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양대 공영방송 노조의 동시파업이 시작됐다. 노조는 ‘공정방송 회복과 ‘경영진 퇴진’의 표어를 내걸며 공영방송의 개혁을 외치기 시작했다. 정부 또한 공영언론의 신뢰도 개선을 위해 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영방송 개혁의 청사진이 채 그려지지도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개혁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개혁은 이사회의 개혁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공영방송 이사회는 여·야 정당의 임원추천을 통해 구성하는 구조로 돼있다. 그런데 여야 추천 임원 비율은 여당 측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KBS이사회는 7대 4의 여야 임원 추천 비율을 갖고 있으며 MBC 이사회인 ‘방송문화진흥회’ 구성원의 여야 추천 비율은 6대 3이다. 즉정부 여당이 공영방송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권은 이를 이용해 이사회를 친정부적 세력으로 만든 뒤 노무현 정권 때부터 임기를
맡아왔던 정연주 전 KBS 사장과 엄기영 전 MBC 사장을 각각 ’배임‘과 ’적자 방송‘ 이란 명목으로 내쫓아냈다.

이렇게 권력은 이사회가 가진 구조적 허점을 악용해 공영언론이 비판 제기와 진실 보도를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3년전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드러난 ‘세월호 보도지침’과 ‘KBS 보도 청와대 개입설’은 정권이 언론의 입을 막는 방법을 잘 보여줬다. 2년 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사건’에서는 공영방송은 드러난 진실마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 공영방송을 시청자들은 결국 믿지 않기 시작했다. 2007년 각각 43.1%와 35.3%의 높은 신뢰도를 자랑했던 KBS와 MBC는 9년 뒤 29.7%와 10.2%의 너무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작년 국회에서는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도입 ▲여·야 임원 추천 비율을 7대 6으로 조정 ▲특별다수제 도입의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이 발의됐다. 여야 정당의 임원 추천 비율을 조정하고 전체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사안이 결정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정부여당이 언론을 장악했던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를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다. 또한 동일한 수의 노사 대표자가 프로그램 편성을 같이 논의하겠다는 것은 앞으로 더 내부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도 공영방송 이사회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정치가 언론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사회의 주요 의사 결정에 관해 여전히 내부인의 의견이 반영되기 힘들고 사원들이 권력과 결탁한 경영진의 부당한 월권 행사를 견제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다. 사원과 회사가 같이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를 해도 이는 방송사 전체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부에 해당할 뿐이며 그보다 사장 인선과 같은 상위의 의사 결정에는 아직도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영방송에 개입하려는 힘을 더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더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개혁하기 위해 국회에서 계류 중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의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 법안 개정으로 여·야 정당과 더불어 사원의 추천을 받은 인사가 회사의 대표 선출 과정에 나서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궁극적으로는 공영방송 이사회의 모든 의사 결정 과정에서 더 이상 정치권력이 아닌 공영방송을 만드는 사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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