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최준원(응화생·대학원 분자과학기술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선천면역을 활성화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방식에 효과적인 물질을 개발했다. 이것은 만병의 황제라는 별명을 가진 암을 정복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STING 매개 면역항암요법을 위한 경구 투여 저분자 ENPP1 저해제 개발라는 제목으로 의약화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저널 오브 메디시널 케미스트리(Journal of Medicinal Chemistry)’에 지난해 11월호의 부표지 논문으로 기재됐다.

'불치병

암은 26년이 넘도록 국내 사망 원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평균 기대 수명인 83세까지 생존할 경우 그 사람이 암에 걸릴 확률은 37.4%나 된다. 하지만 불치병이라 불리던 암도 최근 들어 항암 치료제의 개발에 가속이 붙어 그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항암치료제, 어디까지 왔나?

암은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증식해 인체의 기능을 망가뜨린다. 이를 막기 위해 1세대 화학항암제는 모든 세포를 파괴하는 방식을 택했다. 화학작용을 통해 모든 세포를 파괴해 세포분열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정상 세포까지 파괴해 위험성이 높다. 암세포의 분열이 정상 세포보다 빠르기에 세포분열을 막으면 이론상 암세포가 먼저 죽는 결과를 바라는 것이다. 이는 강한 독성으로 인해 구토 식욕 저하 피로감 탈모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이후 개발된 2세대 표적항암제는 특정 단백질만 기능을 못하게 해 암세포만 제거할 수 있다. 최초의 표적항암제인 글리벡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일으키는 주 원인인 필라델피아 염색체의 유전자의 작용을 저해해 암세포 증식을 막는다. 그러나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어 다양한 암을 치료할 수 없다.

암세포 주변의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도록 3세대 면역항암제를 개량하다

이러한 문제점 극복을 위해 등장한 3세대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 안에 내재된 훌륭한 면역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 암을 제거한다. 암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에 발견되면 사멸하기 때문에 면역세포 활성화를 막는 브레이크인 ‘PD-L1’ 단백질 등을 활용하여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하게 한다. 3세대 면역항암제는 면역세포가 정상 세포로 위장한 암세포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해서 우리 몸이 스스로 암세포를 죽이도록 한다. 면역세포들이 직접 암을 제거해 암의 종류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효율적으로 다양한 암세포에 대항할 수 있다. 또한 투약을 중단해도 면역체계가 기억해 암세포를 계속 공격하므로 치료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된다. 최 교수는 “3세대 면역항암제가 체내에서 잘 작용하기만 한다면 암 완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3세대 면역항암제는 면역세포에 암의 존재를 인식시키고자 한다. 이 치료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면역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 콜드튜머를 핫튜머로 바꾸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를 통해 면역세포가 항암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면역세포가 암 주변에서 활성화돼 스스로 암세포를 제거하도록 환경을 변화시킨다. 그중에서 이 연구는 특히 ENPP1를 억제해 암을 드러내는 과정에 집중했다. ENPP1이 과발현 되는 경우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cGAMP가 분해돼 STING에 의한 면역활성화가 억제된다. 따라서 ENPP1을 억제하면 종양 내 STING 경로가 복구되고 종양 주변 면역세포가 활성화돼 종양 미세 환경을 인식하고 제거한다최 교수는 "기존의 STING 작용제와 비교해 ENPP1이 과발현된 암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해 부작용을 낮출 수 있으며 높은 생체이용률과 대사 안정성으로 경구투여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했다.

암세포 하나라도 더 없애기 위해

최 교수 연구팀은 치료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연구를 통해 만든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약물 29f를 면역관문억제제와 함께 이용했다. 동일한 암을 가진 쥐를 이용해 대조군에는 약물을 투여하지 않았고 실험군 1에는 29f를 투약했다. 실험군 2에는 29f와 면역관문억제제(anti-PD_L1)를 함께 투여했다. 실험 결과 29f만 이용했을 때보다 면역관문억제제를 같이 투약했을 때 암의 성장속도가 크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서 진행된 암 재발 유도 실험에서도 29f와 면역관문억제제를 함께 투약한 쥐는 암이 거의 자라지 않았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물을 수술적 치료 등 기존 표준치료법과 병행해서 이용한다면 더 효과가 좋을 것이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항암치료제는

그러나 이번 연구에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내부 면역 STING 경로 활성화는 면역체계를 폭발적으로 증대시켜 암을 치료한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면역물질이 과하게 분비되면 40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해 정상 세포마저도 모두 죽는 사이토카인 스톰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위험성으로 인해 이와 관련된 다른 실험들은 임상 단계까지 진척되지 못했다. 최 교수는 내부 면역반응을 얼마나 섬세히 조절하는지가 새로운 개척 방향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바이오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를 하면서 해당 분야의 연구진들과 활발히 협업해 연구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다며 연구 소회를 밝혔다. 이어 최 교수는 아주대 학생들에게 자신이 흥미를 갖고있는 분야에 모든 걸 쏟아서 성과를 내는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TIP.

STING - 암세포에서 나오는 DNA 조각을 인식하는 생체 내 센서

ENPP1 - 세포 밖의 cGAMP를 분해하는 물질

콜드튜머 - 면역세포가 암 주변에 존재하지 않거나 활동하지 않는 종양

핫튜머 - 면역세포가 암 주변에 있고 활성화돼 스스로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종양

cGAMP - STING에 결합하여 선천면역 반응을 활성화하는 메신저

대사안정성 - 외부약물이 우리 몸에 들어와서 분해되지 않고 남아있는 정도

생체이용률 - 소화기관을 통해 약물을 흡수했을 때 정맥주사를 통해서 약물을 투약했을 때에 비해 흡수되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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