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달성하기 어려운 높은 경지를 추구하는 것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을 숭고미라고 한다. 이 숭고미의 정의로 미뤄봤을 때 우리의 선조들은 참으로 숭고했다. 우리 선조들은 잔혹한 일제의 억압에서 대한독립을 외쳤으며 북한의 침공으로부터 나라를 지켰고 군부독재세력을 몰아냈기 때문이다. 단순히 업적 때문에 선조들을 숭고하다고 칭하는 것이 아니다. 위의 역사적 결과가 있기 위해서 선조들은 본인들을 억압하는 세력들에게 각종 고문과 핍박을 받아야했고 이를 견뎌내면서 그리고 동요하지 않으면서 고결한 목표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는 태극기가 함께했다. 일제에 항거하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3.1운동에서부터 독재세력에게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기까지 태극기는 그들의 숭고한 의지를 대변해왔다.

때문에 우리는 태극기를 떠올릴 때 벅차오르는 감정을 참을 수 없다. 또 우리는 조국에 헌신하고 희생한 위대한 선조들의 자취가 서려있는 태극기를 보며 숭고미의 극치를 느낀다. 태극기를 보며 느끼는 감정은 타국에서 아리랑이 울려퍼질 때의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그러나 직선제개헌을 이뤄냈던 1987년의 태극기로부터 약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태극기의 숭고함을 훼손하고 짓밟는 이들을 보고 있다. 지난 10일 탄핵이 인용되기까지 애국이란 이름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사람들...“박대통령이 하야하면 좌파에게 정권을 넘겨주게 된다”고 주장하는 바로 그 사람들이다.

본인들이 지지하는 당은 애국보수, 그 나머지는 빨갱이라는 지극히 작은 사고를 하는 자들을 설득하기는 매우 힘든 일일 터이지만 그들 스스로가 태극기에 새겨진 숭고함을 한번이라도 되새겨보면 본인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국기훼손죄’를 스스로가 행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소위 태극기민심이라고 불리는 자들은 나라를 사랑한 것이 아닌 그들이 신으로 생각했던 이의 딸과 그들의 정권을 사랑했다. 애관(愛官)정신을 애국(愛國)정신으로 착각함으로서 태극기의 숭고한 정신을 스스로 훼손한 것이다.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 애국(愛國).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유관순과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던 6월의 시민들은 특정인을 옹호하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태극기를 들지 않았다. 진정으로 대한민국을 보존하기 위해 태극기를 들었다. 이것이 바로 태극기 민심이고 애국정신이자 숭고한 민심이다.

2017년 그릇된 신념으로 점철된 이들이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 한켠을 메웠다. 그러나 진정한 태극기는 정반대편에 있던 촛불 속에 존재했다. 비록 태극기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촛불 속 숭고한 태극기를 떠올리며 벅찬 가슴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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