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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을 읽습니다 역과 역 사이 사람과 문화를 알아갑니다<라인>매거진 발행인 양열매, 이수진
  • 남도연 수습기자
  • 승인 2017.05.2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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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이수진, (우)양열매

일상이 권태로워 여행을 바라다, 금세 마음을 접는다. 당장 멀리 떠나기에 나는 겁이 많고 수중엔 돈이 없다.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서글픈 처지. <라인>을 펼쳐 잠깐이라도, 간접으로나마 여행을 만끽한다. 기차 여행 잡지 <라인>은 각 호마다 하나의 호선을 정해 우리나라의 모든 철도 역을 여행한다. <라인>에 탑승한 승객들은 잡지가 제안한 각 역에 하차해 그 지역의 문화와 사람을 접하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광에 사로잡힌다. 읽는 이에게 한 권의 기차 여행을 선사하는 <라인> 매거진. 그 열차를 이끄는 두 수장, 양열매 씨와 이수진 씨를 만났다.

<라인> 매거진 7호 표지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라인 매거진에 대한 소개 부탁 드리겠습니다.

양: 저는 <라인> 매거진에서 글을 쓰는 양열매라고 합니다.

이: 저는 사진 찍는 이수진입니다.

양: <라인> 매거진은 ‘역과 역 사이 사람과 문화를 잇습니다’라는 문구를 신조로, 역을 기점으로 그 지역 문화와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만든 잡지입니다.

Q. <라인>은 어떻게 만들게 되신 건가요?

이: 처음 잡지를 계획한 건 2014년이었어요. 당시에 저는 스튜디오에 어시스턴트로 있었고, 열매 기자는 잡지사 막내 기자로 있었는데, 둘이 비슷한 시기에 회사를 관두게 됐어요. 졸지에 백수가 된 상태에서 ‘우리 이제 뭐 하지?’ 얘기하다가, 글 쓰고 사진 찍는 능력이 있으니까 무언가 하나 만들어보자 생각해서 만들게 됐습니다.

양: 제가 대학생이었을 때 혼자 내일로 여행을 다녔는데, 처음 알았어요. 여행하면서 접한 풍경들이 전혀 뻔하지 않다는 걸요. 지방 곳곳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걸 처음 깨달았고, 그 지역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게 너무 즐거웠어요. 그 때 ‘우리나라에 단순한 관광지만 있는 게 아니구나’, ‘이렇게도 여행을 다닐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방학마다 전국을 기차로 다녔고, 그 경험이 지금의 <라인>을 만든 계기가 된 거 같아요.

Q. 기존 기차 관련 잡지, 여행 잡지와 <라인>은 어떻게 다른가요?

양: 잡지를 처음 계획할 때, 기존에 있던 국내 여행책들, 잡지들을 모두 봤어요. 근데 전부 맛집 소개나 관광지 소개만 하는 거예요. 정작 제가 여행을 다니면서 좋았던 것들은 새로운 사람들과 풍경들을 만나는 거였는데 말이죠. 그래서 저희는 지역 사람들과 문화들에 대해 밀착적으로 다루는 데에 중점을 뒀고, 어딘가를 직접적으로 소개하기보다는 여행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도록 글과 사진을 은은하게 풀어나가고자 했습니다.

Q. 첫 호를 만들고 여행하셨던 기억은 지금도 크게 남아있을 거 같아요.

양: 첫 호는 웹진이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어떤 걸 담아야 할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처음엔 아예 제가 전에 여행 다녔을 때 가장 좋았던 순천과 여수, 그리고 하동을 다시 돌아다녀봤어요. 아무래도 저한텐 익숙한 곳이다 보니까 첫 호로 다루기가 비교적 수월하더라구요. 돌아다니면서 이런 내용을 담고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되겠다 구체적으로 정립이 된 거 같아요. 모든 게 다 좋았어요. 그 때가 10월 말 늦가을이라 날씨도 너무 좋았고, 저는 원래 혼자 여행을 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언니랑도 처음 여행을 간 거였는데, 합도 잘 맞았었고. 참 다행이었죠.

