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가수 정준영이 불법 촬영물을 촬영 및 유포했다는 내용을 담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3년간 10여명의 여성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한 정준영은 카카오톡을 통해 이를 주변 지인들에게 유포했다. 또한 승리와 용준형을 비롯한 여러 연예계 주요 인사들이 정준영과 불법 촬영물을 주고받은 정황이 포착되며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2015년 8월 워터파크 몰카 사건을 시작으로 불법 촬영물은 꾸준히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흔히 ‘국산 야동’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불법 촬영물은 지금도 여러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불법 촬영물 범죄 발생 건수는 2011년 1천 3백53건에서 2017년 6천 4백70건으로 다섯배 가까이 증가했다.

불법 촬영물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뜨거워지자 지난해 11월 정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했다. 본 개정에는 복제된 불법 촬영물에 대한 처벌을 확대하고 촬영과 유포에 대한 동의를 구분하는 등 많은 변화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바로 불법 촬영물의 소지 규제이다. 촬영과 유포에 있어 가해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불법 촬영물을 소지 및 소비하는 것에 관한 처벌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연히 불법 촬영물을 소비할 수는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를 처벌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를 소지하는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불법 촬영물에 대한 반복적 소비를 묵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영상을 보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그것을 보관하는 것은 고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의도가 담긴 죄는 의심할 바 없는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영상을 소지하게 된 정준영의 카톡 대화방 일원들이 이를 단지 웃음거리로 소비하는 발언을 일삼았지만 형법상 명예훼손죄 이상의 처벌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13일 공식 성명을 통해 “비동의 촬영과 유포를 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유포된 영상을 공유하거나 시청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목소리가 남성사회 내부에서 나와야 한다”고 발표하는 등 불법 촬영물의 소지 및 소비 규제에 대한 시민 사회의 요구 또한 커지고 있다.

소지자에 대한 엄벌은 반드시 행해져야 한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또다른 ‘정준영’을 막기 위해 불법 촬영물 촬영 및 유포와 관련된 더 많은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 정준영을 비롯한 대화방의 일원들이 웃으며 불법 촬영물을 소비하던 그 시간 동안 피해자들이 죽음보다 괴로운 시간을 견뎌야 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일각에서는 불법 촬영물의 촬영 그리고 관련 발언에 대한 규제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자신의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불법 촬영물은 엄연한 범죄다. 기본권을 침해하는 표현의 자유는 존재할 수 없다. 이번 정준영 사건이 국내 불법 촬영물 근절을 위한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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