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장소, 낯선 사람은 항상 우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처음 만난 도유리(경영·2) 학우, 한예지(경영·3) 학우와 함께 이름만 알던 도시 군산으로의 동행을 시작했다. 군산으로 가는 길은 사뭇 먼 길이었다. 일상에서 멀어질수록 소학회와 동아리 그리고 학점 등의 고민에서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마침내 도착한 군산은 우리학교나 집주변과 달리 고요했다. 정지된 도시에서 우리만 분주히 움직이는 여행자였다.

 

그 집들이 콩나물 길 듯 주어 박힌 동네 모양새 에서 생긴 이름인지, 이 개복동서 그 너머 둔뱀이〔屯栗里〕로 넘어가는 고개를 콩나물고개라고 하는데, 실없이 제격에 맞는 이름이다.

-채만식 「탁류」 中-

 

역사적 아픔이 깃든 군산의 모습

위 인용구의 개복동은 군산 항쟁관이 위치한 곳으로 탁류가 작성될 당시인 1930년도에는 매우 낙후된 동네였다. 어느정도였냐면 탁류에서 개복동은 100년이 지나도 정상적인 문화생활을 이어나가기 힘들 것같다고 묘사했다. 물론 약 90년이 지난 지금 콩나물고개는 그 당시 역사를 보여주는 문화의 관광지가 되었다. 군산에는 탁류길이 있는데 이는 군산의 원도심을 중심으로 일제시대 남겨진 역사 흔적을 볼 수 있게 구성된 길이다. 탁류길을 걸으며 초봉과 계봉 그리고 정주사 등 소설 속 인물의 조각상도 볼 수 있었다. 고등학생때 공부한 소설 탁류의 내용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그 안타까운 비극적 내용은 허구가 아닌 당대 사회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옛 군산세관은 현재 호남관세박물관으로 새롭게 개장했으며 일제강점기시절 통관관리와 세금징수를 했던 곳이다. 1910년 한·일합방이후 바로 이곳에서 일제의 수탈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냥 웃으며 사진 찍을수 없었다. 세관에서 나와 우리는 군산근대미술관에 도착했다. 군산근대미술관은 문화재 야행 개방시설이라 늦은 시간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강제징용된 한국인의 사진들과 일본으로 수출되는 쌀가마니들과 같은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도 있었으며 한국의 얼인 아리랑과 군산의 이미지를 합쳐낸 작품들도 있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우리에게 군산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군산은 개항되며 일제의 쌀 수탈의 현장이 되었고 그러한 수탈과 핍박에 우리 민족은 맞섰다. 한강이남 최초의 만세운동은 바로 군산에서 이루어졌다. 이는 군산 3·5 독립만세운동으로 군산 영명학교와 군산 멜볼딘여학교가 중심이 되어 일어난 독립만세운동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영명학교의 교실과 그 당시가 재현된 거리를 걸으며 나도 마음속으로 만세를 외쳤다. 박물관에는 독립영웅관도 있었는데 도 학우는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기록을 보며 만약 내가 그때 그 시절에 있었다면 그들처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존경심을 표했다. 가슴속에 무언가 응어리를 안고 우리는 군산 항쟁관을 향했다. 항쟁관은 우리 민족이 어떻게 항거했고 어떻게 일제에 의해 고문당했는지 나와있었다. 고문현장이 묘사돼 있었고 직접 고문 체험도 해볼 수 있었다. 고문은 상상이상으로 잔인했으며 우리의 조상은 용감했다. 그분들에게 감사해야 하는 마음을 일상 속에서는 잘 잊어버리는 것 같아 죄송했다.


군산의 맛집들

중동호떡은 군산서 3대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호떡집이다. 호떡을 시키고 기다리는데 벽면에 호떡 맛있게 먹는 방법이 적혀있었다. 호떡 중간부분을 뜯어서 먹고 윗 껍질을 다 먹었으면 남은 아랫부분을 돌돌 말아먹으면 된다. 그 방법대로 먹어본 호떡은 달았고 시중 호떡과 다른 맛이 났다.

