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공청회에서 박수빈 부후보는 ‘아주대 학생 사회가 무너져가고 있다’며 ‘물론 이전 학생회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한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는 할 수 있지만 다양한 이유로 인한 결과라고 생각 한다’고 최종발언을 했다. 박 후보가 언급한 다양한 이유는 무엇을 의미할까? 과연 학생회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과거 학생회를 통해 학생회의 사회참여를 돌아보다.

현재 학생회의 주요 역할은 ‘학생 복지’ ‘학생 편의’이다. 물론 학생 복지와 편의 사업은 학생회가 우선으로 생각하고 중요하게 다뤄야한다. 하지만 학생회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학생 복지와 편의사업뿐일까? 그 해답을 과거 사회적 참여가 활발했던 90년대 우리학교 총학생회의 모습에서 찾아보려 한다. 93년도 13대 총학생회 회장 김기일 선배님(사회·90)과 94년도 14대 총학생회 회장 김명욱(기계·87)(전 수원시의원) 선배님을 만나 그 당시 학생회의 모습과 그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김명욱(기계·87) 선배님에게 그 당시 학생회에 대해 직접 들었다.
김명욱(기계·87) 선배님에게 그 당시 학생회에 대해 직접 들었다.

 

Q. 그 당시 학생회의 사회 참여 활동은 어떤 것이었고 이에 대한 학우들의 반응은 어땠나?

A. 김명욱: 사회 참여 활동에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었다. 우선 등록금 인상 문제는 비상대책위원회나 대책학생회를 세워서 단과대학 학생회 차원에서 운동을 진행했다. 총장실을 점거 해 등록금 두 자리 수 인상을 한자리 수로 동결시켰다. 또한 그 당시 학식의 양과 질은 그대로인데 값만 인상되어 문제가 됐다. 이에 총학생회와 학우 50여명이 항의의 의미로 총장실에 식기를 던지는 등 직접적으로 분노를 표출했고 결국 동결됐다. 그러한 결과는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는 학우들을 비롯해 암묵적으로 지지해주는 학우들이 많았기에 가능했다.

김기일: 사회 참여 활동에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 중 ‘쌀 수입 개방’ 문제에 대해 미약하게나마 농성에 참여하여 학우들과 함께 목소리를 냈다. 모든 사회문제에 참여할 수는 없었지만 집회 지원과 연대 사업 활동 및 부대사업 등을 진행했다. 학우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우호적이었다. 쌀 수입 개방 당시 수원역 광장 앞에 많은 학우들이 참여하여 가득 찰 정도였다.

 

Q. 현재 총학의 활동은 ‘학생 복지와 편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표적으로 시험기간에 학생들에게 간식을 제공하는 사업이 있다. 이렇듯 현재 학생회의 역할이 복지문제에 집중돼있는 것에 대한 생각은?

A. 김명욱: 현재 학생들이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사회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다. 학생회는 ‘가교’ 역할을 하여 학생들이 사회에 대해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한다. 예를 들어 선거 기간에 시장후보자를 초청한 공개 토론회를 진행해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우리 학교 기숙사에 지원을 해 달라”거나 “우리 학교 학생들에 기업 할당제를 진행해 달라”는 등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레 정치참여를 할 수 있다.

김기일: 그 당시 복지 공약을 내세워 당선이 되면 ‘기회주의’ 또는 ‘시대 영합주의’로 여겼다. 복지사업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회비는 큰 자금인데 그러한 자금으로 누구든 복지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학생회는 ‘누구든지’가 되서는 안 된다. 학생회는 지역사회의 환경과 노동 또는 시정에 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예를 들어 수원시 재정을 학생들의 편의 또는 학교 인근 안전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써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즉 학생회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있어야 하고 학생회는 그에 대한 답을 주어야 사회참여 또한 구체화 될 수 있다.

 

Q. 학생회의 사회참여 활동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A. 김명욱: 등록금 인상과 일자리 부족과 같은 문제는 개인적인 노력으로 해결 되는 것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통한 힘이 필요하다. 즉 개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개선하려는 의식을 가진 조직된 힘은 학생 자치기구인 학생회의 주요 역할이다. 이러한 힘을 통해 주도적으로 나서서 학생들이 원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기일: 학생회는 사회참여가 진정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와 어떻게 진행해야 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학생회는 사회참여활동이 학생회만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닌 학생회의 궁극적 목적인 학우와 관련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과거 대학생들은 ‘민주화’를 위해 ‘시위’를 통해서 사회참여 운동을 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현재는 정치적 문제가 아닌 경제적인 문제, 즉 취업난과 등록금에 대한 해결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들은 학생 개개인의 목소리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적 차원의 문제이다. 따라서 학생회는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학생회의 사회 참여, 현재 진행 중

