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해의 예산안 처리가 또다시 미뤄졌다. 이로써 12년 동안 국회의 예산안 심의는 기한에 맞춰 시작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지난 2일 여당은 예산안 단독 상정안까지 발표했고 여야는 극도의 대치상황에 치달았다. 지난 4일 산고 끝에 예산안 심사에 착수했지만 국정원 특위 등과 같은 여야가 대치 중인 논의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산은 국민들의 세수를 거둬 만든 국가의 가계이고 이번 심의는 새 정부가 꾸리는 첫 살림이기 때문에 논의가 더욱 심도있게 진행돼야 한다. 특히 다음 해는 세법개정안이 마련돼 의료, 교육, 보육 등의 지원을 확대하고 중산층의 근로소득의 세액을 상향해 서민의 부담을 줄여주는 개혁안들이 많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하지만 이러한 중대 사안을 다른 현안에 대한 입장차 때문에 논의하지 못하는 것은 작은 사안에 사로잡혀 큰 문제를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진정으로 민생을 챙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국민을 위한 예산을 짜고 이를 개정하거나 수정하는 것과 같은 조치를 취했다면 이 개정안을 적용하는 과정까지의 책임이 국회와 정부에 있음은 당연하다.
여야는 예산안 심의를 비롯한 여러 현안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융통성을 발휘해야한다. 각 정당들은 각 사안마다의 이념 차이나 입장차가 당연하지만 다른 현안보다도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세금과 예산안 개정 작업을 위해 서둘러 회의를 진척시켜야한다. 예산안 심의부터 삐걱거리는 것은 이후 집행과 집행과정 중의 심각한 악영향을 낳게 될 것이다.
국회 소속 법제사법위원회의 예산안은 결정된 날짜보다 무려 9일이 미뤄졌다. 여야는 기간 내 입장 차이를 좁히며 합의점을 찾고 최선의 예산안을 내놔야한다. 민생을 위한 정치가 바로 이곳에서 실시돼야한다. 하지만 심의 일정이 촉박하면 시간에 쫓겨 예산안 심의 이후 일정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 이상 다른 사안에 밀리거나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에서 예산안 심의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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