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구조개혁평가로 대학재정 위협하는 정부

 
 

대학구조개혁평가, 그리고 문제점.

학교의 재정이 위협받고 있다. 등록금이 8년간 동결된데 이어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실시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14년 1월 1주기 대학구조개혁안을 발표했다. 정부차원에서 대학구조개혁을 실시하게 된 배경에는 학령인구 감소와 고등교육의 질적 향상이 있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2018년부터는 대입정원과 입학자원이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이후에는 대입정원과 입학자원의 차이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돼 정부가 나서서 전국 대학들의 입학정원을 줄인다는 것이다.

대학구조개혁평가 1주기에는 전국 대학을 그룹1(A~C등급)과 그룹2(D~E등급)로 나누어 입학정원감축 비율을 부여했다. 높은 등급을 받은 학교는 입학정원을 비교적 소규모로 줄일 수 있지만 낮은 등급을 받은 학교는 상당부분의 입학정원을 감축하게 됐다. 또한 D 등급, E 등급에 해당하는 학교에 대해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참여를 제한했다.

우리 학교는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경인지역 대학교중 유일하게 A등급을 받았으나 등록금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입학정원마저 4%가 줄었다. 14년도 입학정원은 1951명이었으나 이 정책의 결과로 이번 해 입학정원은 1873명으로 78명이 줄어들었고 이는 등록금 수입이 우리 학교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가까이 되는 것을 고려했을 때 학교재정에 엄청난 타격이다.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 2주기를 발표하면서 이 현상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고 대학 진학률 또한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이 평가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가 지난 9일 발표한 대학구조개혁평가 2주기 계획안에서는 대학입학정원을 5만명 이상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때문에 내년도 예정된 2주기 평가까지 입학정원을 또다시 줄여야하는 상황이다.

“학교에 돈이 없어요, 돈이.”

등록금동결정책과 입학정원 축소정책은 우리 대학의 재정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평의원회 회의록과 이사회 회의록 그리고 교직원들이 한 목소리로 재정난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우리 학교 평의원회 회의록에서는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인다는 정책 목표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수입 감소에 상응하는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는 대학은 심각한 재정적 곤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두 정책의 파급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수면위로 떠오르는 시점이다. 현재 예산 상태로는 우리 학교의 교육의 질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조경숙 예산팀장은 “물가는 매년 인상되기 때문에 동결된 등록금 재원으로 실험실습비 또는 실습장비 구입이 과년에 비해 저조할 수 밖에 없다”며 “직접적인 교육의 질이 낮아지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도서관 리모델링에 대해 책정된 재원이 30억에서 10억으로 축소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기획처의 한 관계자는 “재화는 한정돼 있고 써야할 돈은 계속 늘어난다. 쓸 돈은 계속 늘어나는데 이러한 정책들로 인해 등록금 수입은 미미한 실정”이라며 “필수적으로 써야할 돈의 지출을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시설투자에 쉽게 투자결정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교육비의 우선순위에서 건물유지는 후순위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사전적 건물유지보수 보다는 사후적 건물유지를 하게된다는 것 또한 지적됐다. 현재 우리학교 건물의 감가상각비 총액은 50억원 규모다. 연간 이러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적립금을 구성하는데 이번 해는 그마저도 하나도 못했다는 것이 예산팀의 설명이다.

이 외에도 현재 일어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임금문제와 최근 10%씩 삭감된 학생경비 및 학교부서별 운영비도 8년간 동결된 등록금과 박근혜 정부들어 시행한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여파로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는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사업(BK, CK, LINC 등)을 유치해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대학 특성상 수익사업에 성공하기 힘들기 때문에 등록금수입으로 학교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으로서는 정부지원금에 의존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 학교는 각종 사업을 유치하면서 정부지원금을 받아 운영을 해왔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확실한 재원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8월 평의원회 회의에서도 “지난 몇 년간 국고보조금 수입 증가로 등록금 수입 부족분을 메우고 있으나 수입의 안정적 확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음”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처 관계자 또한 “등록금동결과 입학정원이 감소로 인한 등록금 수입이 감소하면서 발생하는 손실분을 정부지원금이 단기적으로 상쇄할 수 있다”며 “하지만 정부가 주관하는 사업이 얼마나 계속될지 불분명하고 지속되더라도 각 사업들에 선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원인 파악도 못하고...

대한민국 사회에서 ‘대학졸업장은 필수다’는 명제가 오랜기간 굳어져왔다. 이를 이용해 철학없는 대학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대학은 가야된다는 도착으로 인해 부실대학들은 그 명목을 유지해왔다.

이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라는 이름으로 대학에 칼을 댄지 2년째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각 대학의 입학정원을 감축하고 점진적으로 부실대학을 퇴출시키는 것을 통해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수요가 감소하고 있으므로 공급을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단순한 수요공급 그래프로 봤을 때 이 ‘개혁안’은 일면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현재 대학진학에 대한 수요와 이에 따른 공급은 잘못된 사회풍토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정부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애꿎은 대학만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오래기간 학벌사회를 조성해왔고 이 학벌사회에서 대학을 가지 않는다는 것은 도태됨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인식이 대학진학률 70%때의 비정상적인 수요를 양산했고 이는 결국 비정상적인 공급을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잘못된 사회풍토로 나온 결과물인 공급에 먼저 손을 대는 것은 잘못된 진단이다. 대학을 가야만하는 사회인식이 문제라면 그 인식을 먼저 타파해야한다.

현재 정부가 관리해야할 대상은 대학의 부실여부 혹은 입학정원이 아니다. 교육개혁을 원한다면 ‘무조건 대학은 가야한다’는 사회인식을 바꾸고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이들이 차별받지 않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먼저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729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기업에 다니는 대졸 신입사원 연봉이 고졸 신입사원보다 741만원 더 받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입학정원을 줄이고 부실대학을 솎아내는 것으로는 어떤 변화도 가져오지 못한다. 오히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평가는 학령인구에 맞춰 입학정원을 줄이고 부실대학으로 지정된 학교 몇 개를 퇴출시킴으로서 과열된 한국입시문화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정부의 뜻대로 수요와 공급이 같아지면 혹은 수요보다 공급이 줄어든다면 수년간 지적되온 입시문제, 과열경쟁문제는 지속될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대학에 진학해야지만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회풍토가 타파된 후에야 정상적인 수요공급곡선이 그려지게 된다. 현재의 비정상적 수요공급이 정상화된다면 정부가 나서서 대학의 운영에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 정상적인 시장구조가 형성됐을 때 부실대학은 자연히 퇴출되고 각 대학들은 자율적인 시장경제 속에서 자립하려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현재 대학가는 정부의 잘못된 진단으로 인해 각종 문제점을 떠안고 있다. ‘어떻게 하면 대학을 운영해볼까’가 아닌 잘못된 사회풍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깊이있게 고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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