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초부터 선한 존재인가?” 이러한 물음은 단순히 철학에만 국한된 명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있다.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고대부터 지금까지의 많은 사상가는 고뇌하며 여러 이론을 주창했을 것이다. 이런 흐름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각기 다른 견해를 가진 사상가들 간의 치열한 논쟁을 불러왔다. 그런데도 이들 사상가는 인간이 본능적 동물이며 본능에 따라 살아간다는 점을 인정한다. 인간의 본성이 선하든 악하든 본능에 따라 살아간다는 사실은 인간이 속해 있는 공동체에 불확실성을 심겨주기 충분하였다. 그러한 이유로 인간의 본능을 통제하며 안정적인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법률과 같은 사회적 규범들이 생겨났다.

이렇게 생겨난 규범들을 통해 인간의 자연적 본능을 억제하여 효율적인 사회의 운영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법과 같은 규범들은 공동체가 유지될 정도의 최소한만을 규제하여 모럴헤저드 같은 도덕적 해이나 사회 효율성의 문제로 모두 단속하기 어려운 경범죄와 같이 사회에 사소한 해악을 끼치는 상황을 막을 수 없는 한계를 가지게 되었다. 이런 문제들은 과학기술과 사회의 복잡성이 발달할수록 더욱 큰 해악을 초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의 사회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약간의 문제를 제외하고는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자정작용을 통해 유지되는 듯 보인다. 나는 이러한 이유가 개인의 양심에 있다고 생각한다.

헌법 재판소 판결(96헌가11)에 따르면 양심이란 어떠한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데 있어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마음의 소리이다. 즉 양심이란 자신의 지극히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인 것이다.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할 때 양심은 우리의 가징 깊은 곳에서 우리의 행동이 초래할 결과를 숙고하게 만드는 목소리이며 인간의 인격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사회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최대한 보장하려 한다. 이러한 자유는 우리에게 넓은 재량권을 보장하되 그에 따른 책임도 지운다. 특히나 사회의 복잡성이 커질수록 개개인의 선택에 따른 정치 경제적 책임과 그에 따른 사회적 해악 또한 커져갔다. 이런 현대사회의 상황에서는 양심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합법적이지만 사회와 타인에 해악을 가져올 일을 놓고 고민할 때 그때 양심이 발휘되어 우리의 인격성을 보존하고 공동체의 유지에 기여하는 것이다.

양심은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로 인도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왜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준거를 제공한다. 그렇기에 양심은 외부의 평가나 시선에 따른 것이 아닌 대학에서 강조한 신독의 정신으로 다루어야 한다. 우리가 양심에 따라 행동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로워지며 완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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