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그들의 주장이 맞다면 A씨는 고급 로펌 변호사를 아버지로 뒀으며 친인척 중 고위급 경찰 간부가 있는 등 든든한 백을 가지고 있다. 그는 만취한 상태에서 치밀한 계획하에 사람을 죽이고 알리바이를 만들어 모든 사건에 대처하는 등 꼼꼼한 면모를 지니고 있단다. 인터넷이 만들어진 후 수십 년간 반복됐던 일들이 다시 한번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에선 지난달 벌어진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을 두고 수많은 갑론을박이 오갔다.

당시 사망한 의대생과 함께 있었던 A씨는 의대생의 아버지로부터 살인자라고 지목당한 후 현재까지 진실을 요구하는 수많은 누리꾼들에게 공격당하고 있다. A씨가 저격당한 이후 A씨의 이름과 얼굴 그리고 신상정보는 이미 까발려진 상태다. 이쯤되면 합리적 의심의 선을 넘었다. 매일 허위사실을 기반으로 한 음모론이 나돌지만 포탈댓글창의 광기는 멈추지 않는다. A씨가 살인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허위사실을 반박하고 침착하게 기다리라고 말해봐도 그들은 마법의 문장 하나로 모든 린치를 정당화한다. “A씨가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했고 정황상 의심할만 하다” 이 문장 하나가 중세 시대 면죄부와 맞먹기라도 하나 보다.

자식을 잃은 비참한 심정은 이해된다. 하지만 자식을 잃었다고 천방지축 날뛰는 행동을 용서받을 순 없다. 피의자는 A씨가 아니라 의대생의 아버지다. 말도 안되는 사실을 확대하고 재상샌해 억측하는 행동. 본인이 주장한 이유들이 하나씩 거짓으로 밝혀지고 있음에도 끝까지 억지스러운 주장을 반복하며 A씨를 공격하는 행위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경찰서에서 조사받아야 할 사람은 A씨가 아니라 의대생의 아버지다

그럴듯해보이는 주장. 물어뜯는 누리꾼. 하나둘씩 거짓으로 밝혀지는 주장들. 이런 모습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2017년 인터넷 커뮤니티엔 버스에서 아이만 내리고 아이의 엄마가 내리지 못해 엄마가 내려달라고 요청했는데 버스기사가 이를 무시하고 욕을 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사연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고 버스의 번호와 위치가 바로 공개돼 버스기사는 무수한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다음날 그 버스기사는 욕을 한 적이 없었고 다음 정거장에서 엄마를 곧바로 내려주는 등 정당한 행동을 했던 것으로 밝혀지며 여론이 반전됐다. 이와 같이 사실 확인이 불분명한 자료로 사람들을 선동하다 진실이 뒤바뀐 사례가 허다하지만 사람들은 바뀌지 않는다. 언제나 냄비처럼 순식간에 들끓고 다시 차가워진 후 다른 공격할 대상을 찾는다. 경찰 조사가 밝혀질 때까지 기다린다는 선택지가 있음에도 유죄와 무죄. 두 선택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뿐이다. 순식간에 들끓고 가라앉는 냄비 여론.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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