지난해 광화문에서 촛불시위가 일어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분노의 촛불은 이화여대(이하 이대)에서 시작됐다. 이대 학우들은 당시 재학 중이던 정유라의 부정입학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고자 시위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됐고 광화문 촛불행렬로 이어졌다. 학생회와 학생들의 주도로 시작된 시위가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발전한 것이다. 박예빈(이대·16) 학우는 “학생회와 학우들이 앞 다투어 시위를 벌였고 학생회는 공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표명해주었다”며 시위의 과정을 밝혔다. 또한 “학우들이 학내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공론화하는 것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주체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자랑스러웠다”고 덧붙였다.

고려대학교(이하 고대) 47대 안암 총학은 알바노조, 장애인권위원회, 성 소수자 동아리 ‘사람과 사람’ 등과 연대하며 사회적 문제에 해결에 관심을 두고 있다. 고대 총학생회는 미화노조 파업 당시 노동자들과 함께 밤샘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50대 고대 안암 총학생회 선본 ‘ABLE’은 청소·주차·경비 노동자와의 연대, 양성평등센터 및 인권센터 개선과 같이 학생회가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공약을 내세웠다.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 사회대는 내부적으로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확대하고자 노력한다. 신영채(서울대·16) 학우는 “개인 개인이 모여 사회의 방향과 모습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동체가 겪는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서울대 사회대는 농촌 체험 활동도 탈핵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밀양 농촌과 연계해 탈핵을 논의하며 사회적 소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학우들이 사회문제를 어렵지 않게 느끼도록 하기위해 '술을 강권하지 말자', '고정된 성역할의 재생산을 주의하자'와 같은 내규를 만들어 지키고자 노력한다.

 

학생회의 사회참여에 대해 우리학교 학생회에 묻다.

앞서 다른 학교 학생회의 활발한 사회 참여활동을 살펴봤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학교 학생회의 사회참여는 어떤 모습인지 사회대 회장 전찬영(행정·4) 학우와 전 정외과 회장 김한글(정외·4) 학우를 통해 알아봤다.

전 학우는 학교 구성원들이 교내 문제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대에서는 장애 학우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서 논의된 문제점들을 장애학생지원센터에 알렸다. 그 후 학교와의 논의를 통해 교내 식당에 ‘직원 호출 버튼 설치’, 신학생회관 1층 옆문에 ‘장애학생 전용 출입카드 리더기 설치’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개선했다. 단과대 차원에서도 사회참여를 위한 발돋움을 시작한 것이다.

김 학우도 학과학생회의 사회참여 활동으로 광교 청소년 수련원에서 입법 활동을 하는 의회 동아리에게 멘토링을 진행했다. 그러나 학생회비로 멘토링을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학과학우들의 반발이 우려되어 지속적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김 학우는 “지난해 시국선언을 위한 버스대절을 학생회비로 진행해 학우들의 반발을 샀다”며 “이것이 학우들 인식의 현실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전 학우는 “학생회에서 사회참여를 기획하더라도 학우들의 반응이 없다면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학우는 “학우들이 취업·스펙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갖고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두 학우는 학생회의 일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되살려 “학생회는 사회참여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학우는 “학생회가 단순히 복지 사업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교육의 질을 어떻게 높일지 등록금 어떻게 줄일 지와 학교의 수익구조모델을 학생회 차원에서 제시한다면 더 나은 학생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함께일 때 빛나는 사회참여

학생회는 동아리나 소학회와 달리 ‘학생 결집’과 ‘학생 단결’이 가능한 유일한 학생자치 기구다. 학생 결집과 학생 단결은 사회적 참여를 이끌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즉 학생회는 학우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문제를 다룰 수 있는 힘이 있다.

현재 학우들의 고민은 대개 사회 구조적차원의 문제로 이에 관심을 보이고 해결하는 것이 학생회의 근본적인 ‘복지’다. 앞으로의 학생회는 학우들이 진정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에 대해 주의 깊게 듣고 이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또한 사회적 차원의 고민을 모아 학생회의 이름으로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낸다면 학우들의 학생회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높아질 것이다.

대학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사회로 나가기위한 준비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사회적 책임의식이 있는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학생의 시각으로 사회문제에 접근하는 능력과 관심을 키워야한다. 학우들은 스스로 학생회의 주체라는 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학교 안팎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학생회를 학우들을 위한 봉사자라고 생각하기보다 함께 학생사회를 꾸려나가는 동반자로 생각하고 사회를 향한 첫 발을 내딛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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