이: 첫 여행에서 첫 기차역에 내렸는데, 내리자마자 타이밍 좋게 거기서 근무하시는 엔지니어분들을 만난 거예요. 바로 인터뷰했어요. 우리가 진짜 잘 되려나 보다 했죠(웃음).

Q. 만드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신가요?

양: 사실 저희는 이런 질문 받을 때마다 그때그때 답이 달라요(웃음). 지금은… 밀양? 요즘 날이 더워지다 보니까 자연스레 밀양이 생각나요. 제가 밀양의 여름을 되게 좋아해요. 밀양의 여름이 엄청 더운데, 되게 푸르르고 한적해요. 이전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여름의 모습이에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밀양 연극제가 한여름에 열리거든요.

이: 사실 저희가 좋은 풍광이 있는 곳에 꼭 가라는 취지는 아니지만, 다니는 입장에서도 풍광이 좋은 곳이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4호 영동선이 기억이 많이 나요. 풍광이 너무 좋았고, 그때 갔었던 추추파크도 기억에 많이 남고. 영상까지 찍기도 했거든요. 내용적으로는 방금 얘기한 밀양이 좋았는데, 정말 어디 하나 기억에 안 남는 데가 없어요. 가는 곳마다 그곳만의 매력이 다 달라서.

Q. 그럼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사람이나 인터뷰이는 어떤 분인가요?

양: 장소와 연계해서 이야기하자면, 밀양 연극제에서 취재했던 배우분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저희가 인터뷰를 하기 전에 먼저 그 지역에 맞는 이상형을 그려놓아요. 밀양 태생이시고 그곳에서 연극에 몸을 담고 계신 분을 인터뷰하고 싶다 생각했었는데, 마침 그런 분이 섭외된 거예요. 자기 일에 열정적이고 연기에 대해 순수한 마음을 가진 멋진 청년분이셨어요. 그분 뿐만 아니라 각 지방에 정말 멋진 젊은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런 분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되려 저희가 더 배우고 느끼게 되는 게 많은 거 같아요.

이: 저는 두 분이 떠오르는데, 한 분은 광주 1913 송정 시장을 기획하셨던 분이세요. 본인의 동네를 굉장히 사랑하셨고, 그 마음으로 동네 발전을 굉장히 체계적으로 기획하셨거든요. 그분을 보면서 지방마다 저런 분들이 좀 많아졌음 좋겠다 생각했어요. 다른 한 분은 청소역에 계시는 택시 운전사 아저씨. 저 같은 경우엔 마음이나 행동이 항상 왔다 갔다 하거든요. 그런데 그분은 굉장히 오랫동안 그 자리에 계셨고, 심지어 역무원분들이 옮겨다니는 와중에 그 분은 계속 청소역을 지키신 거거든요. 그분께 청소역이 폐역이 되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여쭤봤는데, 어쩔 수 없다고, 전부 삶의 순리라고 대답하셨어요. 그분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삶을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전부 느껴졌고, 그때 그 장소와, 분위기와 모든 것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밀양에서 만난 신승훈 배우 인터뷰 페이지

Q. 잡지를 만들면서 가장 뿌듯하실 때는 언제인가요?

양: 처음에는 생각도 못 했는데, 어떤 사명감 같은 게 생기더라구요. 방금 말한 청소역도 그렇고, 저희가 어떻게 보면 앞으로 사라질지도 모를 것들을 기록하잖아요. 책임감을 가지고 잡지를 만들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자세히 모르시는 곳의 이야기랑 그곳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깊이 있게 담아내야겠다 다짐하게 되구요. 완성된 책을 그분들이 보시고 좋아해 주실 때 기분이 되게 좋아요.

이: 기록 얘기하니까 또 문득 떠오르는 게, 저희가 1호 때 화개장터를 다뤘었어요. 근데 1년 반 뒤인가 화개장터에 불이 난 거예요. 그 때 생각했죠. ‘우리가 남기는 기록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종이 잡지를 우려하는 말들에 흔들린 적은 없었을까. 그들을 만나기 전 잡지를 애정하는 독자로서 괜스레 걱정이 들었다. 정말 괜한 걱정이었다. 마주 앉아 바라본 그들에게선 일말의 의심과 불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되려 그들은 확신했다. 종이만의 매력은 그 어떤 문물로도 대체될 수 없다는 걸, 종이의 가치는 우리의 상상 이상이라는 걸, 그리고 그 확신을, <라인>을 읽은 독자라면 단번에 공감할 거란 걸.

