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개봉된 지 2년이 지난 영화 ‘내부자들’은 긴장감 있는 시나리오와 통쾌한 결말로 많은 관객의 호평을 샀다. 국회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대기업 회장과 언론사 주필 그리고 깡패가 공모와 배신을 반복한다. 언뜻 보면 여타 영화들과 다를 바 없는 ‘권선징악’식 정치 누아르 영화 같아 보이지만 영화 내부자들은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폭력과 권력이 아니다. ‘조국일보’를 중심으로 한 언론이 줄거리의 핵심이다.

반듯한 원고지와 잘 깎인 연필로 사설을 써내려가는 이강희 주간은 영화의 가장 핵심 인물로 보아도 무방하다. 그는 몇 마디의 말과 문장 몇 마디로 대중을 움직였고 이를 통해 앞서 소개된 이들을 움직였다. 대중의 시선과 말은 그 자체로 힘을 가진다. 이 주간이 쓴 글을 통해 사람들은 이 주간이 원하는 시선을 가지게 됐고 이러한 가치관에 경도된 대중은 그에 맞춰 행동하게 됐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라틴어에 어원을 두고 있는 이 구절은 사전적인 의미로 ‘사고와 언론 그리고 정보의 전달은 직접적인 폭력보다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펜이 칼이 되는 순간 ‘내부자들’은 영화가 아닌 현실이 된다. 2016년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의 스캔들에 관한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됐다. 사실상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시발점이 된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남상태 ▲(전) 산업은행 회장 겸 행장 민유성 ▲(전) 조선일보 주필 송희영의 사적인 관계가 밝혀지며 언론과 관직 그리고 기업 간의 유착관계가 물 위로 떠오른 것이다.

2008년 민 전 행장과 송 전 주필이 뉴스 커뮤니케이션 박수환 대표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26억 원의 홍보계약을 따낸 시점에 3인 골프여행을 떠났다. 실제 해당 시점 송 전 주필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우호적인 사설을 게재했다. 남 전 사장과 송 전 주필의 인연은 2008년 4월부터 시작된다. ‘대우조선의 진짜 소유주가 누구인데’라는 제목의 대우조선 매각 방식으로 남 전 사장이 구상하고 있던 국민주 공모 방식을 지지하고 있는 칼럼이었다. 이후 남 전 사장은 감사의 의미로 송 전 주필에게 고가의 시계를 선물하기도 했다.

2008년 리만브라더스 파산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산업은행 행장이었던 민유성 전 행장은 리만브라더스에 대한 인수계획을 밝혔다. 이에 송 전 주필은 리만브라더스 인수가 경제적으로 이익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설을 작성한 바 있다. 리만브라더스 서울 지점 대표로 근무한 후 퇴직상여금으로 6만 주를 받은 민 전 행장의 신상을 고려해본다면 의심스러운 연관성을 유추할 수 있다.

2년이 지난 얼마 전 송 전 주필에 대한 1심 법원의 선고가 내려졌다. 1심 재판부는 송 전 주필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 그리고 추징금 147만 원을 선고했다. 또한, 일부 기간 동안 작성한 기사는 청탁과 그에 대한 대가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앞선 두 사례를 포함한 대부분의 기사 청탁 관련된 사안은 불인정하여 애초 검찰이 주장했던 이들의 유착관계가 대폭 축소됐다. 법원의 합리적인 판단에 대해서는 인정해야 되는 부분이지만 이들 간의 유착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의 합리적인 의심은 할 수 있는 사안이다.

언론의 펜대는 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언론은 일반 사람들의 접근도가 낮은 정보를 정확하고 중립적이게 전달해야 하며 이를 통해 공익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 그러나 영화 ‘내부자들’과 앞선 사례들의 언론은 전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영화 내부자들을 마냥 재미있게 보지 못하고 영화가 끝난 뒤 알게 모르는 찜찜함이 남겨진 이유일 것이다. 현재의 언론은 여러 가지로 문제점이 많다. 또한, 견제 수단도 사실상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에 이러한 문제를 언론을 수용하는 대중에게 떠넘기기 이전에 언론을 공급하고 생산하는 언론인들의 도덕적 잣대 재설정과 자정 작용을 통해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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