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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교수의 죽음
  • 윤충렬(경영·91)
  • 승인 2017.10.1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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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입한 단톡방에는 대략 70여명의 우리 학교 선후배가 공식 비공식 모임을 위해 간간히 연락하기도 하고, 또는 일상의 소소한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그중 한 선배는 매일 아침 시 한 두 편을 2년 이상 하루도 빼지 않고 올려주고 있어 삭막한 일상에 작은 위로가 되어 준다. 바쁘다는 핑계로 모든 시를 다 읽을 수도 없거니와 메말라 버린 시심(詩心)으로 인해 이해 못 할 시들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디 가서 매일 시 한편을 볼 수 있으랴…

항상 고마워하던 차에 지난 9월 14일에는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 이란 시가 올라 왔다. (기형도 시인에 대해 몇 자 적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지면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주제에도 맞지 않는 관계로 생략한다. 다만 녹색 검색창에서 검색해 보시길 바란다.) 9월 5일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마광수 교수의 부고가 신문에 나고서 마 교수에 대한 다양한 기사 중에 기형도 시인과의 인연이 나온 부분도 있어 ‘질투는 나의 힘’이란 시를 더 유심히 보게 됐다. 시를 올려주신 선배가 마 교수를 추념하기 위해 기형도 시인의 시를 올린 것인지 아니면 우연한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마 교수의 죽음은 나에겐 충격이었고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91년은 내가 학교에 입학한 해이기도 하며 ‘즐거운 사라’가 처음 출간되고서 바로 간행물윤리위원회의 발행 정지 처분을 받은 해이기도 하다. 일간지는 물론이거니와 방송에서도 책에 대해 옹호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에서 워낙 설왕설래가 많아 나 또한 호기심에 92년 재출간된 ‘즐거운 사라’를 사서 읽은 기억이 있다. 그즈음은 독재의 그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그동안 출간되지 못했던 많은 사회과학 서적과 금서들이 봇물 터지듯 해금되어 출판시장에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고, 물론 흔히 빨간책이라 불리던 책들도 당당히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 ‘O의 이야기’, ‘북회귀선’, ‘소돔 120일’ 등 시대의 모순과 인간의 잔혹성 등을 성적인 코드로 풀어쓴 많은 작품을 접할 수 있었고, 영화관에는 포르노 수준의 에로 영화들도 넘쳐나던 시기였기에 ‘즐거운 사라’ 뿐 아니라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등을 읽었을 때 이 책이 외설시비에 휩쓸리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즐거운 사라’라는 책이 훌륭하다는 말을 하고 싶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의 책을 읽고 불편해할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저 대학교수라는 사람이 채신머리없이 ‘쯧쯧’하고 혀를 차면 그만했을 정도는 아니었을까.

그 당시 우리 사회는 ‘위선적인 성문화를 바로잡자’고 했던 겉보기에도 유약한 한 명의 국문학과 교수에게 돌을 던졌고, 검찰은 음란물 저작혐의로 그를 구속했다. 대법원은 결국 3년여의 법정 시비 속에 95년 ‘즐거운 사라’를 음란물로 확정 판결했고, 이 책은 ‘금서’가 됐다.

윤동주 시인을 재평가하고 기형도와 안도현 두 시인을 발굴한 그 당시 40대의 젊은 국문과 교수를 법원은 사회통념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음란물을 쓰고 유포시킨 범죄자로 확정했고, 이름 석 자를 대면 다 아는 유명한 소설가와 몇몇 종교인은 공중파 방송국 TV대담에서 이 책은 쓰레기라고 평가했다.

마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라고 했지만 결국 비극으로 끝을 맺었다. 마 교수의 죽음 이후 당시 판결을 담당한 검사와 법조인, 유명소설가를 인터뷰한 기사에서 마 교수의 책이 음란물이냐는 질문에 ‘그때와 똑같이 판단할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2017년 대한민국은 너무나 정신없는 나머지 마 교수에게 돌을 던졌던 사람들은 그 일을 잊고 산다. 아니 내가 돌을 던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는 사이 그들은 아직도 명예와 부, 권력을 잡고 있다.

‘선의 반대말은 악이 아니라 독선이다.’

윤충렬(경영·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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