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최지안 뉴미디어 기자
디자인=최지안 뉴미디어 기자

3년 전 발매된 조던 1 x 트래비스 스캇 x 프라그먼트 레트로 로우 OG SP 밀리터리 블루가 최근 203만 원에 거래됐다. 해당 신발의 가격은 발매 당시 189000원에 불과했으나 10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그럼에도 리셀 플랫폼에서 12만 켤레가 거래됐고 해당 신발을 활용한 스타일 게시글도 8000개 이상 올라왔다. MZ세대 사이에서 리셀(Resell)은 이제 단순한 중고 거래가 아니다. 명품 아이돌 굿즈 애니메이션 굿즈 콘서트 티켓 한정판 의류와 신발 나아가 식물까지도 리셀의 대상이 된다. 사람들은 왜 리셀에 열광하는 것일까?

 

기업의 한정판마케팅

구하기 어려운 한정판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을수록 해당 상품에 대한 시세는 계속해서 상승한다. 이때 발생하는 프리미엄 가격은 기업 입장에선 금전적 이익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기업은 소량의 한정판 상품을 이벤트성으로 계속 판매하고 있다. 이종우(경영) 교수는 브랜드는 수익을 내는 목적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화제성을 만들고 브랜드를 노출하는 광고효과를 기대하며 한정판 제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한정판 제품은 특히 유명인들이 많이 구매하면서 그 팬들이나 소비자들에게 마케팅 효과를 준다. 또한 해당 브랜드의 상품을 원하는 수요층이 충분히 있음에도 이보다 더 적은 수로 공급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구매에 대한 의무감이 들게 만든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김효준 특임교수는 한정판 마케팅은 고객의 구매 열망을 불러일으켜 제한된 공급량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나만의 패션을 위한 소비

그렇다면 소비자는 왜 정가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리셀 상품을 구입하는 것일까. 김 교수는 소비자는 고관여 제품에 대해서는 남들보다 더 좋은 것과 남들과 다른 것을 구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우리 사회가 물질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시기를 넘어 경제적인 풍요함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성을 위한 소비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기에 차별화된 제품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남들과 다른 유니크함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리셀 상품을 선호하는 현상도 함께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리셀 상품을 찾는 사람들은 해당 상품이 중고라는 것보다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품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오나영(22) 씨는 남들과 다른 스타일의 옷을 입고 싶고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희귀한 물건에 대한 욕심이 있기 때문에 정가보다 비싸더라도 리셀 상품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 씨는 원하는 제품의 판매 종료 시점이 오래될수록 판매처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 찾게 되면 가격은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정가에 구할 수 없게 된 상품을 리셀가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정가보다 변화하는 리셀가의 시세를 더 고려한다. 리셀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입한 리셀 상품의 가격이 더 오르면 또다시 판매하기도 한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개개인들이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것이 편리해져 사고파는 리셀 행위가 더 자유로워졌다특히 MZ세대는 온라인과 SNS에 더 친숙하고 그 안에서 보이는 한정판 상품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리셀 상품을 구입하기도 하고 리셀을 통해 수입을 얻기도 한다고 전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리셀일까

리셀은 말 그대로 되팔다의 의미를 가진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나이키의 에어조던시리즈가 출시됨과 함께 리셀의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이전까지 중고 거래는 단순히 개인이 사용하지 않은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정가 혹은 그 이하로 판매하는 실용 소비의 성격을 지녔다. 그러나 리셀은 중고 거래와 달리 물건을 재테크의 일환으로 활용한다는 특징을 지녀 새로운 개념으로 명명됐다. 한국소비자원 이보한 책임연구원의 리셀 시장의 현황과 소비자이슈연구에 따르면 중고 거래는 사용 등으로 인해 가치가 하락한 제품의 재판매를 의미한다. 반면 리셀은 판매를 목적으로 구입해 가치가 상승한 미사용 제품의 투자적 성격의 판매를 의미한다. 더불어 리셀은 가치 소비적인 성격을 띠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가 해당 상품에 대해 가치를 부여할수록 상품의 거래 가격이 올라가고 시세가 형성되며 이를 통한 투자적인 판매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리셀 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희소성이다. 주로 한정판 의류나 운동화처럼 구하기 힘들지만 충분한 수요층이 있는 상품이 리셀의 대상이 된다. 한정판 상품은 주로 온라인 추첨 방식인 래플이나 선착순으로 구매 자격이 주어진다. 또한 이미 단종돼 지금은 정가로 구입할 수 없는 상품이 비싼 가격에 리셀되기도 하며 랜덤으로 증정되는 증정품이 본품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기도 한다. 반대로 희소성이 없는 상품은 리셀이 아닌 단순 중고 거래의 형식으로 거래된다. 대표적으로 나이키 덩크 로우 블랙 일명 범고래신발이 있다. 2021년 해당 신발이 처음으로 출시된 당시엔 한정 수량으로 판매돼 이를 구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리셀을 통해서 구입해야 했다. 그러나 물량이 시중에 계속 늘어나고 이를 소비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더 이상 희소성이 있는 상품이 아니게 됐다. 현재는 리셀 플랫폼에서 오히려 정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리셀 열풍이 리셀 사업으로

