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중국의 과거부터 깊은 관계를 맺은 국가로서 역사에서 서로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친 국가들이다. 하지만 이후 이념의 차이와 한국전쟁 이후 두 국가는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1992년 8월 24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이상옥 당시 한국 외무장관과 첸치천 중국 외교부장이 한중 외교관계 수립을 위한 공동성명에 서명하며 한국과 중국은 적대적 관계를 뒤로하고 협력과 상생의 새로운 길을 마련했다. 이 공동성명은 당시 노태우 정부의 외교적 성과로 꼽히는 ‘북방정책’의 대미를 장식했다고 평가받는다.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수교를 맺은 이래 30년이 지난 지금 양국은 경제 분야에서 협력과 경쟁을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한국은 중국의 3대 교역 대상국이 됐고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대상국이 됐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의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한중관계는 가장 큰 위기에 놓여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경제경쟁과 안보 패권 갈등 그리고 반도체 시장을 포함한 기술적 차원에서의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치열해지며 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던 한국의 전략적 선택이 난해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이하 사드) 문제와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문제 등을 놓고 외교적으로 우리 정부를 대놓고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이는 민간차원에서도 확대됐다. 2016년 미국의 사드의 배치 후 중국이 보복 차원에서 한류 스타와 콘텐츠의 중국 진출을 막는 한한령을 발령하자 민간차원에서의 문화적 교류는 막혔고 이후 중국의 동북공정과 김치와 한복 중국 원조론 등이 가세하며 국내 반중 정서가 커졌다. 중국 또한 ‘애국 소비’가 확산되고 자국 중심주의의 세계관이 강해지면서 중국 내의 반한 정서도 심각해졌다.

미래 발전을 도모하려면 현재의 이러한 갈등 상황을 냉철히 분석해야 한다. 사실 수교 이래 한중 간 갈등의 시작은 대부분 외적인 요인에서 발생했다. 한중 갈등의 시작이라 평가받는 사드 사태만 봐도 미국의 중국 견제와 북핵 억지를 위해 시작된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중국은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어왔고 한국은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협력)과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균형을 유지하면서 서로가 이익이 되는 관계 발전을 이뤄왔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1992년 전 나쁜 관계로 회귀하는 것보다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양국의 공동 이익에 더 부합한다.

그리고 이는 상호존중과 신뢰 회복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중 수교가 노태우 정부의 외교적 성과로 꼽고 있는 ‘북방정책’의 대미를 장식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한국 전쟁과 이념전쟁으로 발생했던 한중간의 혐오 감정을 민간차원의 교류 확대로 서로에 대한 혐오 감정을 없애고 협력할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중간 국민감정 악화를 방치하는 것은 두 국가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 과거 우리는 이를 경험했고 극복했다. 따라서 우리는 한중 갈등을 부추기려고 하는 양국의 소수 배타적 국수주의나 애국주의 집단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단순히 국내적으로 서로에 대한 카더라 통의 소식만 듣고 감정을 쌓아 두기보다는 정치와 경제는 물론 사회와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다층적 교류를 꾸준히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동시에 우리 자주성과 정체성의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중국과 대화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단순한 타국에 대한 혐오가 아닌 문제 있는 부분을 서로 이야기하고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한다면 다시 한번 한중수교가 맺어질 당시처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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