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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에 내몰린 청년들, 갓생에 열광하다
  • 이자민 기자
  • 승인 2022.06.0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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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 등지에 들어가 보면 기상 스터디와 운동 스터디 그리고 외국어 공부 스터디 등을 구인하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서로의 기상 시간을 관리해주거나 공부량을 공유하면서 생산적인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불과 3년 전까지 YOLO를 외치며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던 흐름과는 다른 유행이 찾아왔다. 소위 ‘갓생’이라 불리는 이 문화는 생산적이고 계획적인 삶을 꾸려나가는 것을 칭한다. 자기 계발의 일종이지만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단 일상의 소소한 목표들을 하나씩 성취하는 게 주를 이룬다.

‘갓생’은 신을 뜻하는 영어 단어 ‘God’과 인생의 ‘생(生)’을 합친 신조어로 매일 계획적으로 살아나가며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와 영어 공부하기 그리고 운동하기 등의 자기 계발도 갓생의 일부다. 더불어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기 위한 재테크 공부도 인기 있는 갓생의 실천 중 하나다. 그러나 이전의 자기 계발과 갓생은 다르다. 갓생의 핵심은 자기 삶의 루틴을 설정해 비슷한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아침밥 예쁘게 차려 먹기나 다이어리 예쁘게 쓰기와 같이 소소한 목표들을 이뤄나가는 것도 갓생의 영역에 포함된다. 사람들은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하루의 목표를 기록하고 달성 여부를 확인한다. SNS를 활용해 자신의 생활을 예쁘게 담아 공유하는 것도 갓생의 특징 중 하나다.

당신은 왜 갓생을 사시나요?

유튜브 채널 ‘희스토리’에 자기 계발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남희정 대표는 안정적인 삶을 벗어나 도전하기 시작하면서 갓생을 살기 시작했다. 그는 콘텐츠 제작뿐만 아니라 미라클 모닝 스터디 ‘희모닝’을 운영 중이다. 원래 아침잠이 많아 늦잠을 많이 잤다는 그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영상의 댓글에 함께 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고 스터디를 개설했다고 한다. 남 대표는 “습관 형성에 필요한 강제성을 제공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라 많은 사람이 함께해주시는 것 같다”며 “아침 기상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 학우가 운영 중인 미라클 모닝 스터디도 있다. ‘아주대의 아침을 밝히다’라는 이름의 스터디를 운영 중인 안예영(산공·2) 학우는 “무기력함을 극복하기 위해 미라클 모닝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안 학우는 미라클 모닝에 도전하기 위해 유명 인플루언서의 스터디에 참여한 뒤 긍정적 상호 작용을 바탕으로 함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의 효과를 느끼고 스터디를 만들게 됐다. 매달 10명 정도의 학우와 함께하고 있다는 그는 매일 아침 자신의 행동 미션을 수행하고 좋은 글귀를 구성원에게 공유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안 학우는 “매일 서로의 아침 시간을 응원하는 점이 미라클 모닝 실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평소 다방면으로 많은 활동을 꾸려나가는 이서혁(정외·2) 학우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싶어 매 순간 생산적으로 살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 학우는 “내 책임을 다했을 때 느껴지는 그 뿌듯함이 굉장히 크다”는 말을 덧붙였다. 장유정(사회·1) 학우는 현재 동아리와 학생회 그리고 소학회 활동 등 여러 활동에 참여 중이다. 장 학우는 “새롭게 도전하고 경험하며 자신을 찾아가고 있다”는 긍정적 효과를 전했다.

왜 사람들은 갓생에 열광하는가?

많은 사람이 갓생이라는 생활양식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지 ‘갓생러’들에게 물었다. 강지원(사회·2) 학우는 사람들이 갓생을 살고자 하는 이유로 자기만족을 꼽았다. 강 학우는 “열심히 삶을 채워 나가는 게 만족스럽다”며 “열심히 살 수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 갓생을 사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잘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행복감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도록 미래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 같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안 학우는 갓생의 확산 이유로 SNS를 택했다. “SNS를 통해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이나 생산적인 삶을 살아가는 걸 보면서 동기부여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갓생을 살고자 하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19(이하 코로나 19)는 그 기폭제 역할을 했다. 2020년 이후 구글 트렌드 네이버 검색량 추이 등에서 갓생과 관련된 검색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올해 중간고사 기간에는 네이버 지식백과 검색 순위에 갓생이 상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시행된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이동시간을 감소시켰고 외부 활동이 줄어들어 여유시간이 확보됐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사람들은 자기 계발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특히 자신이 생산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온라인에 공유하는 사람이 증가했고 이는 문화로서 갓생이 유행하게 만들어졌다. 이러한 측면에 대해 김한상(사회) 교수는 “코로나 19가 불러온 이동의 제약이 가상의 공간에서 자기 삶을 공유하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로 발현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웰빙에서 아프니까 청춘인 시대로, 욜로에서 갓생으로

