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5일 한 여성이 인하대학교 캠퍼스 내 건물에서 추락해 숨졌다. 검찰은 가해자를 준강간치사 및 살인혐의로 기소했고 추모의 행렬이 이어졌다.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지만 교훈은 명백하다. ‘안전한 캠퍼스’는 존재하지 않았다.

캠퍼스 내에서의 성범죄는 꾸준히 지속된 문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미투 운동과 성폭력 피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2017년 이후 2020년까지 접수된 성범죄 사례는 약 3백30건으로 오히려 증가하는 실정이다. 대학 문화 특성상 성범죄 고발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부각된다. 본 사건이 발생한 같은 달 4일 연세대학교에서는 여자화장실 불법촬영을 저지른 혐의로 재학생이 구속됐다. 심지어 사건 다음 날 중앙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에는 캠퍼스 내에서 같은 과 학생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이 게시됐다. 안전한 캠퍼스를 외치는 대학은 많았지만 드러난 실상은 허무하기 그지없다.

사건이 발생 직후 교육부는 CCTV 확충과 성폭력 예방 특별 교육 시행을 약속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당시 캠퍼스에는 이미 2천3백45개에 달하는 CCTV가 설치돼 있었다. 교육부의 보여주기식 대처였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비판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선다며 상황을 수습하기 바빴다.

고등교육법 개정 이후 각 대학과 교육부는 대학안전관리계획을 공시하지만 성범죄 관련 조항은 예방 교육과 안전 인프라 및 시스템에 관한 형식적 내용에 불과하다. 안전 사각지대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 혹은 경비원 확충은 거듭 예산의 벽에 가로막힌다. 우리 학교의 안전관리계획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무고한 피해자의 사망 이후 6일 만에 교육부는 대학 안전관리계획에 대한 재검토와 희망 대학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하겠다 밝혔다.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처사에다 구체적인 계획도 여전히 찾아볼 수 없다. 앞서 대학은 예산상 한계로 수년간 교내 경비인력을 감축해왔다. 인하대학교의 경우 지속적인 경비인력 감축으로 2천 개가 넘는 CCTV를 감시할 인력이 4명에 불과했다.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난으로 관련 예산 확충이 어렵다면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캠퍼스 안전이 도마 위에 오른 현재 성평등에 대한 담론과 더불어 행정적 변화 또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주먹구구식 행정이 아닌 캠퍼스 내 안전 사각지대에 대한 파악을 바탕으로 대학과 교육부가 합심해 진정 안전한 캠퍼스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지켜지지 않았던 안전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살아남은 자들의 책무다. 무고한 생명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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