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현일 선수 제공)

막대한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 빛나는 메이저리거 26명을 위해. 그리고 그 26명 안에 들기 위해 한팀 당 2백여 명에 달하는 선수가 마이너리그에서 담금질을 반복하고 있다. 그 중엔 한국인 선수도 존재한다. 현재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선수는 4명이다. 네 선수 모두 상위 라운드에 지명돼 국내에서 편하게 활동하는 미래를 버리고 말이 통하지 않는 외딴 곳에서 수많은 선수들과 경쟁하고 있다. 오늘은 2019년 LA 다저스와 30만 달러 계약을 맺고 현재 애리조나에서 훈련 중인 투수 최현일 선수와 만나 이야기를 가졌다.

Q. 지난해 LA 다저스 마이너리그 최고투수상을 받았다. 본인이 받을 거라고 예측했는가? 받았을 때 반응은 어땠는가? (최고투수상을 받은 선수들은 ▲조시아 그레이 ▲워커 뷸러 ▲토니 곤솔린 ▲훌리오 유리아스 등 메이저리그 주축 선발투수로 맹활약하고 있다.)

A.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상을 받기 전 2020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19로 시즌이 전면취소되면서 상의 존재조차 까먹고 있었다. 마이너리그의 단장 같은 존재인 팜 디렉터가 감독실로 부르더니 내가 상을 받게 됐다고 말해주더라. 갑자기 부르길래 뭐가 잘못됐거나 잘리는 줄 알았다. 기쁘게 받았고 최근 받은 선수들은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많더라.

Q. 올해 부상으로 하이싱글A 1경기와 루키리그 1경기에만 등판하며 많은 경기에 등판하지 못했다. 어느 부분에 부상이 있었던 거고 재활 절차는 어떻게 되가나? 수술이 필요하진 않은가?

A. 시즌 초 4월 개막전에서 공을 던진 후 팔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전부터 팔 느낌이 좋진 않았지만 근육통이라 생각했는데 3회쯤 근육통과는 다른 느낌이 들어서 바로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다음날 팔이 안 펴질 정도로 통증이 왔고 애리조나에서 MRI를 찍은 결과 부상이 있다고 해서 재활을 했다. 재활이 끝난 후 8월 23일 루키리그에서 1이닝을 던졌는데 시즌이 전부 끝나버려서 더 던지지 않고 지금은 애리조나에서 재활 절차를 거의 끝마치고 있다. 수술을 할 필요는 없다.

Q. 부상 이전과 이후를 비교했을 때 공 위력이 감소하지는 않았는가?

A. 오히려 구속이 증가했다. 이전엔 평균 구속이 90.6마일 정도였는데 지금은 92~94마일 정도를 던지고 있다. 폼도 노모 히데오처럼 2루 베이스를 봤다가 홈으로 던지는 폼으로 바뀌었다. 아직 오피셜이 나오진 않았지만 올해 10월 초에 유망주들이 모여 참가하는 애리조나 가을리그 경기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Q. 마이너리그에서 만나며 까다로웠다고 생각하는 타자나 공이 뛰어나다고 생각한 투수가 있었는가?

A. 지난해 로우싱글A에 있을 때 상대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 마르코 루시아노 선수가 가장 까다로웠다. 팀내 전체 1위 유망주면서 MLB 전체 17위 유망주인 선수다. 투수는 관심있게 잘 보진 않아서 모르겠다.

Q. 현재 롤 모델로 삼고 있거나 존경하는 메이저리그 선수가 있는가?

A. 페드로 마르티네즈. 좋아하는 선수는 언제나 페드로 마르티네즈다.

Q. 같은 마이너리거 및 메이저리거인 ▲김하성 ▲류현진 ▲박효준 ▲배지환 ▲조원빈 ▲최지만 등과도 교류하고 지내는가?

A. 최 선배님과는 카톡을 하면서 자주 연락한다. 저에게 감사하게 자주 연락을 해주신다. 배 선수와도 가끔 연락을 하는 편이며 조 선수도 처음 왔을 때 저와 배 선수에게 여러 가지 많이 물어봤다. 이번에 캔자스시티와 계약한 엄형찬 선수는 고등학교 때부터 아는 친구여서 연락하고 지냈다. 김 선배님은 트레이닝 캠프 때 애리조나에 있는 한국인 선수가 저와 김 선수뿐이었는데 저를 집을 초청해 밥을 사주신 적 있었다.

Q. 메이저리그 선수 중 프로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거나 메이저리거 답다는 생각이 드는 선수가 있었나?

A. 성실함에 있어서 메이저리거 같다고 느낀 선수는 없었는데 운동 선수로써 대단하다고 느껴지던 선수는 있었다. 더스틴 메이를 보고 그런 느낌이 들었다. 피지컬이나 공을 빠르게 던지는 딜리버리가 정말 괴물 같더라. 재활 과정 때 만났는데 웨이트를 할 때도 사람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Q. 등판 날 루틴 때문에 시구자를 내쫓은 맥스 슈어저처럼 루틴이나 자기 관리에 있어 강박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선수가 있었나?

