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추운 겨울 사람들을 따뜻하게 한 존재가 있었다. 4.5kg의 작은 몸집으로 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녹이던 연탄. 현재 연탄은 추억이 됐다. 드라마와 영화로만 접할 수 있던 혹은 음식을 먹으러 간 음식점에서 연탄은 그저 신기한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연탄이 생활인 곳이 있다. 연탄이 생활이 된 그곳에서 연탄을 나르는 자원봉사자를 만났다.

 

● 정찬영(백석·3) 봉사자

Q. 연탄배달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과거 TV에서 봤을 때는 일단 참여해보고 싶었던 생각이 들었었다. 이에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해보겠냐는 생각도 들어 참여를 결심하겠다.

 

Q. 연탄배달을 하고나서 소감은 무엇인가?

A. TV에서 봤을 때는 줄을 지어 연탄을 넘겨주는 것이 별로 힘들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해보니 보기보다 연탄이 무거워 당황스럽고 힘들었다.

 

Q. 연탄배달을 하고자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한다.

A. 안하는 것보다 일단은 해보는 것이 낫다고 말하고 싶다. 봉사하는 집에 할머니가 계셨는데 할머니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을 때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백미연(호서·3) 봉사자

Q. 연탄배달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앞서 말한 친구와 마찬가지로 최근 연탄봉사 기회가 줄어들고 다른 봉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연탄봉사를 할 기회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Q. 연탄배달을 하고나서 소감은 무엇인가?

A. 늦게와서 두 집만 연탄배달 봉사를 해서 아쉬웠다. 힘들었지만 보람차고 재밌는 활동이었다.

 

Q. 연탄배달을 하고자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한다.

A. 경쟁이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의 타인을 도와주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연탄이 무겁기 때문에 힘이 있는 청년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80-90년대 대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연탄이 현재 전국에서 1백가구 중 0.84가구만 사용하고 있다. 연탄을 사용하는 이들은 국가의 기초생활수급자 혹은 소외계층에 분포해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겨울은 유독 매섭고 쓸쓸하다. 그러나 연탄을 배달하면서 따뜻함을 전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볼 수 있다. 그들을 취재하기 위해 이른 아침 화성시 화산동으로 연탄배달 봉사를 따라나섰다.

처음에 취재만 하기로 약속돼있었지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연탄배달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 참여를 허락받았다. 배달 할 집은 꽤 높은 지역에 위치해 있어 연탄을 실은 차가 바로 앞까지 갈 수 없었다. 그래서 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각각 대각선으로 서서 연탄을 배달했다. 처음에는 TV에서 보기만 했던 연탄배달을 직접 한다는 것에 설렜다. 이와 반대로 오랫동안 똑같은 자세로 연탄배달을 해 온몸이 뻐근했다. 금방 끝날 것 같던 5백장의 연탄은 전혀 줄어들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곧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친해지기 시작해 일의 속도가 늘었다. 이때 힘든 일을 함께 한다는 동질감이 서로를 더 빨리 가까워지게 한 것 같다. 이야기를 나누며 연탄을 옮기다보니 순식간에 모든 연탄이 집 앞으로 옮겨졌다.

집 앞의 연탄을 부엌으로 옮기는 데 우연찮게 자리를 연탄을 배치하시는 아저씨 옆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래서 바로 옆에서 연탄을 벽에 쌓으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분은 연탄이 쉽게 쓰러지지 않게 하기위해서 앞과 뒷면을 잘 살펴서 쌓아야한다고 하셨다. 그의 말과 한 장씩 집중해서 쌓으시는 모습은 언뜻 장인의 모습 같았다. 모든 연탄을 부엌에 다 쌓고 집을 나오자 할머니가 허리를 구부린 채 마중해주셨다. 그 순간 할머니에게서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할머니께 “수고했어요. 다들 좋은 일 하는 거에요 복 받을 것에요”고 그 말을 들을 때 지금까지 했던 노동에 대한 보상을 받고도 남을 정도의 뿌듯함이 마음에 몰려왔다. 일을 다 마치고 노동으로 허기진 배를 달랠 밥을 먹기 위해 장갑을 벗었다. 새하얗던 장갑이 연탄가루로 검게 칠해져 있었다. 장갑은 새까만 검정색을 띄었지만 그와 대비되게 마음은 평소에 잘못했던 일에 대한 면죄부를 받는 것처럼 하얗게 변해져갔다.

3시간정도 연탄배달 봉사를 하고나서 육체적으로 고단했지만 정신적으로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에 안면도 없었던 사람과 봉사를 통해 친분을 쌓아 새로운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연탄배달 봉사는 잃는 것보다 다양한 부분에서 얻는 것이 더 많은 봉사였다.

 

 
 

너와 내가 따뜻한 시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시인의 시 ‘너에게 묻는다’는 제목은 들어보지 못했어도 시 구절은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시의 구절은 온전한 상태에서는 추위를 녹이고 다 타버린 상태에서는 재가 돼 빙판길을 넘어지지 않게하는 연탄을 떠오르게 한다. 우리들은 때론 우리 자신의 몸이 따뜻하기에만 급급한다. 누구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기를 두려워하는 현대인들에게 이 시에서의 연탄은 이기적이였던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한다.

20세기 후반 연탄은 여러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존재였다. 그러나 가스와 전기 등의 여러 보일러가 보급되고 보편화된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는 16만여 가구들이 연탄을 이용해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의 가구는 600원짜리 연탄 구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여느 해보다 춥다고 하는 이번 겨울에 우리 이웃들은 더 추운 겨울을 보낼 위기에 쳐해있다. 이번 겨울 이웃을 돕는 온정의 손길은 크게 줄고 있다. 김영란 법의 시행과 최순실 게이트 파동으로 인해 기업활동이 위축됨에 따라 연탄기부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기업과 지자체의 기부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연탄 가격이 15% 인상됨에 따라 지난해 10월과 11월 두달에 걸쳐 150만장에 달했던 연탄 기부는 96만장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이웃들은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관심과 노력은 그들에게 그 무엇보다 따뜻한 담요가 돼줄 수 있다. 매해 연탄 은행은 연탄 후원참여와 봉사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후원참여는 후원금을 통해 연탄을 구매하여 후원가정에 연탄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봉사참여의 경우 연탄을 직접 싣고 후원 가정에 방문하여 연탄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금전적인 참여와 봉사활동을 통한 참여 모두 우리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연탄 은행은 매년 장마철인 6-7월과 겨울철인 10월-3월까지 기부를 받아 저소득층에 연탄을 지원하고 있다. 단순히 연탄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전국 31개 지역에서 운영하는 연탄 은행을 통해 연탄을 후원자의 가정까지 직접 전달하는 작업도 함께하고 있다. 그러나 2014년까지 증가하던 연탄 기부는 2015년부터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하락세에 올해의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3년 연속으로 연탄 기부는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현 시점 우리 이웃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이다. 연탄을 기부하는 것으로도 우리 이웃을 보살피는 데에는 충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추운 겨울 우리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연탄이 되는 것은 어떨까? 조금 더 용기 내어 연탄을 건네주고 땀방울로 보람찬 하루를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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