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의 주관으로 진행되는 수요 인문학 콘서트는 매주 수요일마다 인문학강의 진행에 앞서 짧은 음악공연을 함께한다. 명사 중심의 지루한 강연회가 아닌 대중들과 함께하는 강연회를 하기 위함이다. 즉석 공연을 보다 보면 딱딱한 강의실이 아닌 따뜻한 카페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지난 12일 늦은 저녁 인디밴드 체리 팩토리의 공연에 이어 구경선 작가의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은 버킷리스트’ 강연이 이어졌다.

구경선 작가는 토끼 캐릭터 ‘베니’와 책 ‘그래도 괜찮은 하루’의 작가이다. 구 작가의 캐릭터 베니는 싸이월드 스킨 ‘다 귀찮아’로 2008년 유명세를 얻었고 현재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도 만들어져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 책 ‘그래도 괜찮은 하루’는 장애가 있음에도 희망을 품고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뤄가는 그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50분가량 진행된 이 강연에서 구 작가는 자신의 버킷리스트와 버킷리스트를 하나하나 이뤄가며 생긴 에피소드와 생각들을 전했다. ‘한국판 헬렌 켈러’라고도 불리는 그녀는 청각과 시각장애가 있다. 2살 때 열병으로 청각장애가 생긴 후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시각장애까지 생겨 현재는 시야가 8센티 가량만 보인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5센티 그리고 2센티로 줄어드는 장애를 뒤로한 채 덜 후회하고 더 세상을 느끼기 위해 구 작가는 30개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날 그녀는 지금까지 정한 25개의 버킷리스트 중에 4개의 항목을 소개했다. ▲다이어트 ▲마라톤 완주 ▲셀프 웨딩 ▲파리 오르세미술관 가기 이중 어느 하나의 항목도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다. 귀찮다는 이유로 뒤로하고 혹은 피곤하다는 이유로 일의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일을 그녀는 하루하루 용기내서 이뤄내고 있었다. 당연한 것들이 눈이 아픈 후에 새롭게 느껴졌다는 그녀는 장애를 걸림돌과 불행으로 생각하지 않고 기회와 희망으로 느낀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장애에 대해 구 작가는 막연히 기다리는 기대와 받아들이되 포기하지 않는 희망의 차이를 말하며 “장애를 통해 느끼는 신체적인 불편함과 정신적인 소외감 역시 내가 살아있기에 가능하다”며 계속 해결해 나가야 하는 숙제는 있지만 이에도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베니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베니는 귀가 커서 잘 들을 수 있는 토끼이며 자신의 분신과 같은 존재라는 답변이 있었다. 이어 ‘멘토가 있었는가’하는 질문에는 따로 멘토는 따로 없지만 대신 슬플 때 같이 울어주고 맛있는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구 작가는 “방콕에서 지낸 3개월간 매번 한 자리에서 악기연주를 하며 구걸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귀국 전에 그 아이를 도와주고 왔습니다”라며 일화를 전했다. 이에 살다 보면 힘들어서 어떤 것을 하기 싫을 때가 있지만 그 자리에서 꾸준히 하다 보면 뜻밖의 행운이 찾아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 작가의 강연은 세상에는 더 힘든 사람도 많은데 힘내라는 보통의 위로가 아니다. 대신 힘들면 잠시 쉬어가라고 때론 끝까지 하지 않아도 의미 있다며 ‘거창하진 않지만 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보낸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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