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통합 개혁신당이 파국을 맞았다. 설 연휴 직전 통합을 선언한 지 11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는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며 합당 철회를 선언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또한 새로운미래 구성원이 통합 대오에서 이탈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며 철회를 공식화했다.

이러한 통합 개혁신당의 분열은 어쩌면 시간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선거 공학적인 판단 아래 졸속으로 연합한 정당이었기 때문이다. 정당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적인 의견이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 하지만 통합 개혁신당에 모인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공통점은 반윤석열과 반이재명에 불과했다. 가치와 철학에 대한 공감대 없이 반정서에 편승한 것이며 이러한 반정서는 정치적 이상이라고 할 수 없다. 정당의 기본적인 조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했던 통합 개혁신당의 분열이 놀랍지 않은 이유다.

심지어 이들이 갈라선 이유가 점입가경이다. 선거운동의 전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두고 이낙연 대표와 이준석 대표의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사실상 당권을 두고 친이낙연계와 친이준석계가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양당제 혁파와 새로운 정치를 외쳤던 이들이 거대 양당의 행태를 똑같이 답습하는 모습을 본 제3지대 정당에 기대를 걸었던 유권자들의 심정은 참담할 것이다.

애당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의 아내인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입당 문제를 두고 이낙연 대표와 이준석 대표가 이견을 보였던 것만을 봐도 두 대표가 같은 길로 갈 수 없었음이 자명했다. 하지만 통합 개혁신당은 가치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뒷전으로 미루고 눈앞의 이익인 기호 3번만을 쫓아 몸집 불리기에만 집중했다. 정체성이 전혀 다른 이들이 몸집만 불린 하나의 정당에 있다고 해서 결합이 될 리는 만무하다.

양당제의 폐해를 넘어서기 위해선 건강한 제3지대 정당은 필요하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떴다방처럼 헤쳐모이는 행태는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그만둬야 한다. 기성정당에 몸담고 있다가 선거철만 되면 새로운 세력인 양 가면을 쓰는 정치행태는 거대 양당이 보여주는 정치보다도 악질적이다. 두 대표는 초심으로 돌아간다고 했지만 초심의 진정성 또한 의심된다. 갈라진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가 진정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양당을 비판하기 전에 자신들부터 뼈를 깎는 고통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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