Q. 4호부터 본격적으로 종이 잡지로 발행하기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종이 잡지로 변화를 준 이유가 있을까요?

양: 처음 만들 때 언니가 먼저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한 권 내고 말래, 아님 계속 낼래?”. 그땐 계속 낼 방향으로 결정을 하긴 했는데, 인쇄비 걱정이 앞섰거든요. 그래서 웹진으로 시작한 거구요. 그렇게 3호까지 계속 웹으로 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저랑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디자이너 친구가 한 번 보더니, ‘언니 이건 책으로 나와야 되겠어요’라면서 자기가 직접 작업하겠다 하더라구요. 코가 끼인 거죠 (웃음). 그 이후로 그 친구가 계속 디자인 작업을 담당해서 종이책으로 발행하고 있어요. 셋 다 맡은 분야가 다르다 보니까 처음에는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충돌이 있었어요. 근데 그런 시간들을 거치고 나니까 이제는 굳이 얘길 안 해도 수월하게 만들 수 있게 됐죠.

Q. 종이 잡지 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이: 일단 인쇄하기 전에 pdf 문서로 만들어진 걸 보는 거랑, 인쇄돼서 나오는 거랑은 완전히 달라요. 저희가 3호까진 웹진으로 만들어서 블로그 형식으로 올릴 수밖에 없었어요. 근데 정말 그때 그렇게 만들어지는 거랑은 너무 다른 거예요. 사진을 어떻게 쓰느냐, 레이아웃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확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재밌구요. 볼 때마다 ‘이게 진짜 우리 게 맞나’ 생각이 들고. 저는 제가 찍은 사진에 그렇게 큰 감흥을 느끼진 않아요. 근데 디자이너 손을 거쳐서 나오는 사진은 또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거기서 오는 감동이 있어요.

양: 그게 진짜 책의 묘미이자 책을 만드는 재미인 거 같아요. 그리고 이건 다른 측면의 장점인데, 저희가 처음 웹진을 만들었을 땐 정말 아무런 반응이 없었어요(웃음). 근데 만질 수 있는 결과물을 내자마자 많은 분들이 되게 궁금해 하시더라구요. 다들 출판 산업은 사양 산업이라고 말하지만, 우리가 생각한 무언가를 결과물로 구현해내는 데에는 책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Q. 잡지가 어느덧 8권이 됐어요. 지금까지 이어져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양: 결과론적으로 봤을 땐 대단하게 비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저희는 정말 한 권 한 권 만들다 보니까 어느새 여덟 권이 된 거거든요. 단점이 될 때도 있긴 한데, 저희가 주제나 컨셉을 꽉 짜이게 잡고 간 게 좋은 기능을 한 거 같아요. 잡지라는 건 지속 가능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초기 기획 때부터 그 부분을 먼저 확고히 하고 만들어가야 해요. 그런데 그 부분이 부족한 채 잡지를 계속 만들다 보면 소재를 찾는 데 고갈이 되고, 주제에 대한 고민도 커지면서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어요. 그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느냐가 중요한데, 그게 또 쉽지가 않으니까 잡지를 오래 발행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이: 만약 <라인>을 만드는 데에 지금보다 시간과 노력을 더 쏟아야 했다면 스트레스가 훨씬 컸을 거예요. 이익을 더 생각해야 하니까. 근데 저희가 각자 직업이 있고 할 일이 정해져 있잖아요. 그래서 일을 하다 잊을 만 하면 ‘우리 이제 좀 해야 하지 않아?’ 생각이 들어서 또 만들게 되니까, 오히려 그게 순기능을 하고 있는 거 같아요. 너무 빠져있기보다는, 이렇게 한 발 걸친 상태로 해나가는 게.

