. “다양한 일을 하면 한 가지 일이 지겨워지거나 일 때문에 다소 지치더라도 또 다른 업무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며 “특기인 영어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업무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서은진(사회·1) 학우는 과외와 피시방 아르바이트 그리고 웹드라마 조감독 등 총 6개의 직업을 갖고 있다. 누군가 꿈이 무엇인지 물으면 너무 많아 대답이 어려웠던 서 씨는 “성인이 돼서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로 많은 활동을 병행 중이다”고 전했다. 이시온(사회·1) 학우는 자신의 진로인 인사 및 서비스직과 관련된 아르바이트를 한다. 또한 소학회와 동아리 그리고 학생회까지 N잡러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 학우는 “진로 관련 아르바이트를 통해 직업적 정체성을 정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 및 동료 직원들과 함께하며 배울 점이 많았다”고 N잡러로 활동하는 것에 만족을 표했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아니라 자신이 원해서 스스로 도전하고픈 분야를 개척해 나가는 자아실현 형 N잡러는 가끔 과도한 업무와 일정에 부담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이기에 책임감을 갖고 다방면에서의 경험과 능력을 쌓아가고 있다.

도전하는 개인과 방황하는 기업

새로운 도전을 위해 이직이나 퇴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현재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자 N잡을 선택한다. 알바몬과 긱몬은 직장인 대상 N잡 여부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22.3%의 직장인이 ‘부업을 하고 있다’ 고 답했다.

하지만 기업 측에선 겸업 금하는 분위기도 있다. 삼성전자에서는 겸업 금지 조항에 대해 임대 사업과 출판 및 작곡 등의 창작 활동의 경우 겸업 금지의 예외로 정하고 있지만 유튜브 활동만은 금지해 사내 게시판에서 논란이 일었다. 노 교수는 “계약서에 과업 충실의 내용이 명문화돼 있지 않더라도 암묵적으로 사측과 사원 모두 겸업 금지에 동의했던 과거와 달리 사회가 변화하면서 암묵적 합의가 깨지고 사측은 계약서에 이를 명문화하여 엄격히 금지하게 됐다” 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의 경우 겸업 금지가 당연한 해고 사유로 여겨지만 유독 한국 사회에서 겸업에 대한 애매한 잣대를 들어 이러한 충돌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 모두 겸업에 폐쇄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이나 LG전자는 업무 시간 외에 회사 업무와 관련 없는 겸직을 하는 것을 따로 규제하고 있지 않다. 김 교수는 이러한 폐쇄적인 기업 태도를 과도기적 상황에서 발생하는 정체기라 평했다. “기업같이 거대하고 바쁜 조직은 새로운 현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받아들이기보단 기존의 방식으로 제한하려 한다”고 말했다.

N잡러라는 직업 형태가 당장 기업의 관점에선 업무적 태만이나 인력 탈출과 같은 문제가 야기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다양화되는 사회에서 N잡러들은 다양한 직업 활동을 통해 높은 문제 해결 능력과 자아실현 욕구 충족을 통한 업무 능률 증가 등의 장점을 가진 인재다. 따라서 더는 배척만으로 변화를 피할 순 없다.

우리 사회는 N잡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람인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대비 지난해 퇴사율이 20%가량 증가했다. 취업에 성공했음에도 새로운 꿈을 찾아 퇴사나 이직을 반복하고 있다. N잡 유튜버 박소희 씨는 “사내 PD로 일하던 중 후임 교육을 담당하는 선임 강사를 보며 다시금 강사라는 꿈을 키워가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N잡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본질적 고민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변화와 교육제도의 괴리를 지적했다. “급격히 변화한 직업적 가치관에 반해 교육 체제는 여전히 과거의 전문직 양성 위주로 남아있다”며 “다양한 직업적 체험과 자기 개발을 제공하는 교육 과정이 마련되지 않아 사회 진출 후에야 개인이 스스로 정체성을 탐색하는 비효율적 결과가 초래된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N잡에 대하여 “과거는 현대에 비해 평생 직장의 개념이 유효했고 안정성이 보장됐지만 그만큼 한 직업에 평생 몸 담아 삶의 다양성을 포기한 채 편협한 세상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며 “안정성과 다양성의 반비례 관계는 과거에서 현대로 완전히 역전했다”고 설명했다. 다양성이 보장된 만큼 불안이 가중되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노 교수는 “불안을 잠재울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가 다양화되고 정보와 기회의 장이 넓어지며 직업의 종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이제는 여러 개의 직업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프리랜서나 자영업자의 경우 개인 시간을 스스로 꾸려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n잡러로서 적극적으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기업 등 고용주와 계약이 체결된 노동자의 경우 n잡으로 인해 기존 업무에 지장이 간다는 입장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다수의 젊은 세대가 고정 일자리를 포기해서라도 새로운 직업을 탐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서 단순한 유행으로 치부할 수 없다. 왜 취업 후에야 새로운 꿈을 찾아 나서는지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혜지 수습기자  ajouhye@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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