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 기운이 화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 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천상병, 봄을 위하여 中
 
 
 
 
 
1. 봄 내음 가득한 거리
4월의 첫날, 봄을 맞아 대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구는 이른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봄이 오는 것을 반기기라도 하는 듯 꽃들이 머리를 내밀었다. 그로부터 풍겨 나오는 봄내음은 겨울 냄새로 가려지지 않았다. 찬바람과 봄의 산뜻함이 섞여 기분 좋은 바람이 얼굴에 스친다. 벚꽃에 봄비가 내려 꽃잎이 영롱함마저 이는 것 같았다. 
그중 벚꽃이 화려하게 핀 이월드를 방문했다. 이월드는 벚꽃 축제 명소로도 유명해서 미리 점찍어둔 장소였다. 이월드 곳곳에 자리한 꽃들은 저마다의 자태를 뽐냈다. ‘언제 겨울이었나’ 싶을 정도로 꽃들이 자기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이다. 그중 제일은 무엇보다 봄의 개막을 알리는 벚꽃이 아닐까 싶다. 별빛벚꽃축제를 테마로 내건 이월드답게 이월드 곳곳에는 벚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이월드의 ‘매직벚꽃로드’는 길을 따라 핀 벚꽃이 벚꽃 고유의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또 곳곳에 설치된 나비 장식물과 벚꽃의 조화가 매직벚꽃로드를 더 생기있게 만들어낸다. 나비 장식은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날개 죽지를 펴고 있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겨 ‘시크릿 벚꽃로드’에 도착하면 빨간 기차와 벚꽃나무가 서 있는 것이 마치 만화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이곳은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장소로도 유명해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모여든다. 빨간 기차와 분홍빛의 벚꽃, 그 다홍빛 색채가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마저 화사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당신의 최고의 사진이 이곳에서 탄생될 수도 있다. 
이월드의 벚꽃 길은 아름다운 사진 명소다. 벚꽃이 피어 온통 분홍색으로 장식된 길을 걸으며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작품이 나온다. 그렇기에 연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가족과 친구들이 이른 봄 소풍을 나온다. 
벚꽃에 취해 길을 걸어가다 보면 간혹 동화 속 주인공들이 보인다. 백설 공주와 신데렐라, 그리고 왕자로 분장한 사람들이 이월드를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위에는 인파가 모여든다. 그들의 모습은 벚꽃과 어우러져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그들과 함께 걸어가는 길마다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2. 벚꽃을 베어 물다.
세상에 먹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음식을 한입 베어 물 때 맛 좋은 음식을 그 누가 거부하겠는가. 필자 역시 맛있고 독특한 먹거리를 찾아 이월드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중 가장 눈에 띈 것은 벚꽃을 테마로 한 음식들이었다.
그중 대표 음식이 핑크 파이와 블러썸 에이드이다. 핑크 파이는 이름에 걸맞게 기존 초코파이에 벚꽃 초콜릿을 씌워 달콤함을 더한 파이다. 벚꽃 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간식으로 몇 개를 집어 먹을 때의 달콤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파이를 먹으며 보는 벚꽃이 그렇게나 예쁘다.
블러썸 에이드는 에이드 위에 벚꽃 모양 슬러시를 올린 음료이다. 벚꽃 모양의 슬러시가 예뻐 눈이 즐겁다. 그러나 맛을 표현하라고 한다면 솔직하게 맛있지는 않았다. 그 맛을 무엇에 비유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벚꽃 맛 시럽에 탄산을 섞은 느낌이다.
 
 
 
3. 화려한 이월드의 밤
이월드의 밤은 화려하다.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를 불빛 장식들이 화려하게 비춘다. 빨간 빛, 주황 빛, 파란 빛, 불빛들의 색도 다양하다. 저마다의 빛들을 갖고 아름다운 저녁 야경을 꾸며낸다. 찍힌 사진들마다 사진에 별이 담긴 듯하다.
형형색색의 빛들은 벚꽃과 어우러져 가히 환상적인 모습을 자아낸다. 사람들의 입에서도 웃음 섞인 감탄이 터져 나온다. 마치 물감을 뿌려 놓은 듯한 이월드의 야경이 경이로웠기 때문이다. 특히 밤에 보는 이월드 83타워의 모습은 웅장하기 까지 하다. 그런데 가장 예쁜 길들을 코스로 모아 진행하는 게임이 있었으니 바로 ‘벚꽃 런’이다.
 
<벚꽃 사이를 달려라! 벚꽃 런!>
오후 7시부터 시작되는 벚꽃 런은 연인들을 위한 나이트 레이스이다. 참가신청은 오후 5시부터 약 2시간 30분 정도 받았으며 참가자 전원에게 야광팔찌와 물을 제공한다. 또한 시작 전 야광 펜으로 얼굴 분장을 하게 된다. 이 야광 소품들은 어둠이 깔린 코스의 길을 밝혀준다.
오후 7시가 되고, 벚꽃 런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사방에 퍼졌다. 수많은 인파가 출발장소에 몰려들었고 사람들은 어둠이 깔린 야광 로드를 걷기 시작했다. 
가는 길 사이사이에 있는 스킨십 코스에서는 연인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미션으로 주어지는 스킨십을 하지 않으면 길을 통과하는 내내 뿅망치를 맞는데 연인은 물론 친구와 함께한 사람들도 예외가 없다. 친구와 함께 온 사람들은 “저희는 친구니까 봐주세요!”하며 뛰어가는 모습들이 보이기도 했다.
스킨십 코스를 지나 제3코스인 벚꽃 소원의 길에 도착하면 길게 늘어선 벚꽃 길이 보인다. 벚꽃나무에 설치된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밤거리를 환하게 밝힌다. 벚꽃 나무들 사이사이에 달린 갈색의 끈에는 사람들의 소원이 적힌 벚꽃색의 종이들이 걸려있다.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편지인 만큼 환하게 빛을 발하는 듯하다. 
아름답게 빛나는 야경들에 취해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다이나믹 광장에 도착하게 된다. 다이나믹 광장에서는 벚꽃 런의 하이라이트인 일렉 DJ 파티가 준비 되어있다. DJ파티를 시작하기 전 파티를 즐기기 위해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메인 DJ가 야광봉과 탬버린을 나눠준다. 사람들은 야광봉을 흔들며 디제잉 음악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시간이 되어 DJ파티의 화려한 개막이 올라가고 신나는 템포가 섞인 음악들이 광장을 가득 메운다. 음악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광장의 무대 위에 댄서들이 올라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음악과 신나는 분위기에 취해 함께 뛰며 춤을 추고 음악을 즐긴다. 무대를 채운 음악들과 주위 불빛의 향연의 조화는 주위 빛들과 어울려 환상적으로 보였다. 이 불빛들을 마지막으로 이월드의 밤은 막을 내렸다. 
 
[마지막]
봄은 모든 생명의 탄생을 상징하는 계절이다. 나에게 봄은 꽃, 그 자체였다. 그래서 나는 봄을 참 좋아한다. 꽃들이 겨울을 지내고 생명을 피워내는 모습이 경이롭기 때문이다. 이월드에서 본 꽃들은 다색의 빛들이 섞여 절경을 자아냈다. 혹시 꽃놀이 장소를 고민하고 있다면 대구로 시선을 돌려보아라. 수십 개의 등불이 섞인 벚꽃 나무가 당신의 눈을 사로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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