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없는 재앙은 없다. 재앙은 작은 문제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소한 문제가 더 큰 연쇄적인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일컬어 ‘하인리히의 법칙’이라 부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현장에서 8백28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재해유형별로 보면 ▲떨어짐(3백51명) ▲끼임(95명) ▲부딪힘(72명) ▲깔림 또는 뒤집힘(54명) ▲물체에 맞음(52명)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산업 현장에서의 사고는 기본적인 안전수칙 준수만으로도 예방 가능한 추락과 끼임 사고가 절반 이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마다 산업근로자 재해가 높게 발생하는 이유는 산업현장에서의 안전불감증 때문이다.

지난해 4월 평택항에서 한 청년 근로자가 사망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현장은 변하지 않았다. 사고 이후 해수청에서 점검이 나왔으나 안전과 관련한 부분들은 후순위로 밀렸고 안전 교육은 대충 서명만 받아 끝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현대중공업(이하 현대)는 창시 이래 4백70명이 넘는 노동자가 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했다. 사건 원인을 조사한 결과 하청업체 근로자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회사가 방치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조명 없이 컨테이너 하역작업을 하거나 완공 시간에 쫓겨 작업을 하다 보니 안전과 관련한 부분들은 여전히 후순위로 밀리고 있었다. 또한 현장에서는 안전 감독자의 관리없이 이뤄지는 작업이 더 많았다. 이에 현대 노동조합 측은 안전담당자를 늘려 달라고 회사에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변하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월부터 2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실시한 현장점검에서 2천2백29곳(56.5%)의 안전조치 위반사항이 확인됐다. 건설업의 경우 안전 난간을 설치하지 않아 적발된 사업장이 최다였고 개인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사업장도 많았다. 제조업에서는 끼임 사고를 방지하는 방호조치를 하지 않은 사업장이 가장 많았다. 이에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을 도입했다. 산안법은 영국과 대비해 14배 이상의 징역 기간과 최대 18배 이상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이다. 하지만 도입 후 6개월간의 조사 결과 사망 수와 사고재해자 수는 되려 늘어났다. 정부는 처벌의 실효성을 발견할 수 없는 앞선 실패를 경험하고도 올해 초 산안법 보다 처벌 수위를 높인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시행 세 달이 지나도 근로자의 안전사고는 하루 약 3건 이상 발생하며 법의 제재는 미미한 결과를 보였다. 중처법은 50인 이하에 사업현장서는 적용되지 않으며 대표이사 등에게 부과되는 현장관리 사전 사후 예방의 의무가 광범위하고 포괄적이기 때문에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반면 핀란드는 폭발 또는 누출사고 위험이 있는 화학업종 등을 관리하는 정부기관을 따로 두고 있다. 약 1천 곳 안팎의 사업장을 집중 관리하며 안전사고를 예방한다. 싱가포르는 10년간 예방 중심의 전략을 추진해 산업재해 사망자 수를 25% 대폭 줄였다. 이들은 처벌보다 안전 관련 인프라 투자 지원을 우선시한다.

정부는 안전불감증을 예방하기 위한 강력한 법을 제정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산업현장의 안전사고를 기업이 완벽하게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정부는 기업의 처벌보다 헬멧 착용과 발판마련 등 근로자들이 안전한 현장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현장 안전조치에 대한 세세한 규정을 먼저 마련할 수 있는 강력한 법을 제정해야 한다. 하인리히의 법칙이 주는 교훈은 하나다. 예측가능한 사고는 사전에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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