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이번 올림픽을 시청한 국민이라면 지난 2011년 러시아에 귀화한 빅토르 안(안현수) 선수의 활약을 보며 대한민국의 쇼트트랙 인재가 고질적인 파벌싸움 때문에 희생됐다며 안타까워했을 것이다. 스포츠 파벌문제는 비단 쇼트트랙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유도, 태권도, 탁구 등 국내 스포츠계에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상태다.
파벌싸움은 경기성적이 좋다고 단순히 방치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다.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둬왔던 쇼트트랙 팀은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저조한 성적을 냈고 그동안의 빙상연맹 내 스포츠 파벌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나게 됐다. 운동에만 집중해야 할 선수들은 연맹 고위 관계자들의 알력싸움에 휘둘려 국제무대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없게 돼버렸다.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파벌의 뿌리 깊은 원인을 알아보고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파벌 싸움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인 금메달 지상주의를 없애야 한다. 우리사회에는 금메달 지상주의에 따라 금메달만 많이 따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으며 스포츠 협회들도 1등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파벌싸움을 방관해 왔다. 이에 국가대표 선발과정에 있어서 편파판정 또는 같은 파벌 선수들끼리 국가대표에 선발되기 위해 경기를 조작하는 일명 ‘짬짜미’와 같은 편법이 사용되며 일부 선수가 불이익을 겪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내부 투명성과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없어지고 심지어 선수 인권이 외면되는 문제까지 발생한 것이다. 메달 색깔을 구분하지 않는 의식개선을 통해 금메달 지상주의를 근절시킨다면 협회 측에서 파벌을 눈감아 주는 일도 점차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스포츠계는 선수 선발과정에서 파벌 싸움을 막고 공정성과 합리성을 높이기 위해 양궁국가대표선발방식을 표본으로 삼아야 한다. 양궁은 국가대표선발전이 5차에 걸쳐 진행되는데 매년 각 팀의 감독과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선발방식이 보완되고 발전된다. 이에 따라 양궁은 매년 파벌싸움 같은 잡음이 생기지 않으면서 하계올림픽에서도 항상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스포츠 협회들이 솔선수범해서 선수를 존중하고 스포츠 정신과 함께 올바른 체계를 갖추어 나간다면 현재와 같이 피땀흘려가며 운동해온 선수들의 노력이 파벌싸움에 의해 무시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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