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1학기를 끝내고 이번 학기 휴학했다. 휴학 한 가장 큰 이유는 쉬고 싶어서다. 새내기로서 캠퍼스의 낭만을 꿈꿨지만 입학도 전에 코로나가 터지고 낭만은 사라지고 어느새 비대면 수업이 익숙해진 미개봉 중고가 됐다. 많은 추억을 쌓을 것만 같던 대학교 1학년을 고등학교 4학년처럼 다니고 나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휴학을 했다.

휴학한 사실을 주위에 알린 후 자주 들은 말은 “휴학하고 뭐 할 거야?”와 “나도 하고 싶다”였다. 휴학을 원하지만, 망설이는 친구가 꽤 보였다. 나는 질문을 되돌려 친구들에게 휴학을 한다면 무엇을 할 거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답변에는 인턴, 자격증 취득, 영어 점수 취득과 같은 취업과 관련된 것들이 꼭 빠지지 않았다. 휴학을 하기 위해서는 취업과 관련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사유가 있음을 느꼈다. 학생 때부터 지독한 경쟁을 하며 살아왔건만 휴학마저도 취업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현실이 가혹하게 다가왔다.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대학교는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입학하고 나니 고등학교가 대학교 진학 준비를 위한 곳이었다면, 대학교는 그와 다를 것 없이 취업 준비를 위한 곳처럼 느껴졌다. 여행을 하기 위해서 그리고 쉬기 위해서 하는 휴학은 취업을 어렵게 만드는 삶의 공백이 된다. 쉬고 싶어서 휴학을 했음에도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휴학이 도피가 아니란 걸 증명하기 위한 이유를 만들어야만 한다. 이렇게 자칫하면 삶의 공백이 되어버리는 휴학이기에 학생들은 휴학이 망설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도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 갭 이어(Gap year)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취업 전까지 자신의 삶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극히 적다. 이렇게 자신의 삶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입시부터 취업까지 우리와 같은 길을 걸어온 MZ세대의 퇴사율이 늘어나고 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근본이 될 수 있는 원인은 취업을 하고 나서야 본인이 원하는 삶을 알아차리게 된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갭 이어 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휴학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갭 이어다. 그러므로 휴학을 했을 때 어떤 불이익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등학생 때는 마치 대학 입시가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대학생 때는 취업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행동하는 사회의 인식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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