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청와대는 국방부가 업무 보고에서 THAAD(이하 사드)의 추가 반입 사실을 의도적으로 누락해 보고했음을 언론에 공개했다. 드러난 사건의 전말은 충격적이다. 초안에 있었던 사드 보관 내용이 강독을 거치며 사라졌고 이어 정의용 안보실장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해당 내용을 물어봤으나 한 장관은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며 반문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국가와 군에서 어떤 존재인가? 한 나라의 원수이며 군의 최고 통수권자가 대통령이란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이 대통령에게 이러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사드 추가 반입과 해당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은폐하려 했던 한 장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정말로 국군을 대표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국방부는 그들이 누구를 위해 일하고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해 잊은 듯하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장병들이 외우는 복무신조의 첫 문장에 군은 ‘국가와 국민에 충성을 다한다’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지금 국방부가 보인 태도는 그들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에 ‘충성’을 다한다고 볼 수 없다. 당장 사드 도입이 논의되던 시기부터만 따져도 국방부는 거의 모든 것을 비밀에 부쳐왔다. 사드 도입 결정부터 배치까지 모든 과정은 국가 안보라는 미명 아래 철저히 밀실에서만 이뤄졌고 대부분의 국민은 이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없었다. 사드 배치도 새벽을 틈타 급작스럽게 진행됐고 국민들은 아침이 되어서야 이 소식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까지 사드 추가 반입 사실을 은폐하려 시도했다. 만약 청와대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국민 전체는 이 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드와 같은 주요 현안을 문 대통령이 사전에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사단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이던 시절부터 각종 토론회에서 사드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해왔고 이는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도됐다. 같은 논리대로라면 한 장관과 김 전 안보실장이 이를 충분히 숙지하고 문 대통령에게 사드에 대해 계속해서 보고해야했던 것이 아닌가?

한 장관과 관계자들은 응당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에는 강력한 인적쇄신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 교체로 인한 과도기를 보내는 현 시점에서 국방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현 정부에 안보 현안을 철저히 인수인계하는 것이다. 사드 배치를 진두지휘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서 사드 배치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지닌 문 대통령으로 군 통수권자가 바뀌었어도 국방부는 그들 자신의 일을 한 치의 숨김없이 진행했어야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그 역할을 저버린 채 끝끝내 현 정부에는 사실을 숨기려했고 그 의도마저도 철저히 감추려했다. 사드 추가 반입 사실을 철저히 은폐하려 시도한 이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국방부가 대통령을 국군 통수권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던 복무신조를 한 장관을 비롯한 이들은 그동안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하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통해 복무신조의 첫 문장이 어떤 의미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앞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진정한 충성을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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