국내에서는 2000년대 중반경 나이키매니아디젤매니아등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스니커즈 리셀이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한 리셀 시장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성장한 것은 2019년 무렵이다. 이후 코로나19를 거치며 리셀은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기초조형학연구에 수록된 포스트 코로나19,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른 텍스타일의 동향 및 전망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외출 및 타인과의 교류 제약으로 인해 사람들의 예민한 감정이 보상 소비로 표출됐다. 닐슨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리셀 플랫폼의 월별 순 이용자 수는 2022년에 116만명으로 전년 대비 87% 성장했다.

대기업 또한 성장하고 있는 리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스노우는 한정판 거래 플랫폼인 크림(KREAM)’을 출시했으며 무신사도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soldout)’을 출시했다. 대표적인 리셀 플랫폼 크림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정품 검수를 비롯해 거래 내역 및 입찰가를 공개해 주식처럼 시세 예측이 가능하게 했다.

한정태(26) 씨는 오프라인 매장 및 온라인 스토어에서 매진돼 구매할 수 없는 상품을 리셀 상품으로 구매했다. 한 씨는 "가는 매장마다 갖고 싶은 신발의 재고가 아예 없어 크림을 통해 조금 비싸지만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한정판 상품을 해당 플랫폼에 판매하기도 했다. 한 씨는 "한정판 상품 이벤트에 당첨됐는데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라 판매했다"고 말했다. 김태영(25) 씨는 “X(전 트위터)를 이용해 원하는 물건의 키워드를 입력 후 물건 상태와 가격을 비교한다정가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일 때 판매자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거래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X는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찾기가 쉽기 때문에 물건의 거래가 쉽다판매할 때는 X를 통해 물건의 시세와 희소성을 파악한 후 가격을 책정한다고 말했다.

 

리셀 열풍의 이면

구하기 힘든 물건일수록 리셀가는 치솟는다. 이를 틈 타 부당한 수법을 이용해 리셀가가 비싼 상품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그중 하나는 백도어방식이다. 백도어 방식은 직원을 통해 줄을 서지 않고 챙겨둔 물건을 받아 가거나 출시 전에 미리 받는 것을 말한다. 이를 막기 위해 최근에는 많은 브랜드들은 온라인 래플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래플은 브랜드의 홈페이지나 이벤트 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응모한 후에 추첨을 통해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하지만 해당 방식도 가족과 같은 주변인은 물론 노숙자들에게 명의를 대량으로 빌려 수백 개의 추첨을 진행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온라인 선착순 방법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에는 매크로를 사용해 대량 구매를 진행한다.

이렇듯 리셀의 수단으로 부당한 수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많은 소비자들이 구매에 실패한 한정판 상품을 선점해 차익을 수익으로 챙긴다. 기업의 한정판 상품은 해당 브랜드의 마니아 소비자들을 위한 일종의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벤트 상품을 일반 소비자가 리셀하는 것에 대해 이(경영) 교수는 마니아층 고객을 위해 출시된 서비스 상품을 선점해 되판매로 시세를 올리는 것은 기업 입장에선 부정적인 면이다고 말했다. 부당한 수법을 사용한 리셀러를 단속하기 위해 기업은 여러 정책을 시행 중이다. 김 교수는 기업들은 매크로 방지 기능을 통해 전문상거래인이 아닌 순수 고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예방한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리셀 시장 성장이 주춤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리셀 거래의 주된 상품 중 하나인 명품 등 사치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리셀 거래량도 감소했다. 때문에 리셀 플랫폼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반품과 교환을 가능하게 하며 서비스를 확장했다. 기존에는 크림에서 구매한 상품에 대해 환불이나 교환을 요구해도 판매자가 이에 따를 의무가 없었다. 이에 따라 플랫폼을 신뢰하지 못한 일부 소비자들은 쉽사리 리셀 상품을 구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반품 교환 서비스의 활성화로 더욱 많은 거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 교수는 여전히 유니크하고 개성 있는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가 있다리셀 시장의 전망은 매우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자신에게 쓸모가 없어진 물건을 단순하게 팔아넘기는 중고 거래와는 달리 리셀은 가치를 좇는 소비다. 판매 목적이 아닌 소장 목적으로 리셀 상품을 구입해도 그것의 가격이 오르면 마치 그만큼의 이득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한계를 모르고 치솟는 리셀가를 보면 소비자는 마치 지금이 마지막 기회인 것처럼 충동구매에 빠지기 쉽다. 리셀 상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달렸다.

 

Tip. 고관여 제품: 가격이 비싸거나 본인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제품 등 소비자가 구입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노력을 비교적 많이 들이는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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