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인기 걸그룹인 에스파의 카리나의 열애 소식이 들려왔다. 해당 보도 이후 몇몇 팬들은 “그룹의 리더인데 신중하지 못했다”거나 “배신감을 느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심지어는 소속사 건물 앞에서 카리나의 사과 요구와 침묵을 비판하는 내용의 트럭 시위까지 벌이며 비판을 가장한 비난이 줄을 이었다.

이어지는 비난에 카리나는 결국 지난 5일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연예인은 사랑을 해도 죄가 되나보다. K팝의 인지도는 이미 전 세계적인 만큼 이번 ‘카리나 논란’은 해외에서도 큰 화젯거리였다. BBC와 CNN과 같은 해외 언론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K팝 스타는 연애도 허락받아야 하는가’라며 이번 논란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논조로 보도했다. 연예인은 팬들의 꼭두각시가 아님에도 유독 국내 팬들은 이를 망각하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

‘카리나 논란’은 눈부신 K팝 성장의 이면을 잘 보여준다. 기획사는 팬들의 감정을 이용했고 팬들의 과몰입은 K팝 성장의 발판이 됐다. 극성 팬들은 앨범 구매와 음원 스트리밍 그리고 가수와의 1대1 채팅 서비스인 ‘버블’ 등에 사비를 부어가며 가수와 ‘유사 연애’하는 감정을 쌓는다. 유사 연애와 같은 감정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는 순전히 자유로운 상상일 때만 용인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집착하게 되고 왜곡된 사랑의 감정을 품는 순간 문제는 발생한다. ‘카리나 논란’ 또한 팬들의 잘못된 집착과 왜곡된 사랑으로 비롯됐다.

팬들은 연예인 또한 우리와 같은 실존적인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들도 사생활을 가지는 자유로운 개인이다.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K팝 산업의 급속한 성장은 소수 열성 팬들의 역할이 컸던 것은 사실이지만 K팝은 계속해서 한국을 대표하는 대중문화로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에 뒤처지지 않도록 국내 팬들도 성숙한 팬 문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사랑에 용서를 구하는 사회는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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