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부부 함께 가입하세요” “전업주부·고령자도 국민연금 가입 ‘봇물’” “연금개혁 못하면 2060년 월급 30% 국민연금으로 내야!” 시대변화에 따른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변화를 보여주는 기사 제목이다. 과거에는 모두의 노후보장 제도에서 현재 모두의 고민거리가 된 국민연금 제도는 이제는 개혁의 시기가 다가왔다고 소리치고 있다.

국민연금 어디까지 왔는가

국민연금은 우리나라의 중심적인 사회보장제도다. 소득이 있을 때 꾸준히 보험료를 납부했다면 나이가 들어 생업에 종사할 수 없어졌을 때나 사고를 당하고 사망했을 때 본인 또는 유족에게 매월 연금을 지급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 국민연금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 18세 이상 60세 미만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민연금 가입자는 총 2천 2백만 명에 다다른다.

예상된 결과였던 국민연금 문제

국민연금 제도는 설계 단계부터 신규가입자를 유치해 기금을 확보하기 위한 저부담·고급여 구조로 설계됐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정부는 1988년 국민연금제도가 처음 시행된 이후부터 두 차례에 걸쳐 개혁을 추진했다. 1차 연금개혁에서는 가입 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인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까지 10% 하향 조절했다. 또 수급개시연령을 2033년까지 5년에 1세씩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 상향 조정해 더 적게 더 늦게 받는 방안으로 개혁했다. 이후 예상보다 급격한 저출산과 고령화가 다가오자 정부는 2차 연금개혁을 실시했다. 이때 소득대체율이 60%에서 40%까지 20%나 크게 감소하면서 용돈연금이라는 오명을 갖게됐다.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35년째 시행 중인 국민연금제도는 두 차례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보건복지부의 제5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1년 적자로 전환돼 2055년이면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최근 국민연금 개혁의 시급성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개혁에 관한 논의는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제도는 2차 연금개혁을 통해 소득대체율이 40%로 감소한 상태다.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제9차 중고령자 경제생활 및 노후 준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 1인 기준 필요한 최소 노후 생활비는 월평균 124만 원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에 20년 이상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보험료를 내도 평균 수급액이 98만 원 정도로 최소 노후 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민연금 공론화자문단으로 활동 중인 경기대 주은선 교수는 “급여 수준이 낮아 노후보장의 중심 제도로서 역할을 하기에는 보장 수준이 너무 미미하다”고 전했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학습지 교사 및 택배 배달 기사 그리고 콜센터 직원 등과 같은 특수 형태의 노동자(이하 특고노동자)들은 고용주와 근로계약을 맺는 것이 아닌 위탁계약을 가진다. 고용주들은 이들을 개별 자영업자로 인정해 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 가입을 보장해 줘야 할 의무를 회피할 수 있다. 라이더 유니온 구교현 위원장은 “배달 라이더들과 특고노동자들은 사업장에 속해서 근로자처럼 일하지만 사측에서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기 꺼려해서 자영업자로 등록시킨다”고 전했다. 이어 구 위원장은 “보험료를 전부 개인이 지급해야 하는 지역가입자로 가입해야 해서 국민연금 자체에 가입하지 않고 유예하는 라이더들이 많다”고 말했다. 즉 다른 근로자들에 비해 노후에 대한 대비가 더욱 부족한 특고노동자들이 국민연금의 범위에서 벗어난다면 추후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사각지대와 노후빈곤 문제에도 국민연금의 책임 주체인 정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회보장제도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정부에서 기금 지원은커녕 국민연금 관리 운영비조차도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운수노조 홍원표 국장은 “국민연금 당해 운영기금 약 600억 중에서 정부는 100억 정도만 지원해 나머지 운영비는 국민에게 돌려줘야 하는 기금에서 조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 국장은 “국가가 지급을 책임지는 국민연금의 특성상 관리 미흡으로 기금고갈 시 나중에는 일본처럼 조세를 걷어 연금을 지급하는데 보태야 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앞서 말한 사각지대에 위치한 노동자들을 제도를 통해 빠르게 