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현재 제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18세기 최종 4분기에서 19세기 초반까지 진행된 제1차 산업혁명, 19세기 후반기에서 20세기 초까지 진행된 제2차 산업혁명, 20세기 후반에 진행된 제 3의 산업혁명에 이어서 이제 네 번째 산업혁명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실제로 제3의 산업혁명과 제2의 산업혁명을 비교해 보면 제3의 산업혁명은 초라하다. 제2의 산업혁명 때는 1850-60년대는 정보통신(전신)업, 철강, 무, 화학 산업에서, 1870년대는 석유 산업에서, 1880년대는 전기산업, 음료 산업에서, 1890년대는 다시 정보통신(전화, 무선전신), 백화점 산업에서, 1900년대는 라디오, 자동차 산업에서 1910년대는 영화와 항공 산업에서 혁신이 일어났다. 5년에서 10년 사이에 새로운 산업이 탄생하였던 것이다.

 그에 비해 제3의 산업혁명을 살펴보면 ‘정보혁명’이라고 사람들이 거창하게 말했지만, 1970년대의 반도체, PC, 소프트웨어 1980년대의 금융산업, 1990년대의 인터넷 등으로 정보 통신 분야에서만 혁신이 국한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무어(Moore)의 법칙으로 상징되듯이 1980년대 10년 동안 컴퓨터의 가격대 성능비율은 천 배 가량 증가하였다. 그러나 이 증가가 다른 산업에서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것은 그에 비해 상당히 적었다. 발전한 IT를 가지고 경영을 합리화하는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이라는 시도가 있었지만, 이를 통하여 범인의 눈에 포착될 만큼 커다란 생산성의 증가는 볼 수가 없었다. IT와 다른 산업의 발전은 상당한 격차가 있었던 것이다. 제3의 산업혁명은 IT분야에 국한된 국소적인 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었다. 이는 혁신을 가로 막았다고 생각되는 독점이 붕괴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석유 카르텔이다.

이의 붕괴와 더불어 전기차 등 새로운 가능성이 대두되었다. 또한 제3의 산업혁명으로 축적된 IT기술이 임계점에 도달한 징조가 여러 곳에서 포착되었다. 하나는 제조업을 비롯한 전 산업이 소프트웨어 산업화 하는 것이다. 석유 시추, 비행기 설계, 약품 시험, 유리, 플라스틱 등 재료 개발 등의 분야에서 소프트웨어 모형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공급망 관리, 생산 공정 등에 소프트웨어가 사용되는 것은 물론이다. 다른 하나는 데이터 관리 능력의 변화다.

과거에는 UNIX 머신에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로 데이터를 관리하였다. 데이터를 저장하려면 스키마를 정해야 하고 이에 맞추어 데이터를 가공하여야 했으므로, 데이터 관리는 상당히 노동집약적인 일이었다. 또한 저장량을 대폭적으로 늘이고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를 교체하여야 하였다. 따라서 데이터를 관리하는 일은 상당히 높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구글과 야후 등에서 새롭게 개발된 데이터 관리의 소프트웨어는 데이터를 가공하지 않은 형태로 분산된 클러스터 컴퓨터에 저장하고, 이를 다시 불러서 분석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데이터를 스키마에 맞추어 가공하는데 인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고, 저장량을 늘이기 위하여 하드웨어 전체를 교체할 필요도 없다. 저장량을 늘이기 위해서는 클러스터에 새로운 하드웨어를 가져다 붙이면 된다. 그리고 맵리듀스(MapReduce) 기능을 사용하면 저장된 데이터 전체인 모집단을 분석할 수 있다. 과거에 데이터 웨어하우징(data warehousing)을 통해서 표본을 분석하던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혁신이다. 이처럼 현재 데이터 관리의 비용은 극히 저렴하게 되었으며,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도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빅데이터(Big Data)가 화두가 된 것은 이 때문이다. 빅데이터의 저장, 분석이 가능하게 된 것은 모든 산업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 소셜 네트워크, 공장에서의 생산과정, 항만 출입 정보, 일기 정보 등을 센서를 통해 저장하고, 이를 분석하면 마케팅, 제조, 경제 예측, 일기 예측 등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룩할 수 있다.

셋째로는 인공지능의 발달이다. 알파고에 사용된 딥러닝 기술은 과거에는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이미지, 음성 인식, 자연어 인식과 번역이 가능하게 되었다. 자동차의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된 것은 딥러닝 기술의 발달이 크게 기여하였다. 빅데이터와 인공 지능이 결합되면, 의료, 법률, 회계 등 전문 영역과 기술 개발, 제품 디자인 등의 영역에서 혁신이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는 비즈니스에서의 온라인, 오프라인 결합으로의 획기적인 전환이다. 1990년대 초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아마존, 이베이, 옥션 등의 인터넷 쇼핑몰들이 등장하였다. 이는 새로운 시대의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형처럼 보였지만, 오프라인 비즈니스와 따로 떨어져 있어서 그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물품을 구경하지만, 동시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실제 구입은 온라인으로 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오프라인 매장은 실제 상황에서의 구매 충동을 일으키는데 사용하고, 실제 구입은 온라인에서 하게하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온라인-오프라인이 결합한 비즈니스는 가상현실의 보급과 함께 기업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IT발전이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에서, 이는 모든 산업에 전 방위로 영향을 줄 것이다. 제조업, 서비스 산업의 생산력은 극대화 될 것이며, 지금껏 불발로 끝났던, 바이오, 에너지 등에서 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되며, 우주 개발이 본격화 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의 산업혁명은 기술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70억 넘는 인구가 세계적인 규모의 전쟁이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진다는 면에서, 과거의 산업혁명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규모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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