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자 오은영 씨가 출연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광고‘애티켓(아이를 위한 에티켓)’이 논란이 됐다. ‘배려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며 어른이 보인 어린아이를 향한 무관용적인 시선은 논란이 됐고 이는 우리 사회에서 증가하고 있는 '노키즈존'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노키즈존(NO KIDS ZONE), 논란이 되다

노키즈존이란 영유아와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업소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방문객의 편의 와 영유아 및 어린이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출입을 제한한다는 명목 아래 생겨났다.

본격적인 노키즈존의 확대에 불을 붙인 사건은 지난 2015년 식당 내부에서 뛰어다니던 아이가 종업원과 부딪혀 화상을 입은 일에 대해 법원이 식당 주인에게 치료비 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국내 유명 커뮤니티에 게시되는 “말썽을 부린 아이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는 글은 쉽게 화젯거리가 된다. 말썽을 피운 아이는 '잼민이'와 '애새끼'등의 단어로 그리고 아이의 부모는 '맘충'이라는 단어로 지칭되며 댓글과 재업로드를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 노키즈존을 검색하면 '노키즈존 지도'를 볼 수 있다. 이는 '@yesnokids'라는 트위터 계정 '노키즈존·키즈존 제보받아요'의 운영자가 제작한 지도로 전국의 노키즈존과 예스키즈존을 표시해둔 것이다. 이 지도에 현재 등록된 노키즈존은 약 5백20곳으로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원 화성 행궁동에서도 노키즈존 운영 매장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주로 관광지 혹은 최근 새롭게 조성된 ‘핫플레이스’에 위치한 개인 음식점과 카페일수록 노키즈존의 운영 비율이 높다. 정형화된 프랜차이즈 매장이 아닌 독특한 콘셉트와 소품으로 꾸며진 개인 운영 매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장에 전시된 소품이 아이들에 의해 파손될 가능성이 있고 방문객이 느낄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다.

최근 카페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 A씨가 게시한 '부모님들 노키즈존이 그렇게 기분 나쁘신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논란이 됐다. “부모와 함께 방문한 아이들이 매장에 전시된 피규어를 꺼내 만지다가 파손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이제 매장을 노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싶다”고 의견을 묻는 내용을 두고 점주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의견과 가족 단위의 손님에 대한 차별이라는 의견이 충돌했다.

국내 리서치 기업인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2019년 시행한 ‘노키즈존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영유아 관련 불편을 경험한 비율은 10명 중 6명으로 비교적 많은 편이다. 주로 음식점과 카페와 같은 식음료 매장에서의 불편 경험이 많다. 노키즈존 논쟁과 관련해 10명 중 7명이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찬성하는 이들의 주된 의견은 어린이를 통제하지 않는 부모들이 많다는 점과 다른 손님의 피해 받지 않을 권리를 뽑았다.

앞선 게시글을 작성한 A씨는 본인이 운영하던 카페에서 아이들의 행위로 인한 불편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키즈존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본보는 현재 노키즈존으로 운영되고 있는 우리 학교 근처의 카페 및 음식점에 취재를 요청했다. 취재 결과 실제로 아이들의 행위로 인한 문제를 직접 겪음으로 인해 시작된 것이 아니라 아이들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것을 미리 걱정하고 이를 막기 위해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곳도 존재했다.

 

언제부터 어린이는 기피와 혐오의 대상이 되었을까?

초딩과 잼민이 그리고 O린이와 같은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과거부터 쓰이던 단어도 있지만 최근 들어 이와 같은 어린이를 비하하는 의미를 가진 혐오단어의 사용 빈도는 늘어났다. 요린이와 주린이 그리고 헬린이까지 최근 어른들 사이에서 O린이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는 무언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툰 상태임을 나타내는 말인데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와 같은 용어가 어린이는 미숙하다는 관념을 확대하고 재생산한다’며 사용 자제를 권고하기도 했다.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윤해솔 교사는 “노키즈존은 당연히 어린이 혐오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서가 아닌 어른의 편의를 위해 특정 집단의 출입을 막고 있다”며 “다양한 개인이 함께 살아가며 당연히 존재하는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기 위해 집단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다”고 덧붙였다.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홍성수 교수는 '말이 칼이 될 때'라는 저서를 통해 혐오 표현이 가지는 여러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홍 교수는 혐오 표현이 “소수자에 대한 편견 또는 차별을 확산시키거나 조장하는 행위다”며 “어떤 개인 집단에 대해 그들이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멸시하거나 모욕하고 그들에 대한 적의와 차별 그리고 폭력까지 선동하는 표현이다”고 개념을 정의했다. 세계인권선언을 각국에 법률적 강제력이 있도록 규정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혐오의 선동과 고취를 금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어린이 혐오단어가 만연하게 사용되며 어린이는 미숙하고 말썽을 피우는 존재라는 인식이 공공연하게 퍼졌고 이는 노키즈존 운영 매장의 확대로 이어졌다. 책의 논리대로라면 노키즈존의 증가는 혐오 표현으로 인해 촉발된 선동인 것이다.

혐오 표현은 차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비영리 민간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남궁수진 활동가는 혐오 표현의 사용에 관해 “이름을 붙이고 사용하는 사람과 대상화된 사람 간에는 비대칭적 권력관계가 형성되고 대상화된 사람은 무기력함과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고유의 인격을 형성하며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 혐오단어는 사회적인 폭력이 된다는 것이다.

남궁 활동가는 “공공장소에서 다른 이들을 배려하는 건 어린이뿐 아니라 모두가 지켜야 할 규칙인데 ‘조용히 하자’ 또는 ‘다른 이들에게 방해가 되지 말자’는 목표와 규칙을 제시해 모두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닌 연령을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윤 교사는 “어린이와 같이 생활해본 사람은 어린이를 유치하고 미숙하기만 한 존재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며 “혐오단어가 계속해 사용될수록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고착되고 아무도 그 집단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게 된다”고 전했다.

 

따뜻한 시선으로 어린이를 바라본다면,

노키즈존의 증가로 인해 아이와 부모가 함께 할 수 있는 활동 범위가 줄어들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예스키즈존(YES KIDS ZONE)과 웰컴키즈존(WELCOME KIDS ZONE)이 생겨났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한 카페 운영자는 예스키즈존을 선언한 후 아이들의 놀이 공간을 조성했다.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타며 가족 단위 방문객의 증가로 이어졌다. 한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도 광고를 통해 ‘온 세상의 어린이는 환영받아야 하니까’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예스키즈존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남궁 활동가는 “예스키즈존과 웰컴키즈존이 노키즈존 논리를 더욱 강화한다”며 일침을 가했다. “어린이에게 위해가 가는 성인 대상의 시설이 아니라면 어느 곳이든 차별 없이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하여 “혐오를 멈추고 서로를 포용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혐오 표현을 제한하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도 전했다.

 

어린이는 부모와 주위 어른의 도움을 받으며 어른으로 성장한다. 아이가 조금은 미숙하고 거친 행동을 보이더라도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눈높이에 맞는 배려를 베푸는 것은 어떨까?

소파 방정환 선생의 1923년 어린이선언 中 발췌
1.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보드랍게 하여 주시오.
1.어린이를 책망하실 때에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히 타일러 주시오.
1.어린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만한 놀이터나 기관 같은 것을 지어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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