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 5일 촛불시위를 위해 광화문 광장에 다시 모인 20만 시민들 앞에 대형 스크린이 내려앉았다. 그 안에는 백남기 농민의 큰 딸 백도라지씨 외에 2명이 제페토의 시 ‘집을 나서며’를 낭독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나는 염세주의자인데 / 지독하게 / 겁도 많은데 / 광장행 버스를 타겠다> (이하 생략) 그녀는 무언가를 참아 삼키듯 시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이는 ‘세상을 바꾸는 광장에 당신을 초대합니다’라는 12일 열렸던 촛불집회 초대영상이었다. 누군가의 딸, 언니 그리고 아내로서 평범한 삶을 살았던 그녀를 누가 세상 앞으로 나오게 했는가. 지난 해 11월 14일 광화문 광장에서 ▲농민문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소홀 ▲정부의 노동정책 등에 항의하여 민중총궐기가 열렸다. 그 과정에서 전남 보성군에서 농사를 짓던 백남기 농민은 쌀 가격보장을 요구하던 중 경찰이 쏜 직사살수에 맞아 쓰러졌다. 그날 이후 그는 의식불명에 빠졌고 3백 17일이 지난 9월 25일 오후 2시 15분에 급성 신부전증으로 끝내 세상을 떠났다.일부 여론에서는 강제집회와 폭력시위가 이루어졌음을 토대로 이는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공권력은 국가나 공공단체가 국민에 대하여 우월한 의사주체로서 명령 및 강제하는 권력으로 정의된다. 이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허가받은 단 하나의 폭력으로 이는 국가가 마지막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공권력은 오로지 사회의 안정과 평화에 있어 유지되는 것이며 최고가 아닌 최악의 결과를 낳지 않기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을 보호해야할 국가가 어떠한 상황이나 수단에 있어서 국민을 죽음까지 내몰았다는 점은 무엇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백남기 농민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청문회 자리에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사람이 다쳤거나 또 사망했다고 해서 사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는 과잉진압이 아니었고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검찰 측은 빨간 우의를 입은 사람이 백남기 농민이 가격을 했다는 음모론을 제시했고 그의 사망 원인을 다른 이유로 몰아가는 등 고인의 시신을 강제부검 실시하려고까지 했다. 그 후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2005년 노무현 정권당시 농민시위에 참가했던 농민 2명이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해 사망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야할 공권력이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건 소홀히 다룰수 없는 문제”라며 잘못을 인정하고 고개 숙여 국민에게 사과를 했다. 이는 잘못에 대한 정부의 상반된 태도를 볼 수 있다. 국가에 의해 보호받아야할 국민이 국가에 의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뻔뻔한 태도 앞에서 슬픔에 편히 목 놓아 울지도 못했다. 현 국가는 지금이라도 유가족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백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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