A.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렇다. 불펜에서 공을 던질 때 다른 선수가 이미 투구한 불펜은 싫어하는 선수들도 있고 저 역시 루틴이 있다. 몸을 풀거나 공을 던질 때 모든 시간을 딱 맞춰서 정한다. 무조건 1시간 35분 전에 몸을 풀기 시작해 20분간 몸을 풀고 스트레칭을 받는다. 그 후 25분 전에 캐치볼을 시작하고 캐치볼이 끝나면 3분을 쉰 뒤 불펜 마운드에 올라가 공을 던진다.

Q. 트랙맨이나 스탯캐스트 그리고 세이버매트릭스처럼 세부적인 야구 기술과 스탯에 관심을 가지고 활용하고 있다고 들었다.

A. 여기선 이런 세부적인 기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선 무조건 알아야 한다. 자신의 공에 대해 모르고 던지면 무엇을 발전시켜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웬만하면 기술들을 숙달하고 오는 상황이다.

Q. 내년 시즌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A. 사실 잘 모르겠다. 올해 잘 던졌다면 뭔가 알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번 시즌을 통으로 날리면서 내년에 대해 예측할 수 없게 된 것 같다. 애리조나 가을리그부터 잘 던져봐야 할 것 같다.

Q. 한국이 그립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가? 그럴 땐 어떻게 하는가?

A. 사실 매일 가고 싶다. 인스타그램으로 친구들을 보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라 후회는 없다.

Q. 야구 외에 가지고 있는 다른 취미가 있는가?

A. 요즘 골프에 빠졌다. 그 외에는 예전에 통역을 해줬던 형과 한국 음식을 먹으러 가는 정도다.

Q. 현재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은 무엇인가?

A. 체인지업이다. 스카우팅 리포트에선 내 제구가 가장 높다고 나오더라.

Q. 야구를 처음 시작하게 된 배경이 어떻게 되는가?

A. 9살 정도 때 동생과 캐치볼을 하는데 아버지가 나만 잘 잡고 동생은 다 놓친다고 하더라. 이후 취미반으로 야구를 하러 갔다. 주말에만 야구를 하러 갔는데 3학년 쯤에 감독님이 소질이 있다면서 선수반을 추천해주셨다. 이후 재미도 있고 해서 야구를 하게 됐다.

Q. 야구를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나?

A. 중학교 2학년 때 코치님께 혼이 자주 났는데 한 달 동안 부모님께 코치가 나만 가지고 그런다면서 울며 야구를 그만하겠다고 한 때가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땐 시즌 초반 잘 던지다가 허리가 아파서 5개월 간 야구를 쉰 적 있었다. MRI를 찍어도 병명이 안 나오고 통증만 있어서 우울해서 야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한 적 있었다.

Q. 마이너리그 생활 중 캘리포니아와 미시간 교민들이 알아보는 경우가 있었나

A. 캘리포니아에 있을 땐 한국인 분들을 자주 봤다. 미시간에선 많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대학교를 다니는 친구 하나가 놀러와서 이야기 한 적 있었는데 그것 외에는 한국 분을 만난 적이 없었다.

Q. 현재 KBO에서 뛰고 있는 서울고 동문 중 친하게 지내고 있는 선수들도 있는가?

A. LG 트윈스 정우영 선수와 친하다. 강백호 형도 종종 연락한다.

Q. 본인이 존경스럽게 생각하는 은사님이 계신가?

A. 두 분 계신다. 리틀야구 때 감독님이셨던 박유모 감독님과 서울고 유정민 감독님이다. 두 분은 제 야구 인생을 두 번 바꿔놓으신 분들이다. 당시엔 많이 느끼지 못했는데 고등학교 이후 되돌아보면 감독님이 정말 존경스럽게 보인다.

Q.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는다 할 정도로 시설이 열악하단 말이 있는데 열악함이 느껴졌던 경험이 있는가?

A. 없지는 않지만 매순간이 그렇진 않다. 밥도 제대로 나오고 호텔룸도 2인 1실로 좋은 곳을 쓰고 있다. 다저스가 빅클럽이라 그런 걸수도 있지만 예전처럼 열악한 것 같진 않다.

Q. 마이너리그에서 친하게 지내는 동료 선수들이 있는가?

A. 꽤 있다. 이제는 영어도 좀 잘하기에 선수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장난도 잘 치면서 찐친처럼 잘 지내고 있다. 디에고 카르타야 LA 다저스 내 1위 MLB 전체 9위 유망주와도 공을 주고 받는 포수이기 때문에 친하게 지낸다.

“소시민은 항상 도전하는 자를 비웃는다” 일본 프로야구 초특급 에이스로 활약하던 노모 히데오가 은퇴를 선언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를 비웃었다. 히데오는 보장된 연봉과 명예를 뒤로하고 누구도 개척하지 못한 가시밭길을 선택했다. 그는 보란 듯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활약하며 현재까지도 전설적인 일본인 메이저리거로 남아있다. 1라운드 지명이 예상됐던 최현일도 메이저리그라는 꿈을 위해 머나먼 캘리포니아 주로 떠났다. 성공을 향한 그의 노력과 도전이 결실을 이루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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