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QR코드를 찍고 나오는 13문제를 풀어봐라. 당신은 몇 문제를 맞혔나? 3지 선다에서 문제를 찍었을 때 맞출 확률은 3분의 1이다. 글을 읽지 못하는 아주냥이를 데려다가 A-B-C 중 아무거나 하나를 찍는 식으로 문제를 풀게 해도 3문제는 맞힌다. 하지만 문제를 푼 당신은 아주냥이와 비슷하거나 부족할 확률이 높다. 기껏해야 2개나 3개를 맞혔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고양이보다 못한 존재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 설명할 책 ‘팩트풀니스’의 저자 한스 로슬링은 해당 퀴즈를 ▲과학자 ▲경영인 ▲교사 ▲언론인 ▲정치인 등 사회 각계를 이끄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풀게 시켰다. 결과는 여러분과 비슷했다. 심지어 노벨상 수상자에게 문제를 풀게 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문제를 푼 당신의 추측대로라면 오늘날 많은 사람은 물과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참혹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멸종 위기종은 나날이 증가하며 세상 사람들은 재난재해와 질병에 휩싸이며 죽어가고 있을까? 우리는 세상을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다. 세상은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한다. 전 세계 아동 사망률과 문맹률은 감소하고 있으며 예방 접종률과 교육받는 아이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다. 지난 1백 년간 자연재해로 사망한 사람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광고 속 굶어 죽어가는 아이.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물을 긷기 위해 먼 거리를 걸어 다니는 아이. 얼마 되지 않는 음식을 나눠 먹는 대가족의 모습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 오늘날 전기와 물 그리고 의약품을 보급받으며 적당한 거주지에서 사는 사람의 비율은 86%에 달한다.

우리는 왜 세상이 여전히 어둡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뉴스는 언제나 부정적일수록 화제가 되기 때문이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는 말처럼 언론은 화제가 되는 극단적인 뉴스만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적당한 양의 전기와 물을 공급받으며 살아가는 사람은 뉴스가 되지 못하지만 물을 긷기 위해 수십 km을 걷는 사람들은 뉴스로 보도된다. 우리는 어느새 선진국과 후진국 두 양극단만 바라보며 세상을 인식한다. 퀴즈를 푼 사람들은 나날이 좋아지는 삶의 지표를 인식하지 못했기에 세상을 부정적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의 시선이 무너진 일차적 원인은 언론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언론을 탓하고 덮을 문제가 아니다. 명백한 반지성주의다. ‘금일’과 ‘사흘’ 그리고 ‘아관파천’ 같은 어휘와 역사적 사실을 모른다고 해서 반지성주의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알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어휘 한두 개가 아니라 세계 각국의 아동 사망률이 필요하다. 우리의 무지를 깨닫고 이 책을 읽으며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우리의 세계가 어떤지를 깨달아야 한다.

문제를 받은 ▲경영인 ▲언론인 ▲정치인 ▲활동가는 대다수가 아주냥이보다 못한 점수를 받았다.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이 정작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역설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현실을 모르고 ‘안락의자 전문가’로 지시만 내리니 엉뚱하게 삽질하며 세계의 여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 1950년대 세계보건기구는 인도의 결핵을 뿌리 뽑기 위해 버스에 엑스레이 촬영 장비를 싣고 마을을 누볐다. 결핵을 없애려는 ‘안락의자 전문가’의 계획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뼈가 부러지고 아픈 사람들 앞에 겨우 의사가 도착했는데 치료는 해주지도 않고 엑스레이만 찍고 사라지니 마을 사람들은 분노했다. 이후 세계보건기구는 어느 한 질병을 없애기 위해 싸우기보단 기초 의료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당신이 사회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엘리트라면 결핵을 없애는 게 아니라 기초 의료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의료 서비스를 강화하는 리더가 되고 싶다면 이 책을 읽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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