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역대급 비호감’으로 시작한 이번 선거는 0.73% 차 윤석열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이중 남녀 간 표차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세대는 바로 이번 선거의 키를 쥐고 있었던 20대였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윤석열 당선자에 대한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각각 58.7%였던 반면 여성은 각각 33.8%로 드러났다. 성차에 따라 극명한 지지율 차이를 보인 세대는 2030세대가 유일했다. 비슷한 사회정치적 맥락을 공유하는 한 세대 안에서 성별을 이유로 극심한 대립이 발생한 것이다.

예측 가능한 결과였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싸웠는가. 국민의힘은 2030세대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 ‘세대포위론’을 내세워 선거운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소위 ‘이대남’ 맞춤형 공약은 여성들의 반발을 일으켰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앞서 “20대 여성은 아젠다 형성에 뒤처지고 추상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며 성별 간 갈등을 부추겼다. 젠더갈등은 예정된 비극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당인 민주당은 사실상 손을 놓았고 애매한 입장을 고집했다.

‘이대남’과 ‘이대녀’는 없다. 모든 남성들이 반페미니즘적 정서를 갖지는 않으며 모든 여성들이 페미니즘적 성향을 갖지도 않는다. 페미니즘에 대한 갑론을박을 특정 정체성으로 치환해 일반화하는 것은 성별 갈라치기에 불과하다. 일부 우파 정치인과 거대언론의 성별 프레임은 청년 정체성을 공유하는 20대 간의 갈등을 조장했고 젠더갈등으로 점철된 선거 속에서 청년정책은 자취를 감췄다.

‘이대남’과 ‘이대녀’ 이면에는 청년 세대의 고충이 존재한다. 불평등과 불공정의 연쇄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제대로 된 청년정책이다. 부의 독점과 세습으로 인한 불평등에서 비롯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청년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경제﹒사회적 정책이 선행되지 않는 한 이들의 분노는 보이는 적을 찾아 헤맬 뿐이다. 분노의 방향이 아닌 원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청년의 삶이 왜 이렇게 각박해졌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불만을 취합해 성별 프레임으로 세대를 양분하고 표심을 얻었다면 이제는 설득의 시간이다. 갈라진 청년세대를 규합하는 것이야말로 20대의 지지를 호소했던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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