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전 강원도 제4땅굴 부근 휴전선 인근 부대에서 파견 근무를 할 때였다. 근처에는 ‘펀치볼(Punch Bowl)’이라고 알려진 한국전쟁 격전지도 있었다. 북한지역이 눈앞에서 보이는 민간인 통제구역이었지만 야생동물들은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활보하고 다녔다. 밤낮으로 가끔씩 멧돼지가 출몰했고, 특히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서 언덕의 풀숲에서 스멀스멀 피어올랐던 반딧불이 만들어냈던 환상적인 풍경은 잊을 수가 없다. 그 때 근무지 휴게실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책이 한권 있었는데, 월간 󰡔말󰡕의 오연호 기자가 쓴 󰡔한국이 미국에게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책이었다. 남북한 이념과 체제의 극단적인 대치 현장인 휴전선에서 반미적인 성향의 불온서적(?)을 집어 들고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책은 미국에 반대하는 내용들로만 채워져 있지는 않았다.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소위 ‘미국의 가치’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을 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미국의 ‘공(功)과 과(過)’를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작년부터 아주대 학생들과 함께 ‘아주북통’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아주대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아주북통’은 아주대 구성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학기 코로나 19로 상황은 엄중했지만 온라인을 통해 ‘아주북통’을 진행할 수 있었다. 지난 학기 학생들과 함께 읽었던 책 중에 하나가 오연호 기자가 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라는 책이었다. 책은 2013년 저자가 북유럽 국가인 덴마크를 방문하여 현지에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었다. 미국 현지를 누비고 미국을 제대로 알자고 주장하며 1998년 󰡔한국이 미국에게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출판했던 오연호 기자가 덴마크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펼칠 것인가가 궁금하기도 했다. 마음 한켠에서는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덴마크, 그들의 행복 비결이 궁금했고 그것을 학생들과 함께 고민해 보면서 우리들의 대한민국에도 적용해 보고 싶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덴마크에 대해 비교적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 덴마크 하면 떠오르는 것들, 수도인 코펜하겐, 장난감의 대명사인 레고, 세계 맥주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칼스버그 맥주, 전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안데르센과 인어공주 등은 한국에 사는 우리들에게도 매우 친숙한 것들이다. 그 밖에 세금을 많이 내는 나라, 또한 그만큼 사회복지가 완벽하게 갖추어진 나라로도 덴마크는 유명하다. 그리고 덴마크에 대해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한 가지가 바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것이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읽으며 여러 가지 면에서 덴마크가 부러웠다. 그러한 부러움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스트레스가 없는 사회’라고 할 수 있겠다. 덴마크의 학생들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학업 스트레스가 없다. 학생들은 학업을 즐기면서 자신들의 진로를 선택해 나간다. 수십 년간 웨이터로 일한다는 중년의 신사는 자신의 직업에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하면서 아들의 직업은 열쇠 수리공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들에게 직업은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이 이미 아니다. 직장을 잃는다거나 사업에 실패한다고 해도 덴마크인들은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촘촘하고 완벽에 가까운 사회안전망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왜 덴마크인들은 모두가 그렇게도 한결같이 행복한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 한국인들은 행복한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을까? 물론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고, 행복해져야만 한다. 변화는 더디고 어렵지만 방향이 맞는다면 언제가 우리는 원하는 목표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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