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7.11.16 목 19:13
상단여백
HOME 문예·여행 여행
#강릉여행 #율곡이이 오죽헌 #허난설헌 생가
  • 길선주 기자
  • 승인 2017.03.27 18:01
  • 댓글 0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한창이었다. 하루에 수천개의 속보와 단독이 쏟아지고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상황들이 드러나던 때였다. 그래서인지 겨울은 보란 듯 더욱 추운 바람으로 우리맘속을 헤집었고 우리는 이 어지러운 상황을 버티기 힘들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될지 누구의 책임을 물어야할지 혼란스러운 시점인 213. 학보사 여행 사업에 지원해준 전상욱(화공·3) 학우 그리고 최준형(화공·3) 학우와 강릉 오죽헌을 거쳐 허난설헌 터로 가는 여행길에 올랐다.

항상 색다른 지원자들이 학보사 여행 사업에 지원하지만 이번 팀은 역사탐방이라는 주제를가져왔기에 더욱 특별했다. ‘판단이 어려울 때 역사를 돌아볼 것이라는 말도 있듯이 이번여행은 혼란스러운 우리에게 어떠한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니 우리 조상들에게 조언을 들어야만 했다. 역사라는 주제를 가지고 가는 우리에게 오죽헌과 허난설헌 생가는 어떤 말을 해줄 것인가.

강릉에 도착했다. 수원보다 춥지 않았고 따뜻했다. 당시 불었던 도깨비열풍으로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와 반대였다. 강릉은 한적했고 우리는 향토적인 강릉길을 따라 걸었다. 강릉 중앙시장에 도착해 유명하다는 장칼국수를 먹은 후 오죽헌으로 향했다.

▲ 오죽헌 전경이다.

오죽헌은 대나무가 까마귀같이 검다하여 까마귀 오()와 대나무 죽()자를 써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율곡이이와 그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살았다. 오죽헌에 들어가 몽룡실로 들어갔다. 몽룡실은 신사임당이 검은 용이 날아드는 꿈을 꾸고 율곡을 낳은 방이다. 그 옆에는 6백년이 넘어 천연기념물 로484호로 지정된 매화나무가 있다. 이 매화나무는 600년이 지난 지금도 튼실한 매실 수십 자루가 열린다고 한다. 이 매화나무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조선의 학자이자 정치인이었던 율곡이이의 곁에서 함께했던 이 나무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이 매화나무는 본인이 지켜보던 정치인 율곡이이와 대한민국의 정치인들간에 너무나도 큰 괴리를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몽룡실 옆에는 율곡이이의 위패를 모신 사당인 문성사가 있다. 이곳에서 율곡이이는 조언을 바라는 우리에게 다음의 3가지 말을 해주었다.

첫째, 뜬 구름이 달을 가려도 달의 광휘가 구름 사이에 돌연히 나타나곤 한단다"

둘째, 인심이 함께 옳다고 하는 것을 공론이라고 하고, 공론이 선 것을 국시(國是)라고 한다. 국시란 한 나라의 사람들이 꾀하지 아니하고도 다 함께 옳다고 하는 것이니, 이로움으로 해서 유혹하는 것도 아니며 위세로써 두렵게 하는 것도 아니면서, 삼척 동자도 알만한 것이 국시란다"

셋째, 개혁은 그 시비와 이해만을 계산하여 백성들에게 편리하도록 하는데 그 요점이 있는 것이나, 만약 탐관오리와 요행을 바라는 백성들이 모두 따라오길 기다리면 오랜 폐단은 끝내 개혁하지 못할 것이다"

당시에는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나라를 어지럽게한 지도자와 그 일당이 처벌을 기다리고 있는 요즘 이 조언들이 멋들어지게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알게됐다. 첫째, 대한민국에서 정의는 죽지않고 살아 숨쉬고 있다는 점. 둘째, 지난 몇 달간 촛불을 들고 얘기했던 말들이 어린아이도 알 정도의 옳은 것이었다는 점. 셋째, 촛불정국에서 나왔던 옳은 얘기들이 우리 국민 모두가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결단을 내리고 개혁을 시행해야한다는 점이었다.

허난설헌의 시, 봄비(春雨)

3가지 조언을 수첩에 적어놓고 잠시 수첩을 닫은 후 강릉바다로 향했다. 최고의 성리학자로 불렸던 율곡이이 선생에게 조언도 들었겠다 탁트인 바다를 보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다. 역시 바다는 바다였다. 부서지는 파도소리는 마음을 경쾌하게 했고 답답했던 가슴을 풀어주었다.

▲ 왼쪽부터 최준형(화공·3) 학우 그리고 전상욱(화공·3) 학우

214. 느즈막히 일어난 우리는 허난설헌 생가로 갔다. 허난설헌, 우리나라 대표적인 여류시인의 한 사람. 어릴때부터 재주가 비상하고 출중하다는 얘기를 수도없이 들었으며 홍길동전을 쓴 허균의 누이. 조선이 낳은 천재작가 허균이 난설헌의 시는 배워서는 그렇게 될 수 없다고 극찬했던 사람은 어떤 얘기로 우리에게 조언을 할 것인가.

허난설헌은 고등학교때부터 들어온 사람이기에 이미 정보는 다 알고 있다. 우리는 허난설헌을 알기위해 온 것이 아닌 그녀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지금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며 답답한 마음에 조언을 구하러 왔는데요. 한 말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천재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이러한 물음에 그녀는 당대의 시인답게 시 한수를 읊었다.

봄비(春雨)

- 허난설헌 -

보슬보슬 봄비는 못에 내리고

찬바람이 장막 속 스며들 제

뜬 시름 못내 이겨 병풍 기대니

송이송이 살구꽃 담 위에 지네.

이 시도 당시는 이해가 안됐다. 당장의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 역사인물들이 야속하기까지도 했다. 그러나 요즘 이 시의 의미가 깨우쳐진다. 봄은 확실히 오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를 얼어붙게했던 16년도의 겨울은 조금씩 그 힘을 잃어갔고 좀처럼 수그러들 것 같지 않던 이번 겨울의 추위는 사그라들고 있었다. 곳곳에는 겨울을 이겨낸 꽃들이 피어나고 있으며 촛불로 겨울을 이겨낸 이들은 희망을 가슴에 심고 있다.

역사인물들로부터 정답을 듣고자했던 이번여행. 당시에는 곧바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이 여행이 대한민국의 희망을 알려줬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두명의 역사인물을 만나면서 들었던 얘기는 당시 바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의미를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한달 전에 여행을 갔음에도 그들이 말했던 의미가 강릉바다와 함께 밀려온다.

소중한 여행을 기획해준 전상욱 학우와 최준형 학우에게 감사를 표한다.

길선주 기자  bbabregas@ajou.ac.kr

<저작권자 © 아주대학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길선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주요뉴스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