보호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연금개혁이 시급한 이유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총 기금이 1000조 이상 모여 정착단계에 있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정착단계라는 말이 무색하게 국민연금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개혁이 시급함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의 수혜자로 여겨지는 현재의 노년층들조차 피해갈 수 없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도입되는 시점이 다른 나라에 비해 늦어서 현 노인의 대다수가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홍 국장은 “대다수 노인이 국민연금을 받는다고 해도 자녀들의 지원이 끊어지고 있는 현 상황과 소득대체율을 낮춘 과거 개혁을 고려해 봤을 때 노인빈곤율이 크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국민연금 수령액 때문이다. 경제활동에서 물러나는 나이인 실질은퇴연령은 룩셈부르크에선 61세이고 스웨덴이나 미국에서도 60대 중반으로 다른 나라의 경우 노령자들이 노동시장에서 일찍 떠난다. 그러나 한국 노동자들의 실질은퇴연령은 평균 72.3세로 초고령 사회인 일본을 제치고 OECD 국가 중 제일 높았다. 명예퇴직과 구조조정 등으로 갈수록 은퇴 시기는 빨라지고 있지만 노후 준비 미흡으로 70세가 넘더라도 절반가량은 노동시장에서 늦게까지 남는다. 결국 폐지 줍는 노인 등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노인들이 길에서 많이 보이는 이유도 국민연금 수령액이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입장에서도 보험료 부담 문제라는 당장 개혁해야 하는 이유가 존재한다. 고령화가 이미 많이 진행된 일본의 경우 보험료 인상과 소득대체율 하향 조정 등을 핵심으로 하는 연금개혁안을 진행했다. 주요 내용은 보험료율을 기존 13.58%에서 매년 0.354%p씩 인상해 최종 18.3%로 상향하는 것이었다. 소득대체율은 59.3%에서 50.2%로 낮췄다. 이미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된 일본 연금개혁은 내는 돈은 더 내고 받는 돈은 줄인 재정건전성 강화가 최우선 목표였다. 이에 따라 일본의 미래 세대는 더 많이 내고 더 적게 받게 됐다. 이처럼 한국 청년들도 과거에 비해 내야 하는 보험료가 많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주 교수는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국민들의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한 인상폭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언급에 그친 국민연금 개혁논의, 그 실효성과 대안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장관을 통해 발표된 개혁안에서는 소득대체율의 적정 수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 및 확정기여 방식 전환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에 중점을 둔 5대 분야 주요 개선 과제가 담겼다. 이번 계획안에 포함된 주요 과제는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기금운용 개선 ▲노후 소득 보장 강화 ▲다층 노후 소득 보장 정립 ▲세대 형평 및 국민 신뢰 제고 등이다. 한편 제시된 안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방향성만 제시했기에 책임을 회피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연금개혁의 핵심이 되는 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 그리고 지급개시 연령에 대해서 대략적인 수치조차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영국의 연금개혁 성공 사례가 제시되고 있다. 개혁기간 동안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당초 마련된 개혁안을 토대로 연금개혁이 이루어지고 있어 연금 개혁의 성공적인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영국의 연금위원회는 노인 빈곤이나 연금 재정문제 등 연금제도와 관련된 사실을 정확히 제시해 국민들이 연금과 관련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했다.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여러 해에 걸쳐 계획적인 개혁을 추진하였고 이를 통해 제도 변경에 대한 국민들의 수용도를 높일 수 있었다. 즉 정부가 개혁안을 명확히 마련해 계획에 맞게 단계별로 진행함으로 국민들이 제도변경에 대해 이해하고 수용할 시간을 주었다.

국민연금 제도 자체에 대한 연구는 제도가 생긴 이후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다양한 기관에서 주도한 각종 연구보고서도 쏟아지고 있고 시민단체의 의견도 풍부해지고 있다. 재정 안정화론자나 소득대체율 인상론자 등 학파도 만들어져 서로 비판하며 좋은 개혁안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막상 국민에게 사회적 합의를 요청하고 개혁안을 추진해야 할 정부에서 제출한 개혁안에는 핵심 내용이 빠져있다.

저작권자 © 아주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