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기념식에서 제창됐다. 지난 보수정권에서 본행사에서 제외되거나 합창단의 합창으로만 진행되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비로소 제창 형식으로 완전해진 것이다.

지난 정권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곡이라고 하여 종북 이념 논란을 들먹이면서 제창을 반대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민주화운동의 시민군이였던 윤상원씨와 야학의 선생이였던 박기순씨의 영혼 결혼식을 내용으로 한 민주화 운동에 관한 곡이다. 민주화에 기여한 영령의 넋을 기리는 곡이 9년의 세월 동안 이념의 논리에 휘말려 국민 앞에 당당히 서지 못했던 것이 우스울 뿐이다.

유혈사태와 폭력 그리고 살인이 난무했던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발간된 전두환 전 대통령 회고록에서는 민주화 운동을 사태로 격하시켰을 뿐만 아니라 당시 민간인 학살과 발표명령에 대해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5·18 당시 민간인들에 대한 발포 명령과 헬기를 동원한 기총소사 등 아직까지 바로잡고 파헤쳐야 하는 진실은 많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정권마다 엇갈리는 역사인식과 태도는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켜왔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우리는 5·18민주화운동을 ‘언급하기 꺼려하는’ 혹은 ‘어딘가 불편한’ 것으로 느끼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문제는 더이상 단순하게 생각하고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실뿐만 아니라 민주화 운동을 탄압한 주체들에 대한 청산과 민주화운동 폄하세력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에 이러한 논란과 혼선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운동은 현재의 우리나라를 있게 한 근간이다. 운동 과정 중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보상은 후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대우는 그렇지 못했다. 이번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앞서 언급한 움직임에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민주화운동은 보수와 진보의 이념관에 의해 해석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민주화 운동은 친북과 반북의 가치관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민주화 운동은 헌법 정신을 통해 보호 받아 정권에 영향을 받지 않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럽고 아픈 역사로 간직되여 후대에 계승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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