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이 있었다. 아무리 바둑을 좋아하지 않는 학우이라도 한번쯤은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대결은 이세돌이 1승 4패를 함으로써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그 후의 여파로 어른부터 어린아이까지 제 2의 이세돌을 꿈꾸며 바둑학원을 등록했다는 것은 뉴스 통해 퍼지기도 했다. 우리 학교에도 제 2의 이세돌을 꿈꾸며 바둑을 두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돌벗의 사람들이다.
돌벗은 우리 학교에서 유일하게 바둑을 두는 동아리이다. 대부분의 부원들은 예전부터 바둑을 뒀던 학우들이기 때문에 쟁쟁한 실력을 갖춘 이들이다. 그리고 1단 이상의 단증을 가진 부원도 7명이나 된다.
돌벗은 다른 동아리와 다르게 시간을 맞춰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동아리방으로 와서 바둑을 두고 배운다. 이러한 자유로움에 대해 놀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당연하듯이 “자유로움이 바둑의 특성이다”고 말한다.
돌벗의 활동이 서로 바둑을 두는 것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프로기사를 한 달에 두 번 초정해 프로기사와 대국을 둔다. 부원들과 바둑기사와의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들은 머리로는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질 때마다 마음은 패배의 쓴 맛을 느낀다. 프로기사와의 대국이 끝나면 복기를 한다. 복기란 바둑용어로 자신이 뒀던 것을 그대로 다시 한 번 두는 것을 말한다. 복기과정은 귀찮지만 이를 통해 실수를 다시 되짚어보거나 새로운 방식을 발견할 수 있어서 손해 보지 않는 장사다. 프로기사는 복기한 것을 본 후 조언을 해주고 더 좋은 수가 없는 지에 대해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한다. 수많은 생각이 존재하고 딱히 답이 없다는 바둑의 특성 때문에 프로기사와 부원들은 서로 한 수씩 배우게 된다.
이러한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돌벗은 한국기원에서 주최하고 34개의 대학이 참여한 대학바둑한마당에 출전해 3위라는 쾌거를 이뤘다.
바둑에는 ▲대마 ▲좌충수 ▲정석 등의 어려운 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이에 돌벗 회장인 전수호(미디어·3) 학우는 “바둑은 처음에는 어렵더라도 끈기있게 1년 정도 배운다면 자신도 모르게 바둑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고 그러면 실력은 자동적으로 늘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는 바둑이 어려웠다는 이유로 바둑을 기피하는 학우들이 바둑의 재미를 느끼게 되면 그 생각은 변할 거라고 말했다.
바둑 안에는 무언의 전략과 말이 존재하는 세계가 있다. 역사서에도 이를 증명하듯이 현자나 장수들은 말이 아닌 바둑을 통해 자신의 뜻을 전했다는 사실이 나온다. 조금의 노력이 있다면 새로운 세계에 당도할 수 있는 데 그것을 포기하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싸늘한 바람이 부는 10월 만약 여유가 있다면 정석 책을 피고 바둑을 한번 둬보는 것은 어떤가. 어려운 말을 이해하기 보다는 그저 바둑판 안에 자신 만의 말과 전략을 만들어보기만 하면 된다. 바둑에는 답이 없다. 너의 창의성을 바둑판에 펼치면 그것이 바로 바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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