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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방직 폐공장의 재탄생
  • 박채현 기자
  • 승인 2019.09.25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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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이 지닌 가치. 세월을 견뎌온 것들은 제아무리 낡고 빛바랜 색을 띠어도 고유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 가치는 줄곧 무시돼왔다. 하지만 과거의 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며 그 위에 시대적 감각을 더한 뉴트로라는 개념이 유행하고 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말로 옛 것과 새 것의 조화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것을 탄생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뉴트로의 가치를 찾아볼 수 있는 카페 ‘조양방직’에 다녀왔다.

낡은 폐공장에 새로운 멋을 더하다

조양방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공장이었다. 1933년 일제강점기 당시 조양방직이 위치한 인천 강화도의 갑부였던 홍재묵·홍재용 형제가 설립했다. 그 후 이 공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인조 직물을 생산했고 그로 인한 명성 덕에 강화도는 섬유산업으로 유명한 지역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1958년 조양방직은 문을 닫았고 수 십 년간 아무도 찾지 않는 버려진 폐공장이 됐다. 하지만 이는 모두 옛날이야기다. 새로운 주인을 만나 현재는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 되었으니 말이다.

조양방직의 운영자인 이용철(54) 씨는 친한 친구로부터 한 폐공장 인수를 권유받았다. 그 폐공장이 바로 조양방직이였다. 이 씨는 이미 서울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던 터라 제안을 거절했지만 조양방직을 실제로 본 후 바로 그 곳에 마음을 뺏겨 버렸다. 이 씨는 이전에도 빈티지 숍을 운영할 정도로 ‘옛 것’에 대한 애정이 컸다. 이 씨는 “이 건물을 보고 충분히 되살릴 가치가 있는 곳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2017년 이 씨는 폐공장이었던 조양방직을 인수받아 보수작업에 착수했다.

보수작업을 진행했지만 건물 외관상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보수 후 기존에 조양방직이 갖고 있던 부드러운 한옥 양식과 담백한 일본 주택 건물 양식의 조화가 더욱 돋보였다.

조양방직이 위치한 강화군 강화읍에 도착했을 때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유행’을 좇아 찾아오는 카페가 있다는 사실을 의심했다. 고즈넉한 시골 풍경을 간직한 그곳에는 낮은 층의 집들과 좁고 길게 난 오솔길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작은 상가들 사이로 조양방직의 모습이 보였다. 카페의 입구로 들어섰을 때 카페로 개조되기 전 공장이 들어서있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터가 보존돼있었다. 카페건물이 있었고 그 외의 터에는 각종 전시물들이 있어 예스러운 느낌이 한층 더해졌다. 카페 건물은 곳곳에 페인트 벗겨졌고 일부 허물어진 부분도 있다. 건물 외관을 봤을 때 역시 빛바랜 회색 벽 뒤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조양방직 카페 내부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입구에서 맞은편 벽까지 어린아이 열댓 명이 줄을 지어 뛰어가도 족히 몇십 초는 걸릴 상당한 규모를 가졌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수의 손님을 수용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돼 있다. 규모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에서도 과거와 현재를 함께 볼 수 있는 ‘멋’이 보인다. 그 사이에서 1970년대와 1980년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낡고 오래된 오르간과 전화기 그리고 텔레비전이 잘 어우러진다. 건물 내 입구에는 역사를 엿볼 수 있는 블루버드 버스와 전화기 부스 그리고 트랙터 등을 볼 수 있었다. 재봉틀과 수레와 같은 농기구의 존재가 과거에 방직공장이었던 사실을 상기하게 해줬다.

하지만 지붕 사이로 들어오는 자연광을 살리며 어우러지는 여러 무드등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나올법한 테이블과 의자는 앞서 말한 것과 다른 상반된 이미지를 가져다준다. 방직공장에서 사용된 앳된 물건들이 지금은 소품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수많은 방직 기계가 있을 자리에 사람들이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조양방직은 작은 박물관이나 예술관이라 해도 믿을 법하다.

