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이나 신문을 읽고 메모할 때 컴퓨터용 싸인펜, ‘컴싸’라 불리는 펜으로 작성하곤 한다. 고등학생도 아니고 시험에나 사용하는 펜을 왜 메모하는데 사용하냐고 묻겠지만 다 이유가 있어서 쓰는 거다. 사실 나도 메모를 할 땐 당연하다시피 볼펜을 썼다. 가장 많이 굴러다니고 저렴한 필기구다 보니 필기할 때도 대중적으로 사용된다.

나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도 볼펜을 쓸 것이다. 문제는 일반적인 종이가 아닌 포스트잇을 쓸 때였다. 볼펜으로도 가볍게 써지는 일반 재질 A4 용지와 다르게 포스트잇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종이 전체에 묻어있는 특유의 접착성은 볼펜심을 막았다. 포스트잇 위 볼펜은 무용지물이 됐고 글씨는 써지지 않았다. 볼펜이 막히자 처음엔 당황했다. 고장난 게 아닌가 했다. 하지만 다른 종이에 쓰자 펜은 무슨 일이냐는 듯 가볍게 나왔다. 그러면서도 포스트잇과 만나면 두산 베어스를 만난 LG 트윈스 마냥 쩔쩔맸다. 포스트잇이 볼펜의 천적인 셈이다. 당혹스러웠다. 포스트잇에 필기하는 것만큼 편리한 게 없는데 포기해야할 처지가 됐다. 연필은 너무 흐리고 붓펜은 너무 번진다. 매직은 두껍다.

그런 나에게 컴싸는 구세주였다. 포스트잇의 방해도 떨쳐낼 수 있는 강인함을 가졌고 필기에 적합한 굵기를 소유했다. 시험장의 상징 같던 컴싸가 나의 ‘원픽’ 필기구가 됐다. 특유의 사각거리는 소리는 만년필 부럽지 않다. 취재를 할때도 컴싸같이 취재하려고 한다. 어디서도 쫄지 않는 강인함으로 사방팔방 취재원들을 만나며 희귀하고 궁금한 정보를 알리는 아주대학보가 되려고 한다. 이번 호에서도 수습기자들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학교 입학사정관부터 인하대학교 총학생회까지 교내외를 가리지 않았다. 까이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움직인 컴싸같은 기자들의 ‘깡’ 덕분 아닐까. 유익한 정보로 2021년을 찾아온 아주대학보에 화려한 조명이 감싸길 기운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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