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다가올수록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왕자에게 하는 말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설렘이 무엇인지 잘 드러난다. 광교중앙아주대역에서 율곡관까지, 매일 다른 풍경의 거리를 걸어가는 그 시간이 내겐 그렇다. 작은 것이지만 이런 외적 요소가 심리적 효과를 가져와 강의에도 보탬이 된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5일 화요일, 강의에 임하는 자세를 크게 되돌아보게 만드는 일이 있었다.

강의가 있는 날에는 항상 기숙사 식당이나 그 윗층에서 점심식사를 한다.-여담이지만 식당 설비, 가격, 맛, 그리고 일하시는 분들의 친절함까지 타교와 비교가 안 된다. 단연 최고이다.- 그날도 한창 붐비는 시간이라 자연스레 합석을 하게 되었는데 내 앞에 앉은 남학생의 행동이 참으로 신선했다. 보통 혼밥을 하거나 모르는 사람과 합석을 하면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식사를 하는 것이 익숙한 광경인데, 그 학생은 식사 중에 스마트폰을 아예 꺼내 놓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텀블러를 이용하였고 냅킨은 낭비하지 않았으며 음식을 조금도 남기지 않았다. 또 다른 사람이 테이블에 흘려 놓은 음식 잔여물까지 정리를 하는 것이었다! 복잡한 식당 안, 마치 별개의 공간에서 조용히 완성되어 가는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것 같았다. 타인을 관찰이라도 한 것같아서 미안하면서도 학생의 행동이 보기 드문 터라 조심스럽게 말을 걸게 되었다. 요즘 집중을 잘 못하는 것 같아서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몇 마디를 더 나누다 먼저 식사를 마치고 일어난 학생은 의자를 조용히 밀어 넣더니 목례를 하고 사라졌다. 그런 모습에서 근래에 좀처럼 떠올리지 못하게 된 말이 되어 버린 ‘기품’이 느껴졌다. 오늘 말없이 날 가르치는 스승을 만난 기분이었다. 그동안 학생들을 보면서 그저 세간에 유행하는 ‘MZ 세대’라고 쉽게 단정해 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깊이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렇게 자기자신을 절제할 줄 알고,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며, 처음 보는 타인에게 예를 갖추는 ‘MZ’세대의 모습은 보지 못하고 말이다.

제행무상이란 말은 종종 덧없는 세상, 허무함처럼 쓰이지만, 사실은 삼라만상이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그 움직임 속에서 나와 세상의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선생과 학생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가르침이란 ‘쌍방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새기게 되었다. 학생들의 가능성을 나의 낡은 가치관으로 쉽게 재단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아울러 수업 시간에 더 많이 질문하고 더 다양한 답을 구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새학기를 맞이한다.

아주대 학생 여러분,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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