사람들이 자기 계발에 애쓰는 문화는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웰빙 힐링 등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여유가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문화가 유행했다. 그 후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의 자기계발서가 인기를 얻으며 청년 세대들의 자기 계발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기도 존재했다. 실제로 2016년 세계일보와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1천2백87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선 10명 중 9명이 자기 계발에 대한 강박증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YOLO(You Only Live Once)를 외치며 현세적 가치를 지향하는 문화도 유행했다. 사람들은 미래를 위해 돈을 저축하고 학업 등의 자기 계발에 열중하기보단 지금의 쾌락에 집중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반복돼 이제는 ‘갓생’의 시대가 도래했다. 미래 지향적으로 자기 계발에 애쓰는 문화와 현세적으로 지금의 쾌락에 집중하는 양 극단적인 문화가 반복되는 것이다.

김 교수는 YOLO와 갓생이라는 문화는 유사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욜로는 현재의 즐거움과 의미를 주는 실천을 하는 것이고 갓생도 일상 속 소박한 실천을 통해 성취감을 얻는다는 측면에서 자주 기쁨을 느끼는 데 집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상 속 소소한 실천과 성취감에 집중하는 갓생이 YOLO와 비슷한 맥락에서 파생된 문화라는 것이다. 거시적 차원의 성공을 목표로 자기 계발에 정진했던 이전과 달리 미시적이지만 매일의 기쁨을 추구하는 갓생은 이전의 자기 계발과 YOLO의 혼합된 형태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YOLO와 갓생 모두 사회 구조적 불안정성과 어려움에서 비롯됐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신자유주의의 도래 후 사회가 보장하던 최소한의 안전망도 제공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삶의 여러 위험에 개인의 능력으로 스스로 대처하는 게 당연한 사회를 만들었고 이는 사람들을 자기 계발에 몰두하게 했다.

갓생 문화의 확산, 과연 긍정적인가?

사람들이 갓생을 살고자 하는 현상은 번아웃의 맥락에서도 해석된다. 번아웃이란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로 무기력증과 자기혐오에 빠지는 증후군을 뜻한다. 실제로 번아웃의 치료 방법의 하나는 일상 속 사소한 실천을 바탕으로 성취감을 느끼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일상 속 소박한 성취를 추구하는 갓생과 비슷한 맥락에서 활용하는 방법이다. 김 교수는 “사람들이 스스로 이러한 방법으로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는 것은 사회가 전체적으로 병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며 갓생 문화의 부정적 측면을 지적했다. 그렇지만 갓생이라는 방식을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자 하는 개인들의 의지가 발현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갓생 문화의 확산은 많은 개인이 자기 삶을 능동적으로 꾸려나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번아웃 극복 치료법과 유사한 방법을 자발적으로 동원해야 할 만큼 많은 사람이 지쳐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동시에 사람들이 큰 목표를 세우기보단 작은 목표에 집중한다는 측면에서 개인의 노력으로 큰 변화를 일궈 나가기 어려운 각박한 사회로 변해가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갓생의 확산은 마냥 긍정적인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바라보긴 어렵다.

자신을 스스로 개발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사회다. 살아남기 위해선 개인의 능력 신장을 위한 노력이 기본이다. 사회는 자기 계발을 통한 사회적 성취를 요구하지만 막막한 현실에 부딪힌 청년들은 갓생을 택했다. ‘갓생러’들은 하루의 목표를 세우고 목표의 경중과 별개로 모든 계획을 성실히 실천해 생산적인 하루를 만들어간다. 즉각적 성취를 느낄 수 있는 갓생은 어려운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한 줄기 희망으로 역할하고 있다. 그렇지만 갓생은 유행하는 생활양식 중 하나일 뿐 절대 정답은 아니다. 어떤 정답도 없는 사회에서 우린 하루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까?

이자민 기자  jasmineljm@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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