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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넘어 진실을 보도합니다'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박상규 기자를 만나다
  • 이자민 기자
  • 승인 2022.05.1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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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기자회'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까지 한국의 언론 신뢰도는 5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높은 언론 자유도와 상반되는 조사 결과다. 왜 한국인은 언론을 신뢰하지 못할까. 박상규 기자는 그 이유로 질 낮은 기사와 기자들의 기자 의식 결여를 꼽는다. 좋은 기사를 쓰면 사람들이 읽고 믿어줄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박상규 기자는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대표다. 그는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고자 노력한다. 그렇게 18년간 우리 사회가 손 내밀어주지 않은 사람들을 취재했다. 기성 언론과는 다른 문법으로 심도 있는 취재를 이어 나가는 박상규 기자를 만났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기자 경력 18년 차 박상규 대표다. 셜록을 시작한 지는 5년 차다. 셜록을 운영하며 좋은 기사만 써도 매체가 지속 가능하고 사람들한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기자나 언론에 대한 불신은 기자들이 사람들이 원하는 유익한 기사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좋은 콘텐츠만 만들면 언론 신뢰와 영향력이 회복될 수 있다는 걸 입증하고 싶다.

Q. 기자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꿈이 없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기자가 됐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졸업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했다. 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다. 대학을 졸업한 27살부터 30살까지는 내 인생의 암흑기다. 뚜렷한 직업 없이 일용직을 하거나 공장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그때가 암흑기인 이유는 육체적 또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좋아했던 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었다. 문득 소설가가 돼볼까 했는데 능력도 안 되고 경험도 부족해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오마이뉴스에서 기자가 돼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이전에 몇 번 기사를 썼는데 그때 나를 좋게 봤는지 먼저 기자직 제안이 들어왔다. 세상을 바꾸고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일이라는 생각에 기자 일을 시작했다.

Q. 오마이뉴스 기자로서의 생활은 어땠나.

2004년 입사 당시 인터넷 붐이 일어 사회적으로 오마이뉴스의 영향력이 좋았다. 오마이뉴스에서 기자로 활동하는 동안 재밌게 일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의 기자였던 나를 선배들이 기자로 만들어줬다. 내가 기자로 살아갈 수 있게 초석을 닦고 직업적 발판을 마련했던 매체였기에 여전히 좋은 경험으로 남아있다.

Q. 오마이뉴스를 나와 홀로서기를 한 계기가 궁금하다.

오마이뉴스 소속으로 10년간 일했는데 5년 차가 지나니 매너리즘에 빠졌다. 스스로 게을러지고 일을 대충 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내가 한심하게 일하는 게 너무 답답해서 자발적으로 편집국에 지원했다. 그곳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기사의 원본을 보고 기사가 완성되는 과정에 함께하며 개인적 역량을 발전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사회적으로 선망받는 직업과 고소득 직군이 모여있는 서울 사대문 안에서 오랜 시간 생활해보니 자부심과 더불어 오만함이 생겼다. 어느 순간 재미가 없었다. 비슷한 사람들이 몰려있는 공간에 있다 보니 삶의 역동성이 떨어지는 걸 느꼈다.

기사에 대한 문제의식도 느껴졌다. 너무 많은 기자가 있는데 대부분이 거의 똑같은 기사를 쓰고 있다는 걸 느꼈다. 세상에 언론이 다루고 만나야 하는 사람은 무궁무진한데 기자들은 협소하고 한정적인 사람만 만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로서 콘텐츠에 대한 갈등이 생겼고 이곳에 없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기자들의 이상한 특징도 느꼈다. 기자들은 특종을 좋아하면서도 특종을 위해 노력하기보단 다른 길을 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다른 매체에서 어떤 사건을 다루면 같은 소재로 기사를 쓰는 문화가 있다. 안전한 길을 가려는 기자들의 욕구 때문에 기사가 똑같아진다. 하지만 안전한 길을 가는 건 기자만 일하기 좋은 방식이다. 나는 조금 다른 기사에 대한 욕구가 있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지만 회사를 나가야 변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퇴사를 결정했다.

Q. 퇴사 당시에 다루고 싶었던 새로운 콘텐츠 혹은 기사는 무엇이었나.

퇴사 당시에는 계획이 없었다. 그렇지만 언론사에 10년 동안 다녔기에 어느 정도 경험을 통해 쌓은 능력이 있었다. 블로그에 내가 쓰고 싶은 기사와 계좌번호를 올려두면 마음에 드는 독자가 돈을 줄 거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장의사가 돼서 장기 르포를 해볼까 고민했다. 시신을 보고 한 사람의 인생사를 파악한다는 장의사들의 세계가 흥미로웠고 죽음마저 상품화되는 세상이 궁금해 이를 글에 담으려 했다.

그런데 퇴사가 마무리돼 갈 즈음 재심 전문 변호사 박준영 씨가 찾아와 재심사건에 대한 기사를 작성해보자고 제안했다. 퇴사도 결정된 상황이었기에 못 도와줄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들은 박 변호사는 “재심 보도를 하려면 회사 그만두고 올인해야 된다”며 잘됐다고 더 좋아했다. 헤어진 뒤 재심 사건을 다루고 장의사를 하자는 생각과 한편으론 오랜 국선 변호사 경험이 있는 박 변호사가 아이템을 많이 갖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취재를 시작했다.

