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거센‘먹방’ 열풍이 불고 있다. 음식 관련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이 쏟아지고 한 연예인의 먹방으로 전국의 곱창이 씨가 마를 만큼 먹방의 인기가 뜨겁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먹방의 유행이 비만을 조장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지난7월 보건복지부는‘국가 비만 관리 종합 대책’을 발표해 폭식을 조장하는 방송프로그램을 규제하겠다고 나섰다. 실제로 먹방과 비만의 상관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사례가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 음식 사진을 본 사람의 욕구와 관련된 뇌의 신진대사가2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먹방 규제에 반대하는 여론이 팽배하다. 반대하는 여론의 네티즌들은“먹방을 보면 대리만족이 되므로 오히려 식욕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4월 경희대 조리외식경영학과에서 최근6개월 이내 먹방 시청 경험이 있는 성인273명을 대상으로 먹방의 시청 동기를 조사한 결과‘식탐’과 달리‘대리만족’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대리만족이 먹방의 주된 시청 동기일 뿐만 아니라 시청자가 그 효과도 체감한다는 의미이다. 먹방을 보고 어떻게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까?

김지연(심리) 교수는 먹방을 보고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뇌 속의‘거울 뉴런’의 작용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거울 뉴런이란 타인의 행동을 바라보기만 해도 그 행동을 직접 할 때와 똑같이 활성을 내는 뇌 속의 신경세포를 말한다. ‘공감 세포’라 불리는 거울뉴런을 통해 우리는 타인을 모방하고 공감할 수 있다. 김 교수는“먹방 시청을 통해 다른 사람이 음식을 먹으며 행복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게 된다”며“이때 거울 뉴런이 발화해 내가 음식을 먹고 있는 것처럼 행복감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먹방 시청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행복감이라면 대리만족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음식으로 행복감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 마음보고서>에서 하지현 교수는 사람들이 먹방을 보는 이유로 정신적 허기를 꼽았다. “갓난아기였을 때를 상상해보자. 엄마의 젖을 물고 있을 때는 (중략)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정서적 만족을 느끼는 동시에 배도 불러 육체적인 허기까지 해소할 수 있다” 하 교수에 따르면3세 이전에는 육체적 기억과 감정적 기억이 한데 뒤엉켜 저장된다. 그래서 우리는 정서적 결핍이 발생했을 때 포만감이라는 육체적 만족을 떠올리게 된다. 간접 경험에 대한 시청 동기는 불안한 정서를 음식으로 위로 ]받으려 하게 되고 다이어트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먹방을 선택하게 된다. 그들이 먹방으로 대리 만족이 가능했던 이유는 먹방으로 얻고자 한 것이 육체적 포만감이 아니라 정신적인 결핍이기 때문은 아닐까?

현재 먹방 규제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난무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이다. 사람들이 왜 그토록 먹방과 음식 프로그램에 집착하는지 자문해 볼 때 초점은 대상인‘먹방’의 위험성이 아닌 주체인‘사람'에 대한 이해에 있어야 한다. 먹방을 단순히 식욕 자극을 위한 콘텐츠로 바라본다면 먹방 규제의 필요성에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이 누군가에게는 먹방이 정서적 포만감을 충족하는 창구이자 위로의 콘텐츠이다. 건설적인 논의를 지속하기 위해서 우리는 현상의 다양한 측면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통찰은 사람에 대한 애정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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