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에 뿔난 청년단체들

지난달 25일 새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에서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상여금과 7%를 넘는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하도록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이어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 5일 청와대 국무회의 의결까지 이뤄져 내년도 최저임금의 적용이 확정됐다.

개정안의 환노위 통과가 알려지자 청년단체와 노동계에서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청년단체들과 양대 노총은 이번 개정안을 ‘최저임금 삭감법’으로 규정하고 광화문과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국회를 규탄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특히 ‘청년유니온’은 개정안의 환노위 통과 직후 이번 개정안은 저임금 노동자가 받을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한다며 “국회가 청년들의 임금을 삭감해 청년들에게 실망과 불안을 안겨주는 법안의 처리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청년정책네트워크 ‘너머’(이하 너머) 또한 지난달 29일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규탄 시위를 진행하는 등 여러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다.

이처럼 청년단체들이 이번 개정안에 반발하고 있는 이유는 개정안이 적용되면 내년도 최저임금의 인상 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정안이 최저임금에 적용되면 인상 효과가 법정 인상율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청년유니온의 김영민 사무총장은 “복리후생비를 일률적으로 최저임금 범위에 산입하는 것은 최저임금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은 모든 노동자가 최소한의 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은 인상에 따른 효과를 일부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너머 측은 이번 개정안이 적용되면 사업장의 ‘꼼수’가 더 성행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현재까지 일부 사업장에서 법으로 정해진 최저임금과 각종 수당 등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편의점과 음식점 그리고 주유소 등과 같은 사업장의 7.6%가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너머의 신민주 대표는 “국가가 오히려 편법을 장려하고 있다”며 “관련법이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는 와중에 이번 개정안을 청년들에게 필요한 법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함께 두 단체는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임금 구조에서 개정안이 기인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임금 체계상 임금의 상당 부분은 기본급이 아닌 수당이 차지하고 있다. 임금의 인상도 수당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이 적용되면 기본급보다 수당을 더 많이 지급받는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혜택이 줄어들게 된다. 수당의 차지 비중과 인상 효과의 저하가 서로 비례하기 때문에 더 많은 수당을 받을수록 인상 혜택이 더 많이 줄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기본급을 현재보다 대폭 인상해야만 이번 개정안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학우들이 본 최저임금법 개정안

우리 학교 학우들은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가장 먼저 정계와 재계의 주장에 동의하는 학우들이 있었다. 앞서 정계와 재계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고임금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의 인상에 편승하는 것을 막는 한편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생존 또한 도울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개정안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될수록 기업 경영진들의 부담이 증가하고 그 여파로 고용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우는 “통상적으로 해석되는 성과금의 개념이 아닌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기본급에 넣는 것 자체는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개정안이 최저임금의 인상 효과를 어느 정도 감소시켜주기 때문에 기업의 부담이 어느 정도 절감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황병수(화공·3) 학우는 “이번 개정안이 기업의 경영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특히 중소기업 경영진들의 부담을 줄여 경제 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다면 최종적으로 노동자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번 개정안이 노동계의 주장처럼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하는 학우들도 있었다. 김형석(심리·2) 학우는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는 비율이 감소한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며 “가정이 있는 노동자들에게 생각해본다면 그들이 받는 연 2백만 원대의 임금은 턱 없이 부족한 액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정안의 적용 기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동연(미디어·2) 학우는 “개정안이 적용되는 기준을 연임금 2천 5백만 원으로 나누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고 본다”며 “이번 개정안이 노동자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나라의 임금 체계가 갖는 문제에 관해 조금 더 근본적인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우들도 있었다. 장호영(전자·4) 학우는 “기본급이 기본적으로 높은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기본급을 올린다면 이번 개정안이 나쁘지는 않아 보일 것이다”며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 구조와 연관을 시켜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법 개정안,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지난해 대비 16.4%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인해 국내 고용 시장에서는 급속한 변화가 일어났다.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따른 고용 불안정이 심화된 것이다. 이에 ‘최저임금 1만원’이 현 정부의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돼왔다.

김정호(경제) 교수는 이번 개정안의 배경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최저임금의 인상 효과를 줄이려는 취지로 논의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가 최저임금의 인상 수준을 조절하면서 장기적으로 관망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저임금을 1만 원까지 인상하려면 매 해 15% 수준으로 인상해야 달성이 가능하지만 국내 고용 상황이 현재보다 더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약 이행과 고용 안정의 두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위해 이번 개정안이 대두된 것이다. 임찬영(경제) 교수 또한 “이번 개정안이 만드는 파생 효과를 보면서 최저임금 인상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기업의 입장에서 이번 개정안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준수하면서도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 활로로 볼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소상공계와 같이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들은 현재와 같은 높은 수준의 임금을 제대로 지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가 강제적으로 인상된 최저임금의 지급을 명령하면 그러한 기업들은 살아남을 수 없는 실정인 것이다.

한편 청년의 입장에서도 이번 개정안은 최저임금의 인상과 함께 늘어났던 고용 불안정성을 어느 정도 타개해줄 수 있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청년 노동자들은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지 않아 고용 이후 해고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현실이다. 특히 임금이 인상 정도는 그 가능성과 비례한다. 임 교수는 이와 함께 “청년들의 입장에서도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인상할수록 오히려 역효과가 더 커질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두 교수는 최저임금과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형적인 우리나라의 임금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통상임금의 산정에 관한 논의를 시작으로 임금 체계의 개편에 관한 논의가 시도됐으나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은 실정이다. 이에 개정안 통과 직후 일각에서는 임금 체계의 개편도 동시에 진행됐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에 관한 효과에만 사회적 관심이 집중돼있는 것 같다”며 “최저임금 외에도 사회보장체계의 구축과 같이 더 큰 범위에 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 또한 “점진적인 연구를 통해 임금 체계의 개편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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