Q. <라인>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양: 책이 점점 컬렉팅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비자들은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더 이상 책을 사지 않거든요. 지금의 라인을 보다 더 진정성 있고 디테일하게 다듬어서 더욱 소유하고 싶은 책으로 만드는 게 저희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또 저희는 <라인>을 단순히 기차 여행에서 끝내는 게 아닌, 포지션을 더 넓게 확장할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노던 라인>이에요. <노던 라인>은 저희가 지난번 헬싱키와 스톡홀롬을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여행책인데요, <라인>이 가진 톤 앤 매너는 그대로 유지한 채 일러스트레이터까지 참여해서 조금 더 시각적으로 재미있고 창의적인 책으로 만들고자 해요. 일본을 가면 ‘이스턴 라인’이 되는 식으로 변화를 줄 거구요. 그저 그런 여행서가 아닌, 한 권마다 그 지역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저희도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기대가 많이 됩니다.

Q. 다룰 호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9호에 대한 계획도 말씀해주세요.

양: 9호는 태백선이에요. 4호 영동선처럼 겨울날의 강원도 일대를 다루는데, 풍경이 완전히 달라요. 그쪽에 카지노가 들어서면서 주변이 완전히 달라졌거든요. 정선 카지노로 인해 바뀐 풍경뿐만 아니라 탄광이었던 곳이나 오지 마을 같은 이전에 다루지 않았던 곳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앞서 말한 <노던 라인>은 9월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구요, <라인> 9호는 그 전에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여행이 삶과 맞닿아있는 두 사람에게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 기차를 타고 전국을 돌며 기록물을 만드는 이들이라면, 여행의 의미와 가치를 특별하게 들려줄 것만 같았다. 나의 철없는 궁금증에 돌아온 대답은 기대만큼 거창하진 않았지만, 예상치도 못하게 나의 편견을 뒤집어놓았다.

Q. 요즘에도 많은 학생들이 내일로를 통해 기차 여행을 하지만, 한정된 곳을 다니는 경향이 있어요. <라인>에서 다룬 곳 중에 기차 여행을 하려는 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곳은 어딘가요?

이: 일단 저는 밀양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여름에 밀양이 정말 좋거든요. 여수도 좋다! 여수도 좋고, 하동도 좋았고… 다 추천해드려도 좋은 곳 같아요.

양: 저희가 다룬 곳들은 정말 전부 굉장합니다(웃음). 저는 묵호도 너무 좋았어요. 묵호가 강원도 동해시에 있는 곳인데, 솔직히 엄청 특출난 게 있진 않아요. 정말 한적한 어촌 동네인데, 그 지역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젊은 친구들이 내려가서 작업해놓은 것들이 있어요. 논골담길이라든지, 파랑길이라든지. 그 길들을 따라 걸으시면 한적하면서도 아름다운 묵호를 오롯이 마주하시게 될 거예요.

Q. 기차 여행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 기차 여행뿐만 아니라 국내 여행 행태의 문제점은, 그 동네의 이야기보단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인증샷 찍는 거에 너무 집중하고 있다는 거예요. 하다못해 어느 지역을 검색창에 치면 바로 뒤에 맛집이 붙어버리잖아요. 맛집 중요하죠. 중요한데, 그보다 그 지역이 어떻고 거기서 무엇을 경험할 것이냐를 먼저 생각하고 여행을 하면 훨씬 더 좋다는 거죠. 저도 <라인>을 만들면서 알게 된 건,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니까 동네에 대해 더 알게 되고 거기서 오는 즐거움이 되게 크다는 거예요. 그래서 전 여행하시는 분들에게 그런 시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양: 많은 분들이 저희 표지를 보시고 ‘여기 진짜 우리나라 맞아요?’ 라고 물으세요. 국내 여행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알고 있고 비슷비슷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런데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깊숙이 들여다 보면, 이전에 접하지 못했던 장면들을 마주할 수 있거든요. 그 의외의 재미가 여행에 있어 굉장히 큰 거 같아요. 단순히 맛집에 가서 음식을 먹고 다음 동네로 옮기고 하시는 것보다 조금의 노력으로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는 여행을 하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넓게 보면 <라인>은 여행하시는 분들께 그 방법을 제시하는 잡지이기도 한 거 같구요.

