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를 고수하던 소비자들이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보다 개성 있고 트렌디한 카페로 말이다. 확고한 취향과 기호를 갖춘 소비자들은 대형 프랜차이즈와는 차별화된 맛과 공간을 선호한다. 커피에 대한 입맛이 까다로워지면서 특색 있는 로스터리 카페를 찾고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의 취향을 어필하기 위해 ‘힙한’ 카페를 찍어 업로드한다. ‘좋아요’를 받고 공유되는 카페들은 인스타그램카페와 맛집카페 그리고 이색카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열렬히 소비된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트렌디한 카페들

허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요즘 카페들의 실상이 좋지만은 않다. 카페 시장의 과포화와 경쟁 과열로 인해 많은 카페들이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카페 수가 9만 여 개나 된다. 편의점과 치킨집을 합한 것보다 많은 상황에서 카페들은 ▲대형 프랜차이즈의 위협 ▲홈카페 시장의 대두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 등 갖가지 악조건을 견뎌내기 어렵다. 이 와중에 독특한 카페들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어 경쟁력을 공고히 하는 것 역시 난제일 뿐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통계에 따르면 10개 중 7개 카페가 5년 내로 폐업하고 있다. 잠깐의 유행에 의존한 채 경쟁력을 지속하지 못한 카페는 금방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주목받는 카페들이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그 답을 찾고자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사람들은 왜 프릳츠로 향할까

카페 애호가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카페가 있다. ‘프릳츠 커피 컴퍼니’이다. 마포역 부근 도화점을 시작으로 원서점과 양재점 3곳에 거처를 둔 이곳은 평일 낮에도 수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프릳츠에는 여타 카페와 차별화된 요소들이 포진되어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커피 농장주 ‘아이다 바틀레’와 거래해 만드는 커피 ▲웬만한 베이커리를 압도하는 디저트 섹션 ▲전통 한옥을 재현한 외부 디자인 ▲80년대 다방에 들어선 듯한 공간 분위기 ▲카페의 로고인 물개가 그려진 다양한 상품들까지. 프릳츠는 소비자들의 미각과 후각, 시각을 한꺼번에 사로잡고 있다.

 

 

프릳츠에서 만난 허승우-최혜승 커플은 이곳을 찾은 이유로 독특함을 꼽았다. 승우 씨는 “물개를 활용해서 상품화한 게 굉장히 독특하게 느껴져요. 이렇게 특이한 색깔이 확실하게 있지 않는 이상 카페들이 오래 살아남긴 어려울 것 같아요”라며 운을 뗐다. 옆에 있던 혜승 씨도 그의 말에 동조했다. “맛있고 예쁜 카페는 이제 너무 많으니까요”.

장형승-이지원 커플은 각자 생각이 달랐다. 형승 씨는 프릳츠만의 가장 큰 강점은 인스타그래머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SNS 홍보 마케팅이라고 답했다. 옆에 있던 지원 씨는 자신의 생각일 뿐이라며 조심스레 목소리를 냈다. “저는 결국은 맛인 거 같아요. 장점들은 너무 많지만 사람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건 아무래도 맛 아닐까요?”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한 봉지 가득 빵을 가지고 카페를 나온 문상훈 씨는 프릳츠의 단골이다. 그에게 프릳츠를 찾는 이유를 한가지만 말해달라 하자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몇 초간 고민 후 그는 ‘철학’이라는 다소 심오한 대답을 내놓았다. “커피든 빵이든 분위기든 카페의 모든 것에는 경영자의 철학이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그저 그렇게 만들어진 카페보다 확실한 철학이 깃든 카페가 사람들을 찾게 만드는 것 같아요”.

맛부터 철학까지. 소비자들이 카페로부터 요구하는 것들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가지각색이다. 그렇다고 모든 요구 사항을 섭렵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카페만의 고유한 색깔을 잘 갈고 닦으면 소비자들은 결국 찾아오고 만다.

 

 

 

 

“정답은 없어요. 그냥 노력해야죠”

휘황찬란한 카페들에 비하면 겉보기에 별 거 없다. 공간도 비좁고 테이블도 몇 개 없다. 하지만 이 카페의 진가는 맛을 보는 순간 깨닫게 된다. 아이스 플랫화이트(에스프레소에 미세한 입자의 스팀 밀크를 혼합하여 만든 커피)의 근원지인 카페. 이태원에 위치한 ‘챔프커피’ 얘기다.

챔프커피는 전라북도 무주 출신 삼형제가 운영하는 로스터리 카페이자 원두납품 회사다. 서울로 상경해 각자 다른 일을 하던 삼형제는 오래동안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고 그 답을 커피에서 찾았다. 1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커피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한 결과 챔프커피는 이태원을 대표하는 카페로 성장했다.

챔프커피 삼형제 중 첫째인 하동경 대표는 커피가 곧 챔프커피만의 색깔이자 10년 간 이어져 올 수 있는 근원이라고 말했다. “저희는 그저 우리만의 커피를 만들고 싶었어요. 요즘 트렌드가 뭔지는 관심 없어요. 우리만의 스타일을 고집해 온 결과 챔프만의 커피를 만들 수 있었던 거죠”

물 한 두 방울로도 물감의 색은 달라진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무슨 원두를 쓰느냐 추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이 된다. 한결같은 커피 맛을 유지하기 위해 그는 끈질기게 노력한다. 전세계 농장을 수색해 ‘챔프스러운’ 원두를 찾는다. 원두를 구하면 두 명의 서버 로스터와 까다롭게 테스팅 하며 직원들의 도움으로 30톤에 달하는 원두를 하나하나 핸드픽한다.

외근으로 종일 바쁜 와중에도 하 대표는 두 세시간 마다 매장으로 돌아와 커피 맛을 테스트한다. 맛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지 않기 위함이다. 커피와 어울릴만한 쿠키도 천만원 넘게 들여가며 손수 개발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빚이 불어났는데도 그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커피 맛이 더 좋아질 수만 있다면 같은 옷을 5년 넘게 입는 것 쯤 그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가 이렇게까지 악착같은 이유는 간단하다. 단지 이 일을 오래하고 싶을 뿐이다. “이런 상상을 해요. 아빠랑 아들이 할아버지 단골집인 카페에 오는. 멋있잖아요. 한국에 그런 카페가 어딨어요. 뭐 있을 수도 있겠죠. 근데 외국엔 많거든요”. 그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서울 한복판에서 살아남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그는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왜 오래된 맛집 가보면 옛날 메뉴 그대로잖아요. 카페도 마찬가지예요. 오래가려면 자기 색깔을 지켜야 하고 색깔을 지키려면 기본을 유지해야 하구요. 그게 가장 힘든 일인거죠”.

대화가 끝날 무렵에 다다랐을 때 하 대표는 챔프커피의 의미를 밝혔다. “챔프커피는 최고의 커피를 만든다는 뜻이 아닙니다. 최고의 커피는 없어요. 단지 최고가 되기 위해서 노력할 뿐인 거죠”. 카페 역시 그렇다. 갖은 풍파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선 노력만이 살 길인 것이다. “카페가 계속되기 위한 정답은 없어요. 그냥 노력해야죠.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계속하는 거예요. 노력하지 않는 순간 도태될 뿐이니까요”.

 

 

카페들이 살아남기 위한 정답. 어쩌면 아무도 정의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정답을 모르기에 최선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기에 계속될 수 있다. 프릳츠 커피 컴퍼니 김병기 대표 역시 이렇게 말했다. “우린 그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결과물을 위해 끝없이 노력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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