복성루는 전국 5개짬뽕집 중 하나이다. 분명 군산엔 사람이 없었는데 복성루 앞엔 길게 줄선 사람들이 있었다. 계획했던 일정을 소화할수있을까 걱정반 이렇게 줄설정도로 맛있을까 기대반으로 우리도 줄을 섰다. 가을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그렇게 1시간 반의 기다림끝에 복성루에 들어갈 수 있었다. 원래 맛있는지 기다려서 맛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린 만족했다. 장사가 잘되서 그런지 복성루는 4시까지만 손님을 받는다. 우리가 거의 4시에 복성루에 들어갔고 그 뒤에 줄이 있었으나 융통성있게 뒷 손님까지 다 받았다.

이성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다. 본관과 신관으로 나뉘어 있는데 본관에서는 주 메뉴를 판매하고 신관은 사이드 메뉴를 판매하며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본관의 메뉴 단팥빵과 야채빵은 몇시간이고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많고 나머지 메뉴는 기다리지 않고 구입할 수 있다. 처음엔 줄을 서며 기다렸지만 놀이공원 줄처럼 길어지는 모습을 보고 다른 빵을 먹기로 했다. 빵의 제작과 포장 등 분업화 돼 있는 모습이 전문적이게 보였고 우리가 실수로 흘린 밀크쉐이크를 되려 옷에 묻었나 걱정해주며 다시 담아주는 모습을 보고 동시에 인간미도 느꼈다. 우리는 지인에게 줄 빵을 담은 이성당 포장지를 들고 이성당을 나왔다.

추억의 장소 군산

 

숙소로 가던 중 초원사진관을 보았다. 초원사진관은 8월의 크리스마스 영화의 촬영지로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 학우는 초원사진관의 아기자기한 느낌이 좋고 옆면의 벽들에 시가 써져있는게 마음에 와닿았다고 한다. 군산은 근대 문화의 도시답게 특색있는 건물들이 많았다. 옆 건물로부터 빔프로젝터가 비춰져 벽면에 옛 영화의 포스터가 보이는 건물도 있었고 벽면에 시가 써 있는 건물도 있었다. 또 시가 써 있는 담벼락도 있었다. 군산에서는 비단 일제의 역사뿐 아닌 가까운 과거의 모습도 볼수 있었다. 한 학우는 옛날 영화관 등 밤에 조명으로 표현된 모습을 보고 군산이 예전 모습을 잘 보관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여행지는 경암동 철길마을이었다. 철길을 따라 이어진 컨테이너박스와 낡은 2층집 건물들을 보며 옛 생각에 마음이 푸근해졌다. 지금은 운행이 중단됐지만 1940년대부터 2008년까지 기차가 운행됐다고 한다. 오랜기간 우리민족을 데리고 달렸던 기차가 이제 푹 쉬기를 바란다. 도 학우와 한 학우는 이번 군산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오래 남을 코스는 철길마을이라고 했다. 철길을 따라 걷는 느낌이 좋았고 그 옆에 글귀도 좋았으며 어른들이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어린시절을 회상하는 그 장면이 따스히 다가왔다고 한다. 철길은 철길마을을 넘어 주차장과 횡단보도까지 쭉 이어져있었다. 그렇게 철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덧 군산 여행도 마무리되고 있었다.

 

여행을 마치며

두 학우: 늦가을의 군산여행은 현재의 우리를 정리하고 미래에 무엇을 할지 정리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책으로만 본 역사를 잠시나마 걷고 체험하고 느끼며 우리도 그 분들의 지혜를 바탕으로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학보사 여행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많은 생각과 좋은 경험을 받았고 경영대 학우들이 경영대 프로그램들 뿐만아니라 학보사같은 다른 활동들을 참여함으로써 우리처럼 많은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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