Q. 여행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이: 음… 자신의 취향을 가장 잘 드러내고 발견할 수 있는 과정? 사람마다 가고 싶은 곳도 다 다르고, 민박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호텔에서 자야만 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자신에게 맞는, 자기만의 여행을 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남들 다 간다고 해서 남들 먹는 거 똑같이 먹고 남들 자는 데에서 똑같이 자는 여행은 불편하기만 할 수 있어요. 그런 여행은 갔다 와서 이렇게 생각하게 돼요. ‘역시 집이 최고야!’(웃음). 자신의 취향을 바탕으로 한 여행이 가장 좋은 거 같아요.

양: 전 또 다른 일상인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여행은 일상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거잖아요. 여행을 통해서 잠깐이라도 일상에서 벗어나 보고, 고민들을 조금 더 뒤로 미룰 수 있는 거구요. 그렇기 때문에 전 여행이 일상의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꼭 기차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야만 여행인 건 아니잖아요. 가까운 어린이 대공원을 가도, 하물며 한강을 가도 그게 여행이 될 수 있다 생각해요. 얼마 전에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면서 한강을 지났는데, 그 때 한강 야경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이렇게 사소하지만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도 충분히 하나의 여행이 될 수 있는 거 같아요.

이: 여행이, 그렇게 멀리 있지는 않아요.

Q. 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이 많은 반면, 바쁜 일상 때문에 여행을 사치라 여기는 학생들 또한 많습니다. 그들에게 여행에 대해 한마디 건네주시겠어요?

양: 여행을 강요하고 싶진 않아요. 대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할 게 너무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여행이 우선인 친구들도 있고 차선인 친구들도 있을 텐데 그냥 자신이 목표라 생각하는 걸 최선을 다해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단지 그 과정에서 정말 지칠 때나 ‘이제 뭘 하지’ 라고 생각이 들 때 여행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건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여행할 시간에 차라리 다른 일을 하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하고 미루시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그럴 때 한번 내려놓고 짧게라도 다녀오면 새롭게 느끼실 게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 인스타그램 보면서 나만 여행 못 하는 거 같아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어요. 다들 다녀오는 배낭여행 나도 한 번쯤 다녀와야 하는 거 아니냐 생각할 필요도 전혀 없구요. 나이 들면 좀 더 여유롭게 할 수 있는데, 무엇하러 그 무거운 배낭 메고 땀 찔찔 흘려가며 힘들게 여행을 다녀요. 저는 그거 별로인 거 같아요. 물론 체력이 그때가 되는 건 사실인데(웃음). 굳이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여행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Q. 마지막으로, 학보를 읽을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이: 자기 실험을 계속해나갔으면 좋겠어요. 전 항상 5년, 10년 뒤떨어졌던 거 같아요. 그때그때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전부 시도해봤거든요. 언제는 비주얼적인 거에 관심이 많아서 그쪽을 배워봤고, 또 언제는 그래픽에 관심이 커졌고. 그러다 사진에 관심이 생겨서 늦은 나이에 영국에 가서 다시 공부하고. 그렇게 이런저런 시도들을 하다가 조금씩 퍼즐들이 맞춰져서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진 거 같아요. 평탄한 삶을 위해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잘 버틸 수 있었던 건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결국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확인해야 하는 거죠. 요즘 인생 길잖아요. 계속해서 자기 실험을 해도 결코 늦지 않아요. 무얼 해도 다시 되돌아갈 수 있는, 한계가 없는 나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계속해서 자기 자신을 찾아 나갔으면 좋겠어요.

양: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마찬가지예요. 계속해서 생각을 해야 하죠.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가. 한 번 사는 건데, 그렇게 힘들게 타인을 의식하며 살 필요는 전혀 없는 거 같아요.

두 사람과의 대화를 마치고 생각했다. 멀리 가야 한다는 이유로, 돈이 모자란다는 핑계로, 나는 얼마나 많은 순간 여행을 주저했던가. 사실 여행은 일상의 틈에서도 누릴 수 있고 누구의 삶에도 가까이 있는 것인데 말이다. 그들의 조언대로, 나는 최선을 다해 나를 실험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실험이 오류를 낳거나 허무하게 끝나 나를 지치게 할 때면, 나는 떠날 것이다. 잠깐의 여행이 가진 힘을, 이젠 확실히 안다.

황간역에서 자전거 여행을 한 모습

남도연 수습기자  z58zzc@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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