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에 쏟아야 하는 시간이 버거워 퇴사했음에도 ‘나의 글을 써냈던 시간’이 그리워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필자에게 본보는 여전히 어려운 공간이었다. 학교 혹은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겠다며 야심 차게 써간 기사는 편집회의에서 늘 논의의 대상이 됐다. 그간 신문에 올라간 기사들과 문체와 형식 부분에서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이 이유였다. 기사에서 하고 싶은 말이 더 중요했으니 일련의 형식을 따르기는 뒷전이었다.

기사를 수정하겠다고 자리에 앉았을 때 한 글자도 고치지 못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편집장의 수정 요청에도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방어적으로 반응하기도 했다. 기사 문장과 취재원의 인터뷰를 고치다 보면 조사 하나의 차이로 말의 의도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경우가 있었다. 글이 필자의 의도에서 벗어나거나 취재원의 말이 기사에서 왜곡됐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불편했다.

기사에서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적어내고자 많은 자료를 검토해 부족한 논리를 보완했다. 또한 표현 방식을 바꿔가며 편집부와 기자들을 설득해 갔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기사가 잘 나왔을 때의 성취감은 무엇보다 컸고 더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이는 피드백을 받고 기사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꺾였음도 꿋꿋하게 본보에 남은 이유가 됐다. 신문은 필자에게 수많은 고민과 고난을 안겨줬지만 결국 어떻게든 하고 싶은 말을 기사에 담아냈을 때는 무엇보다 큰 기쁨을 줬다.

본보의 기자로 활동하며 36편의 기사를 작성했다. 잘 썼다고 말하지 못할 기사도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단 하나의 기사도 진심으로 쓰지 않았던 적은 없다. 기사는 혼자 보는 글이 아니기에 쉽게 써서도 안 되고 그렇게는 쓰지 않겠다는 마음이었다. 적어도 ‘고은 기자’라는 이름으로 올라갈 기사에는 누구도 상처받지 않았으면 했다.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심해지는 압박과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썼을 때의 아쉬움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사실과 형식이 중시되는 기사를 써야 하는 본보와 진심이 중요했던 필자는 맞지 않았을 수 있다. 다름을 알았기에 가끔 톡 들어맞아지는 순간이 더 기뻤고 필자는 이 가능성을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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