Q.탐사 보도라는 방식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오마이뉴스에서 일하며 늘 빠르게 보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또 기자 생활 하반기 5년은 편집국에 있었다. 탐사 보도에 대한 경험도 관념도 없었다. 그러다 2년에 걸쳐 재심 사건을 보도하며 그동안 기사 공부도 없이 보도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속보처럼 빠르게 보도하는 기사도 필요하다. 하지만 2년간 한 사건만 보도하니 시작과 끝을 모두 고려할 수 있었고 개인의 자세한 인생사를 보도할 수 있었다. 이 일을 계속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셜록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는 셜록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재심 삼부작 보도 당시 현직에 있는 후배들이 나처럼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후배들을 위한 매체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시기 익명의 변호사가 기사 잘 봤다며 연락하더니 문제의 시작과 끝 그리고 해결까지 지향하는 매체를 만들어보길 권유했다. 당시엔 굉장히 주저하며 2년을 도망 다녔다.

그러던 중 펀딩으로 10억이 모이며 재심 사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내 몫으로 1억 5천만원 가량이 생겼다. 펀딩 성공 후 오만함과 자신감에 빠져 “직원 다섯 명을 고용하면 50억 벌 수 있겠다”는 단순한 생각을 했다. 그때 그분께 다시 연락해서 매체를 만들겠다고 말했고 그렇게 셜록이 시작됐다.

Q.셜록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셜록은 문제의 해결까지 지향하는 매체다. 하나의 사안을 끝까지 추적해서 문제 해결까지 나아가는 매체다. 지금까지 한 번도 기업과 정부로부터 광고를 받지 않았다. 오직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과 구독료로만 운영해온 콘텐츠 중심의 훌륭한 매체다.

Q. 이름을 셜록이라고 짓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대단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뭔가 힙해 보이지 않는가. 그래서 셜록이라고 짓게 됐다. 탐정인 셜록처럼 끝까지 추적해서 진실을 밝혀낸다는 의미를 두고 싶었다. 후원자를 칭하는 왓슨은 우연히 결정됐는데 셜록과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로 생각해주면 될 것 같다.

Q. ‘진실탐사그룹’이라는 말을 특별히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진짜 중요하게 알아야 하는 진실은 쉽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한눈에 보이는 것은 뉴스가 아니다. 사람들이 알아야 하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것들은 숨겨져 있다. 숨겨져 있는 진실을 찾아내고 밝혀내는 것이 바로 기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많은 매체가 표면에 보이는 간단한 사실만 보도한다. 사실과 진실에는 차이가 있다. 오랜 기간 취재하며 사실의 조각을 맞춰나가야 거대한 진실이 보인다. 셜록은 그 진실까지 다가가겠다는 의미와 더불어 진실만을 보도하는 저널리즘의 정신을 담은 수식어다.

Q. 셜록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셜록은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 좋은 기사를 사람들한테 서비스하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요즘 뉴미디어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뉴미디어도 결국 저널리즘의 가장 오래된 가치를 추구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을 다하는 게 셜록 구성원이 공통으로 공유하고 있는 가치고 힘들어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자 이유다.

Q. 셜록의 가치와 가장 부합했던 기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청년 강도영 씨 기사가 생각난다. 그 사건은 많은 매체가 경제적 어려움 탓에 아버지를 굶겨서 사망에 이르게 한 청년이 법원에서 1심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었다. 그 기사를 보고 ‘가난’이라는 굉장히 상대적인 개념의 구체성이 궁금했다. 얼마나 가난했으면 아버지를 죽게 했을까 생각하며 후속보도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 매체에서도 다루지 않았다. 3개월간 취재를 통해 이 청년이 왜 아버지를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 보도했다. 보도를 통해 숨겨져 있는 진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줬다고 생각하고 사소한 보도에서 출발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는 것이 의미있었다.

앞서 셜록은 문제 해결까지 끝까지 책임진다는 정신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보도가 마무리됐지만 그 정신을 바탕으로 강도영 씨와 계속 소통하고 있다. 강도영 씨를 도와주는 단 한 명의 어른 혹은 친구나 주변 사람이 있었으면 아버지를 죽이지 않을 수 있었다. 비록 강도영 씨는 수감됐지만 나라도 강도영 씨에게 끝까지 손을 내밀어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Q. 언론 위기의 해결책으로 기자 의식의 변화를 꼽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기자로 일하면서 들은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는 ‘좋은 기사를 써도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건 사실이 아니고 설령 그게 사실이어도 독자를 탓할 일이 아니다. 영화가 실패해도 감독이 ‘왜 사람들은 내 영화 가치를 몰라주나’와 같은 말을 하진 않는다. 기자들은 자신을 돌아보기보단 환경을 탓한다. 언론의 위기는 기자가 잘못된 방식으로 보도하고 있고 사람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정보를 생산하지 못함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언론의 진짜 위기는 언론인이 정신을 잃은 거다. 언론인으로서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는 가치를 잃었기 때문에 위기가 온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환경 변화는 있다. 환경을 탓할 게 아니라 우리의 정신 그리고 언론인으로서 가치를 되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아주대학교 학생들과 언론인을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대학교를 졸업한 지 너무 오래돼서 20대 청년들의 삶을 잘 모르지만 오랫동안 느꼈던 게 2가지 정도 있다. 하나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다른 하나는 지금 청춘이 힘든 이유는 타인이 시키는 길을 가거나 정해진 길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그 길에서 조금 벗어나도 죽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다. 20대는 무모하게 도전하는 시기고 나중에 분명히 자산이 될 것이다.

기자 지망생들에게는 셜록이 잘할 테니까 언론에 대해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기회는 많으니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책을 많이 읽으라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다.

이자민 기자  jasmineljm@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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