뉴트로를 바라보는 사람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복고 유행을 표현할 때 빠짐없이 등장한다. 우리는 과거 한 시대를 풍미한 패션들이 수 십 년이 흐른 후 다시 최신 유행으로 언급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패션에서뿐만 아니라 문화와 사상 등 우리 삶의 전반에 걸쳐 이어져 왔다. 과거로부터 돌아온 그것을 가리켜 또 새로운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의 뉴트로 열풍은 과거의 것과 현대의 것의 결합이 아주 새롭다는 인식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뉴트로는 늘 우리와 함께했다. 새롭게 생기는 모든 것들은 과거에 그 근원을 두고 과거는 그것을 양분 삼아 다시 한 번 자신의 기세를 떨친다. 이처럼 과거와 현대 옛것과 새로운 것의 구분은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의 형상처럼 구분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의심의 여지 없이 우리는 뉴트로 속에서 살아왔고 살고 있다.

필자가 찾아갔던 ‘조양방직’은 뉴트로를 볼 수 있는 장소다. 복고라고 할 수 있는 방직 공장의 모습과 새로움을 볼 수 있는 카페의 모습이 잘 섞여 있기 때문이다. 약 1천5백 명의 공장 인부들이 땀 흘려 일하던 아 곳에 현재 하루 약 3천 명에서 5천 명이 드나든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부터 연인 그리고 요즘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유튜버를 포함한 인플루언서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필자가 조양방직 카페를 갔을 때 역시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기고 있었다. 20대에서 30대로 보이는 사람들은 방직공장에 사용된 기구나 여러 의자 중에서도 영화 <택시운전사>에 나올법한 이발소 의자와 사진을 찍고 신기해하기도 했다. 50대에서 60대로 보이는 사람들은 조양방직 카페에 있는 영사기로 보여주는 찰리 채플린과 같은 영화를 보며 함께 먹거리를 즐기곤 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한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가 가는 것이 아니라 내부와 외부를 오가며 구경했다. 특히 야외에 사람이 쉽게 드나들 수 있을 만큼 커다란 금고 건물을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안에 들어가서 좋은 기를 받으라는 의미에서 지금도 개방하고 있다. 조양방직 카페 마감을 하는 시간까지 여러 사람은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했으며 마감 시간과 함께 모두 우르르 나왔다.

조양방직 외에도 폐건물 및 폐공장과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공간을 기존의 장점과 특색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인천광역시 부평구 십정동에 있는 ‘Cafe Valor’도 예시로 볼 수 있다. 기존에는 철강공장이었으며 인천광역시에서 탄생한 첫 개조 카페다. 더불어 인천광역시 서구 가좌동에 위치한 ‘코스모40’ 역시 큰 화학공장이었다. 지금은 전시회장 같은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기존의 공간이 활용돼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재탄생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뉴트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을 위한 최선의 방법

우리는 ‘뉴트로’라는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통해 기존의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뉴트로가 요즘 많이 뜨는 문화이기에 많은 사람이 찾는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뉴트로와 함께 하고 있다. ‘지금’도 단 1분 또는 1초만 흘러도 지금이 ‘과거’가 된다. 우리의 과거와 현재는 앞으로는 또 새로운 과거와 현재가 될 것이다. 뉴트로는 이미 존재했던 생활양식이며 우리는 그것을 발견한 것일 뿐이다.

뉴트로는 도시재생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기존의 도시재생사업의 양상은 도시가 간직한 역사를 흔적을 남기지 않고 없애버린 후 새로운 것들을 인위적으로 그 위에 얹는 식이었다. 이는 도시재생사업과 반대로 해당 지역이 갖는 가치가 떨어지면 완전히 철거해 재개발을 진행하는 도시정비사업을 선택하는 때도 있기 때문이다.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절차는 약 10가지 정도가 있다. 더불어 기존의 건물을 건축하기 위해 투자하는 금액과 허물기 위해 투자하는 금액 그리고 새로운 건물을 세우기 위한 금액을 더하면 상당하다. 도시정비사업을 선택하더라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앞서 말한 ‘뉴트로’를 적용하는 것이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있어 더 나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도시재생사업은 현재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과 관련돼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큰 부담감을 안을 필요가 없으며 도시재생사업이 큰 부담감을 주는 것도 아니다. 쉽게 ‘뉴트로’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공간을 리모델링해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치를 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옛것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박채현 기자  bcheyon99@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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