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보자,임순례,2014
▲ 제보자,임순례,2014

‘진실이 중요합니까 국익이 중요합니까’

 우리나라는 유명한 이장환(이경영) 박사의 줄기세포 신드롬에 열광하고 있었다. 언론들은 연일 이장환 박사의 연구를 대서특필했고 그러한 프레임 속에서 우리 국민은 이장환 박사에게 무수한 박수를 보낸다. 이장환 박사의 줄기세포가 완성되기만 한다면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조그만 나라 대한민국이 과학발전의 한 획을 그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믿음은 갈수록 두터워져 갔다. 

이렇게 대한민국 영웅 이장환에 대한 칭송이 날로 두터워지고 있을 무렵 피디추적 윤민철(박해일)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온다. ‘줄기세포는 사실 한 개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이 터무니없는 말에 윤민철 피디(이하 윤 피디)는 거대한 진실이 감춰져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진실이 중요합니까 국익이 중요합니까’ 제보자 심민호(유연석)는 윤 피디를 만나 이같이 말하고 윤 피디는 당연히 국익보다 진실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취재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국민은 이장환 박사의 연구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었다. 이장환 박사의 연구가 난치병 환자들을 구제해 줄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더 이상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한 취재의 시작이었다. 윤 피디는 온 국민에게 나라 팔아먹는 매국노라는 말들을 듣는 것은 당연할뿐더러 사람들은 피디추적 방송국인 NBS 앞에서 시위했다. 이러한 혹독한 취재 끝에 윤민철 피디는 진실을 밝혔고 이장환 신드롬은 이렇게 끝이 난다. 
 
애국이란 이름의 광기

 단순히 한 언론 혹은 언론인이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달성했다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는 영화다. 이 영화는 잘못된 사실을 신념화하여 엄청난 광풍을 일으켰던 그때를 기억하게 한다. 2005년 대한민국은 황우석 박사에게 열광했다. 언론은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경마를 하듯 연일 [속보]와 [단독]을 내놓았고 국민은 그 정보들을 애국이라는 신념 아래로 끌어들이면서 광기의 대한민국이 시작됐다. 

당시 MBC 피디수첩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이 조작됐다는 진실을 알리려 했지만 그 노력은 이내 ‘취재의 의도가 의심된다’, ‘그 피디의 사상 또한 의심된다’ 등의 말도 안 되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거짓의 신념화는 황우석 박사 주위로 거대한 성을 쌓았고 이 성역에 대한 저항은 일절 용서되지 않았다. 피디수첩의 노력으로 결국 진실이 밝혀졌지만 일부 국민은 아직도 신화에서 벗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었고 다시 이성을 찾은 국민은 믿고 있던 것의 몰락에 허탈함을 느껴야 했다.
2007년 당시 불었던 디워 열풍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한국인 심형래가 한국의 기술로 컴퓨터그래픽 블로버스터를 만들었다는 점은 영화의 스토리나 개연성 등을 전혀 고려치 않고도 심형래 신드롬을 만들 수 있었다. 영화감독은 영화로 평가받아야하는 것이 분명함에도 또다시 일그러진 애국심이 고개를 들었다. 조그만 나라 한국에서 그런 대단한 인재가 나왔다는 것을 믿고 싶은 마음과 이를 부추기는 언론이 국민의 눈을 멀게 했다. 이 눈먼 애국심은 황우석 사태와 똑같이 비판적인 평론가들을 배신자로 몰아붙였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 디워를 다시 본다면 2007년도 당시의 애국자들은 본인들이 어째서 디워를 위해 투쟁했는지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그들이 외치는 것은 애국이 아니다.

 잘못된 믿음이 애국이란 이름으로 포장될 때를 경계해야 한다.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애국이지 특정 인물이나 프레임을 믿는 것이 애국이 아니다. 2005년 당시 우리 국민은 황우석을 믿는 것을 애국이라고 생각했고 이는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불러일으켰다.

잘못된 신념을 국민 다수가 맹신하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바른 방향으로 가지 못했다. 1930년 경제난을 겪고 있던 독일에서 히틀러라는 희대의 악인이 집권하게 된다. 당시 독일 국민은 히틀러가 현재의 경제난을 타개해줄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가졌고 이 상황에서 히틀러에 대한 지지는 독일에 대한 애국심과 같은 말로 변질됐고 나아가 히틀러의 우상화가 이뤄졌다.
이렇게 형성된 독일국민의 ‘애국심’은 유대인을 학살하고 전쟁을 일으킨다. 결국 그릇된 것을 옳다고 믿은 국민과 비판의 목소리가 말살된 독일은 세계대전 전범국이라는 역사적 오명을 남기게 되고 전쟁을 논할 때면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됐다. 당시의 독일 국민은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는 말을 떠올리며 히틀러가 그들을 구원해줄 단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이 그릇된 판단은 애국이란 이름으로 합리화됐다. 결과적으로 왜곡된 신념과 이에 대한 비판을 묵살한 독일은 광기의 폭풍 속에서 80년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애국으로 포장된 잘못된 신념은 재앙을 낳는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증명됐음에도 새누리당의 몇몇 인사는 그 사실을 아직 지각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 중앙위원회의 명의로 그쪽 국회의원들은 ‘빨갱이 나라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일치단결하자’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들은 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과 여당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 얘기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했다. 그들은 대통령을 굳건히 믿고 제기되는 어떠한 의혹에도 선을 그으며 그것이 애국이자 나라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조국, 자유, 애국 등의 단어를 변질시킴으로써 본질을 흐리는 행위는 특정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있었던 고질적인 습관이다. 그들의 말은 애국이 되고 비판하는 의견들은 모두 빨갱이를 만드는 논리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애국이라는 것을 꽤 오랜 기간 신념화했던 이들이기에 사고의 틀을 바꾸려 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나 이는 분명히 잘못된 행태인 것을 고려해보길 바란다. 더이상 잘못된 신념을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착각해 반대편의 국민을 빨갱이로 만들고 매도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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