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기계공학과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노연욱 박사가 ‘2023 대한민국 인재상수상자로 선정됐다. 노 박사는 나비 날개에서 착안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했고 이는 지난해 12‘Crumple-Recoverable Electronics based on Plastic to Elastic Deformation Transitions’라는 논문으로 과학 저널<네이처 일렉트로닉스> 지에 실렸다.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주름 현상

최근 접을 수 있는 폴더블 디스플레이기반 전자 장치에 대한 관심이 높다. 큰 화면과 높은 휴대성을 동시에 잡으며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기업 역시 대중의 수요에 맞춰 폴더블 시장에 뛰어드는 중이다. 그러나 디스플레이를 반복해서 접고 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름은 장치의 성능을 저하시키거나 화면 왜곡과 같은 문제를 발생시켜 왔다.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처음 출시된 후 수년 동안 주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 역시 활발히 진행됐다. 그럼에도 주름은 개선되지 않았고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주름은 불가분의 관계로 여겨지게 됐다.

노 박사 역시 폴더블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주름으로 인한 불편을 느꼈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며며 연구 배경을 밝혔다

기존 연구의 한계

디스플레이의 주름은 소재의 강성과 관련이 깊다. 단단한 소재로 구성돼 강성이 높은 디스플레이일수록 접었다 펴는 과정을 반복했을 때 주름이 생기기 쉽다.

따라서 기존 연구자들은 디스플레이를 유연하게 만들어서 주름 발생 자체를 막으려 했다. 그러나 유연한 디스플레이는 실제 전자기기에 적용이 힘들다는 한계를 지닌다. 강성이 낮아 고무처럼 쉽게 형태가 변하고 마찰력이 높아 이용자의 편의성이 저해되기 때문이다.

나비의 우화로부터 착안해

이에 노 박사 연구팀은 평소에는 뻣뻣해 주름이 잘 생기지만 열을 가하면 유연해져 주름이 펴지는 새로운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노 박사는 나비의 우화 과정에서 착안한 강성의 변화를 적용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고안했다고 밝혔다. 우화란 번데기에서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는 과정 전반을 뜻한다. 나비는 우화가 시작되기 전 협소한 번데기 안에 날개를 구긴 상태로 존재한다. 이때 날개는 체액에 젖어 있기에 강성이 낮아 주름져 있다. 하지만 우화 시 체액이 마르면서 강성이 증가하고 결국 날개의 주름이 완전히 펴진다.

강성의 변화를 통해 주름을 펴는 메커니즘

이렇게 강성의 변화를 통해 주름을 펴는 메커니즘은 새로운 디스플레이 장치에 그대로 적용됐다. 이 장치에는 형상기억폴리머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형상기억폴리머는 온도에 따라 강성을 약 700배까지 조절할 수 있으며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지녔다. 이 형상기억폴리머에 전자 기능을 위한 은 나노선과 탄성이 강한 엘라스토머 층을 결합해 장치를 제작었다.

형상기억폴리머는 상온에서 강성이 강하다. 따라서 이를 활용한 디스플레이는 접었을 때 주름이 생긴다. 그러나 40도 이상의 열을 가하면 강성이 급격히 낮아져 유연해지게 된다. 여기에 형상기억폴리머의 원상복구 성질과 엘라스티머의 탄성이 더해져 주름이 펴지는 것이다. 실험을 통해 7cm × 7cm 크기의 디스플레이 장치를 1ml 용량의 알약 캡슐에 구겨 넣은 뒤에도 원상복구가 가능한 것이 밝혀졌다. 또한 800회의 강한 접힘 과정을 거치고도 약 95%의 성능을 유지하며 뛰어난 내구성을 입증했다.

향후 활용 분야도 다양해

구겨진 물체를 회복시키는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수 있다. 노 박사는 자유로운 형상 변형이 가능하다면 디스플레이를 더 쉽게 접기 위한 부품이 필요 없게 되고 접는 방향도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전자 기기 외에도 의료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노 박사는 절개 부위에 해당 기술을 사용한 의료 장치를 삽입해 원하는 위치에서 펼쳐 사용하는 등 바이오 메디컬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며 밝은 미래를 전망했다.

한편 노 박사는 ‘2023 대한민국 인재상수상에 대해 영광스러운 상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이라고 적혀있는 만큼 대한민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TIP

강성: 재료가 변성에 저항하는 정도

형상기억폴리머: 일시적인 변형 상태에서 외부의 자극이나 환경의 변화에 의해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고분자의 일종

엘라스토머: 고무처럼 탄성이 좋은 고분자 화합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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