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은 집을 떠난다> 출간 기념 강연회

 

<누구나 한 번 집을 떠난다>의 표지. 출처: 판미동
<누구나 한 번 집을 떠난다>의 표지. 출처: 판미동
 

인간은 참 미련한 동물이다. 소중한 가치들을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되니 말이다. 미련함은 성인(聖人)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그들 역시 성인이기 이전, 한 명의 인간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노력한다. 미련한 개인이 되지 않기 위해 그들은 기도하고 인내하고 수양하며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누구나 한 번은 집을 떠난다>의 저자 도연 스님 역시 마찬가지였다. 괴로운 삶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가치를 깨닫기 위해 그 또한 스스로 집을 떠났다.

반반한 외모에 부족함 없이 카이스트를 다니던 수재. 무엇이 모자라 그는 돌연 출가를 결심한 걸까. 나의 궁금증에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욱하는 마음에 출가했어요”. 그의 대답은 예상치도 못하게 가벼웠지만, 당시 그의 심정은 어느 때보다 무거웠으리라. 그는 대학에 들어가면서 자신을 잃어버렸다.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고 자신에게 당장 무엇이 필요한지 알지 못했다. 그의 속은 항상 답답했고, 떠나는 것만이 갑갑한 현실의 해결책이라 여겨 출가를 결심했다. 남들이 우러러보는 위치와 따뜻한 부모님의 품 모두 제쳐두고 그는 스스로 고행길을 택했지만 답답했던 가슴은 그제야 트였다. 미처 몰랐던 소중한 가치들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자존감은 그에게 한없이 부족함과 동시에 절실했던 가치였다. 출가 전의 그는 남들과 달라야 하고 남들보다 나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항상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고 끊임없이 비난했다. 그렇게 자신과 멀어졌던 스님은 출가를 통해 자기를 되찾았다. 명상 호흡은 자신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이었다. 호흡을 가다듬는 동안 그는 모든 감각을 깨우고 몸과 마음을 평온의 상태로 이끌었으며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했다.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수록 그는 점차 부족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게 됐다. 비로소 자신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만큼 자신을 경계하는 것 또한 자존감 유지를 위해 중요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다른 이에게 존중받고 추앙받고 싶은 존경의 욕구를 갈망한다. 이 당연한 본능은 그를 괴롭혔다. 타인의 존경을 받는 것에 은연중에 집착하게 되고 자신을 꾸미게 된 것이다. 만족의 대상을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으로 정해버린 순간 그의 자존감은 하락했고 그럴 때마다 그는 새로운 여정을 준비했다. 껍데기가 아닌 속 안의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출가를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이라고 표했다. 위험이 큰 만큼 얻을 수 있는 것 또한 많음을 강조했다. 모든 것을 등지고 뛰어든 출가는 그의 삶을 행복의 길로 인도했다. 또 출가 후에도 계속된 여정은 그를 미처 알지 못했던 가치들에 눈 뜨게 했다. 결국 지금의 상황에서 떠나 새로운 상황을 받아들임으로써 그는 자기 자신에 가까워졌다.

강연을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한 것은 집을 나서라는 것이 아니었다. 익숙했던 자신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신을 마주하라는 것이었다. 새로운 나로 거듭나기 위해 그는 각박한 삶 속에서 숨 한 번 크게 들이쉬며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보길 제안했다. 또 다른 이를 위한 껍데기가 아닌 나 자신을 채우는 알맹이가 중요하다는 것 또한 강조했다. 강연을 마치고 나는 자문했다. 나는 지금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가. 그 물음에 선뜻 답하지 못하는 나는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현재의 나에게서 벗어나보는 것만이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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